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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 Mar 0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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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타로 활용 자서전 쓰기 20화. 13번 죽음 Death


지적인 개인성을 갖기를 소망한다면 그는 불가피하게 고독한 상태를 성취해야 한다. (메리 더글러스 <자연 상징>)



[글쓰기 미션] 다음의 단어를 넣어 문장을 만드세요.

다른 차원으로의 이행
영원한 것은 없다
죽음의 기억
새로운 것
통과의례
새생명
슬픔
애도



타로의 대비밀 카드 13번 죽음 카드에서 우리는 인간이 건설한 물질의 영역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상기하게 됩니다. 죽음 카드는 옛것이 끝나고 새것이 올 거라는 것을 보여주는 원형적 상징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설혹 낡고 버릴만한 것일지라도 익숙한 것과의 이별은 고통스럽게 여겨집니다. 새것은 낯설고 익숙하지 않아서 두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죽음에 대한 이해는 고통과 두려움을 용기와 새생명으로 바꾸어줍니다.



황천강을 건너온 바리데기가 서천꽃밭에서 생명수를 받고 있다. '변해정 그림 송언 글 <바리데기> 한림출판사'의 한 장면


죽음이 새생명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슬픔이 찾아옵니다. 죽음을 맞이하고 슬픔에 대해 애도하는 행위는 정화입니다. 진심 어린 슬픔은 강물에 몸을 담가서 맑아지는 것과 같습니다. 힌두교의 신들은 3억 3천이 넘게 있다고 합니다. 일상생활 깊숙이 신이 현존하는 거지요. 그렇게 많은 신들 중에서 '창조하는 브라흐마 Brahma', '유지하는 비슈누 Vishunu', '파괴하는 시바 Siva', 이 세명의 신이 가장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창조와 유지는 이해가 되는데, 왜 파괴의 신이 인기가 있을까요? 파괴는 부수고 분해하며 없애는 것인데요.


새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부수고 파괴하고 분해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시바 신은 파괴 하여 다시 창조하고 춤을 추며 자비를 베푸는 신입니다. 13번의 죽음은 지상에서 '4'로 이루어낸 건설을 종결지으면서 새로운 시작(4=13=22=0)으로 연결됩니다. 메이저 13번 카드에는 종종 왕의 죽음을 보여줍니다. 왕관이 떨어져 나가고 머리와 팔다리가 잘려 땅에 묻히고 흙더미와 함께 섞입니다. 마치 땅에 거름을 주고 섞는 것처럼 말입니다. 왕의 몸은 곧 흙이 되고 그곳에서 뭔가를 싹 틔우겠지요.



강아지똥이 꽃을 피우기 위해 민들레 싹을 꼭 끌어안는다. '정승각 그림 권정생 글 <강아지똥> 길벗어린이'의 한 장면



웨이트 타로의 메이저 13번 카드에는 검은색 철갑옷을 입은 해골 기사가 백마를 타고 있습니다. 해골 기사로 그려진 '죽음' 앞에서 교황은 두 손을 내밀고 아이는 꽃을 들어 맞이합니다. 믿음순수함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에서 재탄생을 위한 마음의 자세를 알 수 있습니다. 여인은 살아있으나 눈을 감고 있고 왕은 왕관을 떨어뜨린 채 죽어있습니다. 강 너머 멀리에 푸른 들판과 찬란한 태양이 떠오르는 것이 보입니다. 태양은 관문 사이에서 떠오르고 있습니다. 두 개의 기둥으로 상징되는 이 관문은 메이저 18번 달 카드에 또다시 등장합니다. 13이라는 숫자는 달의 주기, 여성성, 낳아 키우고 죽이며 분해하고 다시 낳는 풍요의 순환하는 힘과 관련 있습니다. 달이 뜬 밤은 여성의 자궁이 연상됩니다. 자궁은 또 지하세계를 연상시키고요. 어둡고 습한 느낌입니다. 지하세계로의 여행은 죽음과도 같은 깊은 잠입니다. 백 년은 될 듯한 잠입니다. 깊고 심오한 잠듦 속에서 내적 자아는 성숙과 진화를 향해 이동합니다.




