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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 Feb 28. 2019

나의 세계 나무는

이야기와 타로 활용 자서전 쓰기 19. 12번 매달린 사람


이 훈련의 목적은 앞의 훈련의 결과로서 그에게 다가오는 통찰을 적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올더스 헉슬리<영원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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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복
인내
극기
요가
판단 중지
가지치기
멀리 보기
아주 다르게 보기
부드러운 신념
자발적 헌신의 기쁨


이번 시간에는 메이저의 대비밀 열두 번째, 12번 매달린 사람(Ⅻ The Hanged Man) 카드입니다. 수비학에서 12는 3(1+2)과 같습니다. 여행의 출발선상에 있던 0번 바보는 바로 나 자신이었지요. 나(I)는 거울(II) 앞에서 갈등과 균형을 배우고, 나아가 3이라는 새로운 방향성과 최초의 결과물을 낳았습니다. 이제 13(1+3=4)이 다가옵니다. 13번은 죽음 카드입니다. 12번 매달린 사람의 시간은 죽음과 유사합니다. '나는 죽었다'하는 마음으로 훈련이 필요한 때입니다. 어떤 훈련일까요? 간디와 함께 인도의 지도자로 존경받는 비노바 바베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육신을 낮추고 정신을 드높이는 훈련을 해야만 하겠습니다. 보십시오. 육신은 매 순간 변화합니다. 어린 시절, 청년기, 노년기의 순환에서 벗어난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사람은 누구나 7년이 지나면 온몸이 변화하며, 그 이전에 가지고 있던 피는 단 한 방울도 남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전의 몸이 12년 만에 죽게 된다고 믿었습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속죄, 고행 또는 독송의 기간들을 12년으로 정했던 것이지요. (비노바 바베 지음, 김문호 옮김 <천상의 노래> 실천문학사 p41)


비노바 바베가 말한 '속죄, 고행 또는 독송'이 매달린 사람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종교적 신앙심이 강한 인도인의 정서에 어울리는 과제이지요. 지금 우리에게는 다르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를 테면, 썩 내키지 않지만 할 수밖에 없는 과제, 성공을 향해 사랑을 향해 신나는 인생을 향해 달려가고 싶은데 그럴 수 없게 하는 과제, 세속적인 것의 추구보다는 보다 드높은 정신의 세계를 추구해야 하는 과제,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어떤 분야에 딱 붙들어놓고 스스로를 키워야 하는 과제. 12번 매달린 사람 카드는 꼼짝없이 그렇게 해야만 하는 때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나를 위한 나의 세계 나무에 나를 묶어놓을 때입니다. 헌신이 필요합니다. 억지로 하면 고통스럽지만, 자발적으로 하면 기쁨이 샘솟듯 하는 것이 이 헌신의 특징입니다.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세계수 '이그드라실'과 그를 둘러싼 다양한 세계. (케빈 크로슬리-홀런드 <북유럽 신화> 현대지성 p21)



대부분의 타로 카드에서 12번 매달린 사람 카드는 한 남자가 거꾸로 매달려 있는 그림입니다. 한쪽 발목이 나뭇가지에 묶여 있습니다. 머리 주위에는 금빛 후광이 감돌고요. 나무는 티(T) 자형 나무이거나 하늘에 닿을 듯 자란 콩나무입니다. 콩나무의 경우는 잭이 거인의 세계에 올라가 보물 자루와 황금을 낳는 거위, 저절로 노래하는 하프를 훔친 뒤에 거인이 내려오지 못하게 나무를 잘라내는 이미지입니다. 거인은 그동안 '나'를 지배했던 부정적인 것들, 이를 테면 두려움이나 자만심 같은 것을 상징합니다.


티 자형 나무는 라틴어로 ‘타우(Tau) 십자가’라고 부릅니다. 일반적인 십자가와 달리 타우 십자가는 위로 더 뻗어오를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가지들은 가지 치기라도 한 듯 굵은 둥치만 남아있습니다. 더 좋은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해 나무의 가지를 쳐내듯 번잡한 일상을 정리하고 성공을 향해 뻗어나가던 몸과 마음을 멈추고 바람직한 습관을 훈련할 때입니다. '더 나은 나'가 되기 위해, 어떤 신성한 무언가를 깨닫기 위해, '나'는 항복합니다. 인내하고 견딜 때입니다. '진정한 나'를 나무라고 비유할 때, '나'는 지금 여기에서 뿌리를 잘 돌보아야 합니다.


