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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성 Aug 04. 2019

어떻게 해야 한 방울의 물이 영원히 마르지 않을까

이야기와 타로활용 자서전쓰기 28화. 20번 심판 The Judgment

뿐만 아니라 은연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소라였다. 그것을 불고 그 정교한 물건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화강암 고대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존재 - 그런 존재는 별난 존재였던 것이다. (윌리엄 골딩 <파리대왕> 민음사)




"어떻게 해야 한 방울의 물이 영원히 마르지 않을까?" 판 나린 감독의 영화 <삼사라 Samsara>에서



[글쓰기 미션] 다음의 제시어를 보고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보세요.

구원
부활
종착지
운명의 날
현실로 실현
각성을 통한 부활
결정적으로 중요한
때가 되었다
행위의 결과
평가



나를 알아가는 바보의 여정은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대비밀 카드 20번 심판입니다. '심판' 카드의 다른 이름은, '최후의 심판', '구원'입니다. 우리는 그동안의 삶을 통해 무엇이 '나'를 구원하고 무엇이 진정한 생명인지 알았습니다. '나'에 대한 앎은 앞으로 또 있을 평가 무대에서 유용한 지혜가 될 것입니다.


바보는 이제 어떤 선택을 할지 스스로 인식합니다. 결과에 따른 책임도 진다는 수용적이며 성숙한 태도를 가집니다. 이런 인식에 따른 행위는 각자 가진 개성에 따라 다를 테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나일 것입니다. 그 '하나' 안에는 기본적으로 '둘'이 있습니다. 흑백, 남녀, 장단 등 상반된 두 가지. 그리고 그 상반된 두 개가 하나의 단위를 형성하고 반복되는 순환을 통해 운명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20은 2와 0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2(2+0)로 환원됩니다. 10의 2배수이기도 하고요. 2번 고위여사제와 10번 운명의 수레바퀴와 연결됩니다. 우리는 낮과 밤, 일과 쉼 사이의 이원성 속에서 산다는 것을 압니다. 때로 울고 때로 웃으며 사회적 지위도 오르락내리락했겠지만 균형은 잃지 않았습니다. 중심을 잘 잡고 살아왔습니다. 매 순간이 중요한 시간이며, 그 순간들의 반복이 어느 날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간을 만든다는 것을 압니다.


신성을 중심으로 살던 중세 때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사람은 20개의 손과 20개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는 말도 있답니다. 영웅 이야기에서 20번째 날은 시험대에 오르는 시기입니다. '운명의 날’입니다. 평화롭던 날이 위기로 돌변하거나 위기 상황이 일시에 해결되는 중요한 전환의 시기입니다. 승리를 할 것인지 패배할 것인지 평가받는 시기입니다. 뿌린 시간의 씨앗들이 결실을 맺고 수확을 하는 시기입니다.


불교와 힌두교는 윤회를 믿습니다. 인간의 삶이 이 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죽음 뒤까지 연결되며 또다시 태어나 못다 한 숙제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엇으로 다시 태어나느냐 하는 것은 카르마(업業 karma)에 의해 결정됩니다. 선한 업을 쌓아 좋게 태어나든 악한 업을 쌓아 나쁘게 태어나든 인간은 죽고 다시 태어나는 것을 반복하는데 이것을 윤회(輪廻)의 삶, 삼사라(samsara)의 삶이라고 합니다.



20번 심판 카드는 반복되는 삶 속에서 더 높은 앎과 신성을 추구하며 경험하고 깨달은 것을 현실로 가져와 일상에 적용하며 인간 스스로를 구원하는 것에 대한 은유입니다. 다시 한번 카를 융의 개성화 과정을 생각해봅니다.


'개성화(individuation)는 한 인간이 진정한 자아로 성숙해가는 과정을 말한다. 타고난 성격적 요소들과 다양한 인생 경험, 미성숙한 정신적 요소들이 세월을 두고 서로 통합하여 하나의 전체로 완성되는 과정을 말한다. (칼 구스타프 융 지음 김세영 옮김 <칼 융 RED BOOK> 부글북스 p8 옮긴이의 말)


오디세우스(5번 교황 카드에서 소개한 바 있는, 텔레마코스의 아버지)는 20년이 걸렸습니다. 트로이 전쟁을 하고 집으로 오기까지 많은 모험을 했는데, 그가 사용한 20년의 시간은 결국 집으로 오기 위한 시간이었습니다. 20년 만에 돌아온 고향에서는 최후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었지요. 바로 왕국을 노리며 아내 페넬로페를 괴롭히던 구혼자들과의 시합이었습니다. 그들을 다 없앤 뒤에 그는 진실로 자기 집에 있을 수 있었습니다.