백 년이라는 성숙의 시간, 죽음의 시간에서 깨어날 때, 재탄생의 시간.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그림 김서정 옮김 <그림 메르헨> 문학과지성사 p191)


죽음은 달빛 아래 밤의 어둠을 덮고 자는 깊은 잠과도 같을까요. 그리스 신화에서 죽음의 신 타나토스 Thanatos  잠의 신 힙노스 Hypnos와 한 형제로 표현됩니다. '새로운 세계'를 위한 '죽음'이라는 '종결'은 밤 시간을 지나는 잠과 같은 통과의례입니다. 아침이라는 또 다른 시공간을 맞이하기 위한 변환 Transformation의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 대한 기억은 유용합니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어 메멘토 모리(Menento mori)는 옛날 로마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행렬의 끝에서 노예가 개선장군을 향해 외쳤답니다. "누구나 죽는다, 너도 죽는다, 굉장한 전리품을 획득해 와서 지금은 영웅이지만……." 인간은 굉장한 존재이면서 참 하찮은 존재입니다. 인간성을 초월해 신성성을 추구하고요, 또 먹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며 꿈틀대는 벌레 같습니다. 그리고 나비로 변환하는 애벌레와도 같습니다.



애벌레의 죽음은 나비로의 재탄생. (Youtube, EBS Collection '홍점알락나비가 된 애벌레'의 한 장면)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가는 것과 같지요. 현명한 사람은 죽음을 기억하며 살겠지요. 그러면 풍요로움이 어떻게 생성되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어떻게 강아지똥이 민들레꽃이 되는지, 무엇이 죽어 커다란 사과나무가 되고 배나무가 되었는지를 알게 되겠지요. 무엇이 끝나서 나비가 되고 매미가 되었는지를 알게 되겠지요. 죽음을 기억하며 글을 쓰는 것이 어떨까요.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은 죽음을 생각하며 불안해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진짜 생명이 되는 것을 기억하라는 말일 것입니다. 죽음을 기억하는 일은 혼란스러운 상황을 씻어내고 마음을 다잡고 더 크고 강해지는 내가 되는 것이니까요.


우리나라에서 전해지는 여러 창세신화 중에 인간이 벌레에서 유래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 아주 옛날에 '미륵님'이 양손에 금쟁반과 은쟁반을 들고 하늘에 축사를 합니다. 그러자 하늘에서 벌레가 떨어지는데, 양쪽 쟁반에 각각 다섯 마리씩 열 마리가 떨어졌다고 해요. 이 벌레들이 자라나서 인간이 되었고, 서로 부부가 되어 세상 사람들을 낳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이야기에서 '인간이 신의 뜻으로 지상에 내려진 존재라는' '창조론적 사유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더불어 '작은 벌레가 사람으로 자라났다는 것은 진화론적 사유를 반영'했다고 보고요. (신동흔 <살아있는 한국 신화> p33 참고)


'김쌍돌이'라는 함흥의 무녀가 노래한 이 <창세가>에서 미륵님이 창조주로 등장하는 것에 대한 연구가 있습니다. 불교적 관점에서 '미륵 maitreya'의  어원을 힌두교의 '미트라 mitra'에서 찾는데, 미트라는 '우정'이나 '자애'를 뜻하며 '자애로운 모성성'을 상징하는 신이라고 합니다. 또한 몽골에서는 창조 여신을 '마이다르(미륵)'이라고 부른답니다. '미륵은 창조여신의 전통 위에서 수용'된 것으로 봅니다. (<조현설의 우리신화의 수수께끼> 한겨레출판 p89~94 참고)