거꾸로 매달리면 머리가 아래로 향합니다. 실제로 요가를 해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머리가 맑아짐을 느낍니다. 머리를 아래로 한 자세처럼 삶을 전과 아주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구나무서서 뒤집어 봐야 할 때입니다. 관점을 달리하면 새로운 깨달음이 생깁니다. 과거에는 상처였던 것이 "아하!" 하는 이해와 통찰이 생기면서 치유가 되기도 합니다. 시야도 확장됩니다. 보이지 않던 것이 발견됩니다.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채소 기르는 사람'. 그림을 거꾸로 뒤집어 보면 사람 얼굴이 보인다. (이주헌 지음 <느낌 있는 그림 이야기> 보림 p144에서)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껴지거나 주위에 아무도 없는 듯 고독하게 느껴지는 운명적인 시간이기도 합니다. 꼼짝없이 이 시간을 수용해야 합니다. 거꾸로 매달린 사람의 머리에는 황금빛 후광으로 빛이 나는데, 이것은 죽음과도 같은 자발적 헌신을 함으로써 운명의 부름에 응답한 자의 선물같은 것이 아닐까요.


분석심리학자 카를 융은 의식발달에 있어서 다음 단계에 도달하면 ‘의식을 확장하도록 촉구하는 힘’과 ‘기존의 의식세계에 머무르려고 하는 힘’ 이 서로 대립하며 최악의 적으로 둔갑한다고 지적합니다. 기존의 가치관은 새로운 가치관을 거부하기 때문이지요. ‘운명의 소환을 받을 때’ 우리는 ‘세상이 완전히 전복되는 느낌'이 들며, 그것은 '마치 머리로 땅을 받치고 서 있듯 익숙했던 가치와 충성을 바치던 모든 것들이 거꾸로 되어서, 도달하고자 하는 새로운 세계와 끔찍한 갈등을 일으킨다' 고 말입니다. (로버트A.존슨 지음, 고혜경 옮김 <We> 참고)



 

이그드라실의 뿌리는 크게 세 개로 나눠지고 그것은 또 특별한 샘과 연결되어 있다. (케빈 크로슬리-홀런드 지음 <북유럽 신화> 현대지성 p183에서)


 북유럽 신화에는 '이그드라실'이라는 물푸레나무가 있습니다. 이 나무는 세계의 나무 혹은 우주의 나무라고 부르며, 이 나무 주위로는 9개의 세상이 있어요. 신들의 세상인 '아스가르드', 인간들의 세상인 '미드가르드', 거인들의 세상인 '요툰하임', 죽은 자 들의 세상인 '니플하임' 등이 이그드라실을 중심축으로 해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나무의 뿌리는 지하 세계에 있는 세 개의 샘에 가 닿아 있습니다.


한 뿌리는 '운명의 샘'에 닿아 있는데, 이 샘은 운명의 세 여신이 관리합니다. 여신들이 이 샘에서 물을 떠다가 나무에 뿌리면 상처는 절로 치유가 됩니다. 또 한 뿌리는 다른 11개의 강의 원천되는 강으로 샘 근처에 용이 있어요. 또 한 뿌리는 요툰족의 오래된 지혜가 모두 녹아 있는 지혜의 샘인 '미미르의 샘'에 가 닿아 있습니다. 이 샘은 미미르라는 거인이 관리하는데 그는 매일 이 샘물을 마신 덕분에 가장 현명한 거인이 되었지요.


오딘은 미미르를 찾아가 샘물을 마시게 해 달라 했다. 그러자 미미르는 마시라고 허락하면서 대신 오딘의 눈 한쪽을 달라고 했다. 오딘의 눈은 아주 멀리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오딘은 기꺼이 왼쪽 눈을 뽑아 주고, 샘물을 마셨다. 그러자 오딘은 양쪽 세계의 지혜를 모두 얻었으며, 한쪽 눈으로 집중하는 힘도 가지게 되었다. 그는 위대한 신이 되었다. 미미르는 샘 깊은 곳에 오딘의 눈을 숨겨두고 전에는 볼 수 없던 먼 곳까지 볼 수 있게 되었다. 둘은 서로 좋은 친구 사이가 되었다.


오딘의 어깨에는 종종 까마귀 두 마리가 앉아 있었다. 까마귀들은 세상 구석구석을 날아다니며 알아낸 비밀을 오딘의 귀에 대고 속삭여주었다. 오딘은 토르, 발데르, 헤임달 등 아홉 명의 위대한 신들의 아버지라고 불리게 되었다. 오딘은 더 크고 비밀스러운 힘을 원했다. 그래서 그는 이그드라실 나무 가지에 자기 자신을 거꾸로 매달았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인내하며 매달려 있었다.