깨달음의 여정을 현실화하기까지 20년(a score of years)은 기본으로 걸린다는 의미일까요? 우리 각자의 현실에서 경험의 결과를 현실로 실현하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바다에 던지면 되느니


돌 뒷면 "바다에 던지면 되느니". 판 나린 영화감독은 '삼사라'를 '살고 있는 세상'과 '삶의 순환'이라는 두 가지 의미로 설명한다



우리는 한 개의 돌멩이, 한 방울의 물입니다. 세상을 굴러다녀야 할 돌멩이이며 바다에 던져야 할 물방울입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천사이며, 누군가의 부름을 받고 일어서는, 죽었다가 되살아나는 부활자입니다. 웨이트 타로와 마르세유 타로 카드에는 나팔 부는 천사와 부활하는 사람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여기 등장하는 천사는 일반적으로 가브리엘로 봅니다. 가브리엘은 마리아에게 나타나 메시아(구원자)를 수태고지(임신했음을 알림)한 대천사입니다.


우리 삶에서 임신이란 아마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신선한 생각을 품고 있는 창조적인 내면 정신일 것입니다. 내면세계에 귀를 기울일 때 가브리엘은 우리를 깨웁니다. 천사 가브리엘은 무엇일까요. 천사란 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령이며, 신의 세계와 인간 세계를 소통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존재인데요.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천사로서, 구원의 메시지로, 생명력이 되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낳을 거라고 수태 고지하듯 나타난다면 죽었던 기운도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내 안에서 죽었던 것들, 살아내야만 하는 것들,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일어나 두 팔 벌려 응답하라고 나팔부는 천사가 바로 '나'의 내면의 요청이 아닐까요.


마르세유 타로의 심판 카드는 5번 교황 카드의 삼각구도를 따르며 세 명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고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있고 그 앞에 관에서 일어난 듯한 교황이 뒷모습을 보입니다.


웨이트 타로의 심판 카드는 여섯 명이 등장합니다. 한 가족이 있고 맞은편에 마치 거울에 반영된듯한 모습으로 유사한 또 하나의 가족이 있습니다. 모두 관에서 일어나 천사의 나팔소리에 두 팔을 벌려 반깁니다. 뿔로 만든 나팔은 신의 힘을 상징하며 고대에는 제사를 지낼 때 사용했습니다. 나팔 소리는 강력합니다.  




마더피스 타로에는 이집트 벽화에 자주 등장하는 앵크 십자가가 있습니다. 앵크 십자가는 얼핏 보면 사람의 형상처럼 보입니다. 마더피스의 심판 카드에 나오는 앵크 십자가는 무지갯빛 치마를 입은 듯한 여신의 모습입니다. 여신은 지구를 품고 있습니다. '사랑과 치유를 기초로 생명을 불어넣는' 여신 금성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여신은 우리에게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앵크(Ankh) 십자가. 잭 트레시더 <상징이야기> 도솔 p142에 있는 이집트 벽화


Ankh 앵크 : 앵크는 이집트에서는 생명의 상징이다. 우주, 인간과 신 둘 다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 신비와 숨겨진 지혜를 밝혀내는 지식의 열쇠, 힘, 권위, 서약을 뜻한다. 앵크의 형상은 신 오시리스를 나타내는 남성 상징과 여신 이시스의 여성 상징이 결합된 모양이며, 두 가지 생성원리인 하늘과 대지의 결합을 나타낸다. 앵크는 불사不死 , 내세, 미래를 상징하기도 한다. 일설에는 앵크가 '생명의 나무' 형태로 타원 부분은 영원, 십자는 종횡으로의 확장, 즉 시간과 공간의 무한성을 나타낸다고 한다. (보통은 샌들을 묶는 끈의 모양, 또는 일종의 부적이라고 추측한다.) '진리의 여신' 마트는 손에 앵크를 들고 있다. (진 쿠퍼 <그림으로 보는 세계 문화 상징 사전> 까치 p16에서)




그리스 신화 타로의 메이저 20번 심판에는 헤르메스가 등장합니다. 헤르메스는 이미 1번 마법사 카드에서 만나보았지요. 그는 여행자들을 안내해 주는 신이며 상업의 신입니다. 제우스와 하데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신의 전령사입니다.