그리스 신화에서 데메테르(대지의 여신. 3번 여제 카드 참고), 페르세포네(하데스의 여왕. 2번 고위여사제 카드 참고)와 하데스, 이 세 신들은 '풍요(富)'와 관련 있는 신입니다. 모두 지하세계와 관련 있습니다. 어둠과 지하세계를 지배하는 신인 하데스 Hades는 '보이지 않는 풍요(富)', '부유한 자', '부유함을 주는 자'를 뜻하는 '플루톤 Plouton', '훌륭한 조언가'를 의미하는 에우불로스라고도 부릅니다. '하데스'라는 이름은 지하의 신을 가리킬 뿐만 아니라 지하세계 자체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이야기에 의하면 하데스는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를 납치해 하데스의 여왕으로 삼았는데요. 페르세포네는 그리스 시대보다 훨씬 더 오랜 옛날부터 지하세계의 여왕 이름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카를 케레니 <그리스 로마 신화> p408)


마더피스 타로 카드의 13번 죽음 카드에는 깜깜한 어둠 속, 지하세계의 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대지의 여신의 자궁입니다. 나무 아래의 뿌리에는 하얀 해골이 태아처럼 웅크리고 있어요. 이 백골을 뱀이 동그랗게 주위를 감싸고 있는데, 뱀은 허물을 벗는 중입니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 위해 변태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뱀이 허물을 벗는 동안이나 애벌레가 번데기로 매달려 있는 동안은 아주 조심스럽습니다. 포식자에게 노출되기도 쉽기에 안전한 장소가 필요합니다. 어머니의 자궁과도 같은 안전한 곳에서 보호를 받아야 하지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지하세계를 다녀오곤 했습니다. 그들은 '죽음의 법칙을 깨뜨'림으로써 '자신의 용기를 증명'했습니다. 지하세계 탐방은 일종의 시험이었으며 영웅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였던 거지요. 또한 그곳에 들어가 죽은 자를 데려오거나 이승의 법칙을 초월하여 알고 있는 예언가에게 답을 듣기 위함이기도 했습니다. (<오디세이아> 서해문집 p168~171 참고)


지하세계에는 온갖 것이 다 있습니다. '나의 세계 나무'의 뿌리를 갉아먹는 해충이 있는가 하면 생명이 되는 샘도 있지요. 만약 지하세계를 우리 내면의 세계라고 볼 때 여기에는 과거에 죽은 정신적인 것들이 다 있겠지요. 어떤 것은 완전히 죽지 않고 좀비처럼 살아있을 테고요. 또 어떤 것은 아주 잘 죽어서 더 귀한 아이로 정신이 새롭게 태어나겠지요. 북유럽 신화에는 금은보화를 좋아하며 황금이 묻힌 곳을 알고 지키는'난쟁이'가 지하에 산답니다. 이 난쟁이들이 신비한 마법의 물건과 아주 귀한 예술작품을 만듭니다.



옛날에 '시프'라는 여신이 있었다. 시프는 토르의 부인이었다. 토르는 천둥의 신으로 신들과 인간 중에서 힘이 가장 강했다. 시프는 또한 아름다운 머리카락의 여신이었다. 황금빛으로 출렁이는 긴 머리카락은 마치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에서 올라와 자라난 지식의 나무처럼 아름다웠다. 오딘과 토르와 시프 등 신들이 사는 아스가르드에는 선량한 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심술궂고 못된 장난질을 치는 '로키'라는 신이 있었다. 로키는 변신의 귀재였다. 어느 날, 로키는 시프의 방에 몰래 들어가 잠자고 있는 시프의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버렸다. 하지만 곧 토르의 손에 붙잡혔고, 로키는 황금 머리카락을 원래대로 되돌려 주겠다고 하고 풀려난다. 로키는 난쟁이들이 사는 세계로 내려가 어느 난쟁이들의 동굴에 들어간다. 그곳에는 뛰어난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들이 있었다. 로키는 이 난쟁이들을 구슬려 황금 머리카락과 마법의 창과 마법의 배를 만들게 한다.