거꾸로 매달린 채 하늘의 변화와 떨어지는 나뭇잎들을 보았다. 그는 삶의 비밀을 알아내었다. 마법의 룬 문자를 발견한 것이다. 룬 문자를 사용할 수 있는 이는 누구든 굉장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이로부터 이그드라실은 오딘을 기리는 성스러운 나무가 되었다. 사람들은 오딘을 경배하는 마음으로 이그드라실 나무에 각종 선물을 매달았다.


일주일 중 화수목금요일은 북유럽 신들의 이름을 따왔습니다. 수요일은 오딘의 옛이름에서 따왔다고 하지요. 오딘은 '신들의 아버지'라는 이름을 비롯해 많은 이름을 가졌습니다. 오딘은 자신의 이름을 이렇게 말합니다. "내 이름은 무서운 존재, 천둥을 울리는 자, 늘 깨어 있는 자, 혼동을 일으키는 자, 방랑자, 신들의 대변자, 창조자, 놀라게 하는 자." 또 오딘은 수수께끼를 내는 거인을 만나 지혜 겨루기를 할 때 자신을 '가그라드'라고 소개합니다. 가그라드는 "걸어 다니는 부적, 행운을 가져오는 사람"이라는 뜻이고요. 더불어 '신 중의 신', '운송물의 신', '항가구드'라고도 불렸습니다. '항가구드 Hangagud''매달린 자'라는 뜻으로, 세계수에 스스로 매달려 수행하여 룬문자와 마법을 터득했기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케빈 크로슬리-홀런드 지음 서미석 옮김 <북유럽 신화>/ 스노리 스툴루손 지음 이민용 옮김 <에다 이야기> 참고)



항가구드(매달린 자)라고도 불리는 오딘이 답을 얻기위해 죽은 예언자를 깨워 질문한다. 케빈 크로슬리-홀런드 <북유럽 신화> 현대지성 p341


나무는 새처럼 지상과 천상을 연결하는 매개체입니다. 하늘에 가 닿을 수 없는 인간에게 나무와 새는 신비스러운 존재이지요. 차이점이라면 새가 공기(칼, 지성)의 속성으로 연결을 한다면, 나무는 땅(흙, 감각)에 뿌리를 두며 연결한다는 겁니다. 북유럽 신화의 세계수인 물푸레나무를 비롯해, 올리브 나무나 월계수, 자작나무, 복숭아나무나 버드나무 등 나무를 통한 숭배 의식이 있어왔습니다. 신성한 세계와 연결한다는 점에서, 자기 계발과 진화를 향해 간다는 점에서 나무 사다리, 계단과 의미를 공유합니다. 어떤 차원의 시공간에서 다른 차원의 시공간으로 이동해 갈 때 한시적, 일정 시간 동안 단절됨을 이미지를 보여주는 상징물들입니다.


오딘에게는 다리가 여덟 개인 '슬레이프니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리가 여덟 개나 있으니 얼마나 빨리 달리겠어요. 그런 말을 타고 달리던 그가 나무에 매달려 꼼짝 못 하고 있는 시간은 참기 힘든 고통이었을 것입니다. 고통이 크면 클수록, 인내가 강하면 강할수록 얻는 통찰은 더 큰 거겠지요. 오딘이 얻은 통찰은 마법의 룬 문자로써, 이것은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창의성과 영감을 주었습니다.



스노리 스툴루손 지음 <에다 이야기> 을유문화사 p86에서




[글쓰기 미션]

1. 나 자신을 나무로 비유해 보았을 때 나는 어떤 나무가 되고 싶나요? 이 나무는 나에게 어떤 이로움이 있으며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요?

2. 한동안 인내하고 극기하며 스스로를 단련시켰던 때를 떠올려보세요. 언제였으며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3. 다음 문장에 이어서 써보세요.

꼼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그때



오딘이 세계 나무인 이그드라실에 매달려 있었던 아홉 밤낮은 그가 마법적으로 부활하거나 다시 회춘하기 위해 필요한 제의적 시간을 상징한다. -잭 트레시더 <상징이야기>-


운명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할 때, 그것이 평범하거나 합당치 못한 얼굴을 선택한다면, 우스운 일이 될 것이다. -프랑수와즈 사강 <슬픔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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