1번 마법사에서 그려진 헤르메스는 4원소 화풍수지(火風水地 : 지팡이 칼 컵 팬타클)를 앞에 놓고 두 손을 하늘과 땅을 향해 뻗은 소년의 모습으로 그려진데 비해, 20번 심판에서 그려진 헤르메스는 더 큰 모습으로 날개 달린 모자와 마법 지팡이 카두세우스를 들고서 죽은 이들을 일으켜 영혼을 안내하는 자로 그려져 있습니다.


헤르메스는 '과거의 경험들이 합쳐져 지성적인 패턴의 일부로' 나타나는 이미지를 인격화한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경험들의 결과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 때' 등장합니다. 이것은 머리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의 하계에서 이루어지는 일종의 요리'에 비유됩니다. 고민하며 탐구하던 것이 이미지나 형태를 얻게 되고 '마침내 새로운 창작품이 탄생'하거나 '갑자기 모순이 사라지고 삶의 패턴을 깨닫게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지난 노력들의 결과가 나타나는 시기'이며 수확과 결실의 때를 말합니다. (인용부분은 줄리엣 샤먼 버크 외 <그리스 신화 타로 해석 사전>에서)




이너차일드 카드의 메이저 20번 심판에는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에서 마지막 부분인 막내 돼지가 늑대를 잡기 직전, 늑대가 지붕 위 굴뚝에서 내려가려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막내 돼지는 지붕 위에 있는 늑대를 의식하되, 모르는 척 불을 활활 피우고 커다란 솥에 물을 끓입니다. 돼지를 먹으려던 늑대는 곧 돼지의 먹이가 됩니다. 늑대로 상징되는 이기심이나 두려움은 강렬한 불과 물에 정화되고 돼지로 상징되는 지혜는 용기까지 더해집니다.

 



조지프 제이콥스 원작 <아기 돼지 삼형제> (그레이트) 그림책에서. 여러 번의 위협과 해결, 마지막에는 돼지가 늑대를 먹는다


아기 돼지 삼형제가 있었다. 이들은 각자 자기 개성에 따라 집을 짓는다. 첫째는 지푸라기로, 둘째는 나뭇가지로, 셋째는 벽돌로 집을 짓는다. 늑대는 첫째와 둘째의 집을 단번에 날려버리고 돼지들을 먹어버린다. 그리고 셋째 돼지의 집에 가서 또 날려버리려 한다. 하지만 벽돌로 만들어 굳건한 집은 꿈쩍도 않는다. 늑대는 돼지에게 세 번 유혹한다.


먼저 맛있는 순무가 있는 곳을 안다고 말하며 다음날 아침에 만나서 같이 캐러 가자고 한다. 셋째 돼지는 그러자고 하고, 다음 날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나가 순무를 캐 온다. 그래서 늑대는 돼지를 먹을 기회를 놓친다. 또 늑대는 사과를 따러 가자고 하고, 사과나무에 오른 돼지는 사과를 따서 멀리 던진다. 사과를 주우러 간 사이에 돼지는 얼른 집으로 온다. 다음으로 늑대는 시장에 가자고 하고, 시장에 간 돼지는 커다란 통을 사서 그 안에 들어가 언덕을 굴러 내려간다. 늑대는 굴러오는 통을 피하는 바람에 또 돼지를 먹을 기회를 놓친다


돼지를 먹기 위한 욕망에 눈이 먼 늑대는 마침내 돼지네 집 지붕 위로 올라간다. 굴뚝을 통해 맛있는 음식 냄새를 맡은 굶주린 늑대는 굴뚝 아래로 내려간다. 그러나 늑대를 기다리는 것은 커다란 솥에 담긴 펄펄 끓는 물이었다. 돼지를 먹으려던 늑대는 돼지에게 먹이가 된다.



[글쓰기 미션]

1. 지금까지 '나'의 재능이 가장 잘 평가받은 것은 어떤 것인가요? 

2. '나'를 성장시키고 몸과 마음을 강화시키기 위한 그것으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3. 세상이 나를 부른다면 그것은 어떤 분야일까요(어떤 분야였으면 합니까)?

4. 지금까지 자서전을 꾸준히 잘 써오고 있나요? 중간에 막힌 부분이 있다면 다시 그곳으로 가서 늑대를 잡아 먹듯 써치우기 바랍니다.

5. 아래의 그림(페이 타로 20번) 속 인물은 무엇을 하다가 깜빡 잠에 들었을까요? 깨어나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할까요?


Art Tarot, 'the Fey Tarot' The Judgement. made in Ita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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