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와 타로 활용 자서전 쓰기 29화. 21번 세계 The World
어느 날 한 권의 책을 읽었다.
(오르한 파묵 <새로운 인생>)
[글쓰기 미션] 다음의 단어들을 넣어 '나'로 시작하는 문장을 만드세요.
완성
화합
자유
눈뜸
소속감
정체성
전체와 조화
새로운 시작
지혜로운 정신
괄목상대(刮目相對)
수미상관(首尾相關)
우주적 여성(열세 번째 별자리)
이제 '세계'에 이른 '바보'는 '완전'함을 찾았습니다. 완벽함이 아닙니다. 온전함입니다. 바보는 매달림이라는 자발적 수고와 죽음이라는 변환의 시간을, 별과 달과 해의 초개인적인 시간을 지나왔습니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평가를 통해 어떠한 인식에 이르렀습니다. '나는 이런 인간이구나', '그래서 그렇게 된 거구나' 같은, 자신의 색깔과 삶의 무늬, 정체성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양극이 실은 하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불화는 조화로 녹아들고, 투쟁은 춤이 되며, 오랜 숙적은 연인이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우주의 절반이 아니라, 우주의 모든 것과 친구가 된 자리에 있게 된다. (켄 윌버 <무경계> 정신세계사)
대부분의 타로 21번 카드에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통합한 존재가 등장합니다. 융(구스타프 카를 융)식으로 말하면 아니마(남성 내면에 있는 여성성)와 아니무스(여성 내면에 있는 남성성)의 결합입니다. 혹은 양의 성질과 음의 성질을 하나로 표현한 태극문양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21이라는 숫자는 신성한 수로 여기는 7과 3을 곱한 것입니다. 더하기가 아닙니다. 21일은 아기를 낳으면 삼칠일(三七日, 3·7=21) 간 부정한 것을 꺼리는(忌) 기간을 가리키며, 신께 간절히 기도하는 시간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일연의 <삼국유사>를 보면 하늘 신 환웅이, 인간이 되기를 소망하는 곰과 호랑이에게 쑥 한 타래와 마늘 스무 개(1+20)를 주면서, 이것을 먹고 100일 동안 인내하라고 하는데 곰만 '스무하루를 기(忌)하여' 인간 여인이 됩니다. 특별한 여정의 21일은 100일에 맞먹는 시간의 효과를 가집니다.
시공간과 존재성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10간(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과 12지(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12궁(별자리,♈♉♊♋♌♍♎♏♐♑♒♓)과 10행성(☉☽☿♀♂♃♄♅♆♇)이 있습니다. 모두 '21'을 가리킵니다. 타로의 메이저 카드가 바보('나')와 스물한 장으로 구성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참고. 주디스 베넷의 별자리 심리 점성학에서는 열두 별자리를 다 거친 존재로, 열세 번째 별자리 '우주적 여성'을 설명합니다. 필자의 브런치 25화 '지금 어느 별자리 시기를 지날까'에 간략히 소개해 놓았습니다)
웨이트 타로와 그리스 신화 타로의 21번 카드에는 남성과 여성을 통합한 존재가 등장합니다. 웨이트 타로 21번 세계에는 나선형(혹은 S자, 태양 카드에서의 깃발 형태)의 흰 천을 몸에 두른, 여성처럼 보이는 양성일체 존재가 아몬드 모양(만돌라 혹은 베시카피쉬스. 필자의 브런치 8화 '씨앗은 풍요를 품고 있다'에서도 설명한 바 있습니다) 안에서 양손에 지팡이를 들고 알몸으로 춤을 추고 있습니다.
이 양성일체 존재의 다리는 4번 황제와 12번 매달린 사람의 다리 형태인 4자 모양을 하고 있지만 발이 공중에 떠 있으며 땅에 닿아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구라는 땅의 현실성(4의 의미), 인간이라는 존재의 현실성을 떠날 수 없습니다. 현실을 살아내는 그 힘은 카드 네 모서리에 있는 네 가지 힘, 지수화풍으로 상징되어 있습니다.
인생을 지수화풍이라는 4가지 기본 요소가 건강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완벽한 통일성을 보인다. 그녀는 영감에 따라 행동하고(불), 느끼고 나누며(물), 육체와 물질적 영역을 중시하고(흙), 소통하고 협력한다. (주디스 베넷 <여성을 위한 별자리 심리학> 이프북스)
그리스 신화 타로에서는 하나의 몸에 남성과 여성, 머리 두 개를 가진 존재로 그려져 있으며 이는 신화 속에 등장하는 '헤르마프로디토스 Hermaphroditus'입니다. 이 헤르마프로디토스 주위에는 커다란 뱀이 둥근 원을 그립니다. 자웅동체의 뱀,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세계사(世界蛇)로서 완전성을 상징하는 뱀인 우로보로스입니다. 여기에도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힘인 지수화풍, 타로의 마이너 아르카나 카드인 펜타클, 컵, 지팡이, 칼이 네 방향에 있습니다.