 

지하에 사는 난쟁이들이 황금 머리카락과 마법의 창과 마법의 배를 만든다. (에드거 파린 돌레르, 인그리 돌레르 글 그림 <북유럽 럽신화>시공주니어 p46)


난쟁이들이 만든 황금 머리카락은 전의 것보다 더 빛나고 아름다웠다. 마법의 창은 목표물을 절대 놓치지 않았는데 오딘은 이 창을 '궁니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난쟁이들이 만든 배는 크기를 마음대로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으며 바다뿐 아니라 하늘도 날 수 있는 마법의 배인데 '시드블라드니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이런 선물 덕분에 로키는 용서를 받았고, 칭찬을 받자 우쭐해져서 잘난 척을 하게 되었다. "다 내 덕분이지. 난쟁이들 중에서 이들보다 더 훌륭한 솜씨를 가진 대장장이는 없을 걸."


다른 난쟁이가 듣고 은근히 화가 났다. 이 난쟁이 형제도 대단한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였기 때문이었다. 결국 로키와 목숨을 건 내기를 하게 된다. "더 뛰어난 물건을 만들 테니 두고 보자!" 난쟁이들은 열심히 풀무질을 하며 물건을 만들어낸다. 내기에서 질까 봐 로키는 파리로 변신해 이들이 작품을 만드는 동안 눈 앞에서 방해하거나 목에 달라붙거나 하면서 계속 성가시게 해서 하마터면 작업이 중단될 뻔하기도 한다. 형이 아우에게 말한다.

"이제 마지막이야. 잘하고 있어! 계속 불길을 뜨겁게 유지해!"


내기에서 지면 목이 달아나게 생긴 터라 로키는 풀무질을 하는 아우의 눈썹 밑을 세게 찔러 피가 나게 했다. 피를 닦으려고 잠깐 손을 멈춘 사이 불길이 순간 멈추었다. 작품은 예상과 달리 손잡이가 짧은 망치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덕분에 이 망치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개성적인 물건이 되었다.



로키와 내기를 한 난쟁이 형제들이 마법의 물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에드거 파린 돌레르, 인그리 돌레르 글 그림 <북유럽 신화> 시공주니어 p47)


난쟁이 형제들이 만든 물건은 황금 수퇘지와 황금팔찌와 목걸이, 손잡이가 짧은 망치였다. 이들은 다 신비한 마법의 힘을 지녔다. 황금 수퇘지는 하늘을 날았는데 태양처럼 빛이 났으며, 황금팔찌와 목걸이는 9일마다 똑같은 팔찌와 목걸이를 8개씩 낳았다. 손잡이가 짧은 망치는 '묠니르'라는 이름으로 불렀는데, 무엇이든 깨부술 수 있으며 다시 주인의 손에 돌아오는 마법의 망치였다. (에드거 파린 돌레르, 인그리 돌레르 글 그림 <북유럽 신화> 시공주니어 참고)




[글쓰기 미션]

1. 당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물건 사람 일 등)들을 생각해보세요. 가장 소중한 것부터 차례로 일곱 가지 써봅시다. 일곱 가지 색깔의 종이를 한 장씩 준비하고 각 종이에 소중한 것 하나씩 적습니다.


2. 당신은 오늘 시한부 선고를 받았습니다.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하나씩 놓아야 합니다. 위에서 적은 일곱 가지 중에서 놓을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찢어 버리세요.


3. 가장 마지막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요? 그 단어를 넣어 문장을 만들고 이어서 글을 계속 써봅시다.


우리는 과거에 우리 부모들이 하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자신을 격려하거나 또는 처벌하려는 경향이 있다. …… 이처럼 구태의연한 태도가 이제는 당신이 어른이 되어서 맞이하는 기회나 또는 느끼는 만족감을 제한하고 있다. (W. 휴 미실다인 지음  <몸에 밴 어린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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