헤르마프로디토스에 관한 여러 전설 중에서 <그리스 신화>를 쓴 신화학자 카를 케레니는,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 사이에서 에로스가 탄생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는 '밤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밝은 대낮의 여신 헤메라의 자식'이며 둘은 '쌍둥이 남매 사이'였고 이 사이에서 아들 에로스가 탄생했다고 합니다. '아프로디테는 그 아이가 어릴 적에 이다 산의 님프들에게 맡겼고, 그는 한 동굴 안에서 성장'합니다. 그 '사랑스러운 소년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특성을 두루 갖추고 있었'는데, 열다섯 살이 되자 소년은 고향 산을 떠나 여행을 다니며 '강과 샘과 온천을 두루 다니며' 경험합니다. 그러다가 살마키스의 샘에 이르게 됩니다. 님프 살마키스는 소년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집니다. 소년은 살마키스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물의 힘을 거역할 수는 없었습니다. 소년은 샘에 뛰어들었고, 살마키스는 하나 되게 해 달라고 신께 빕니다. 소원은 이루어집니다.
마더피스 타로의 세계 카드에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손과 발을 잡고 연결된 인간 띠를 이룬 둥근 원 안에 한 여인이 춤을 춥니다. 왼손에는 탬버린을 오른손에는 횃불을 들고. 노란색 원피스를 입었는데 무릎과 옆구리와 어깨 부분의 옷이 찢어져 몸이 드러납니다. 옷과 같은 보이는 '외부 모습은 이제 중요하지 않습니다.' 무언가 일을 하면 '세계는 낡은 것에서 새로운 것으로', '자유롭게 변화'한다는 것을 압니다. 또 그렇게 이미 되었습니다. 그녀는 이제 '주기를 알고 자신을 사랑할 줄' 압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들은 지금 여기에 다 있습니다. (인용 부분은 카드 해설서에서 참고)
이너 차일드 타로의 메이저 21번은 '지구 아이 The Earth Child'입니다. 갓 태어난 아기가 새빨간 심장(하트)을 두 손으로 살며시 감싸며 지구를 바라보고 있는 그림입니다. 이 아이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창조성의 잠재력'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동안의 여정으로 얻은 지식은 완성되었으며 그것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어지는 22번 즉 0번으로 다시 돌아가는 순환의 주기를 알리는 것입니다. 새로운 시작지만, 이 시작은 이전의 시작과는 다릅니다. 보다 더 '파워플하고 신성한 영향력들'이 우리 주위를 감싸는 '아우라 안에서' 창의적인 정신이 잉태하고 있습니다. 이 창의적이며 지혜로운 정신은 우리 안에 'DNA와 세포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용 부분은 카드 해설서에서 참고)
이제 타로의 메이저 아르카나의 여정은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을 기억할 때입니다. 우리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은 '나'라는 한 권의 책이라는 것, '나'의 이야기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세계라는 것을.
우리는 다른 이들의 책 속에서 '나'를 발견합니다. 글쓰기는 밀실에서 쓰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입니다. 광장으로 확장하여 공적인 영역이 되어 소통할 수도 있습니다, 본인이 원한다면.
자기를 깊이 신뢰하며 수치심과 두려움을 이겨낸다면, 마녀의 저주와도 같은 어떤 습성을 인식하고 씻어낸다면, 뼈아픈 후회에도 포기하지 않고 슬픔의 강을 건넌다면, 성장을 방해하는 돌멩이가 날아와도 계속해서 나아간다면 글 쓰는 일이 얼마나 기쁨을 주는 일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입을 꾹 다물고 씁니다. 다 쓴 뒤에는 던질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지독한 인내와 과감한 용기를 <백조왕자> 이야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엘리사는 실을 잣고 옷을 짤 때 극심한 아픔을 느끼지만 견딥니다. 말을 하라는 유혹과 협박에도 침묵으로 일관합니다. 옷 만드는 일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때가 되었을 때, 다소 미흡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는 짜던 옷을 세상에 던지고, 마침내 저주는 풀립니다.
옛날에 한 임금님이 아들 열한 명과 엘리사라는 딸 하나를 두고 살다가 새 왕비를 맞았다. 새 왕비는 왕자들에게 마법을 걸어 해가 져야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는 야생 백조로 변신시키고 열다섯 살이 된 엘리사는 궁궐 밖으로 내쫓는다.
엘리사는 깊은 숲으로 들어가 지내는데 어느 날 한 할머니를 만나 오빠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오빠들은 낮동안의 힘겨운 여정을 하며 엘리사와 함께 바다를 건넌다. 고향 건너편 땅에 도착한 엘리사는 어떻게 하면 오빠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엘리사의 꿈에 요정이 나타나 방법을 알려준다. 야생 백조들의 옷을 짜라는 것이다. 단 엘리사가 머문 동굴 주위에 난 쐐기풀이나 무덤가에서 자라난 쐐기풀이어야만 하며, 다 만들 때까지 말 한마디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엘리사는 옷을 짜기 시작한다. 쐐기풀을 뜯고 짓이기고 실을 잣고 옷을 짜나가면서 말 한마디 하지 않는다. 첫 번째 옷을 완성했을 때 숲으로 사냥 나온 왕을 만나게 된다. 엘리사는 왕과 함께 궁으로 간다. 왕과 결혼한 뒤에도 계속 옷을 만든다. 거의 다 만들 무렵 실이 떨어지고 만다.
엘리사는 무덤가로 가서 쐐기풀을 뜯어온다. 이 모습은 마녀처럼 보였다. 결국 엘리사는 화형에 처하게 되고, 사람들로부터 온갖 야유를 받는다. 엘리사는 침묵 속에서 계속 옷을 짜고 창공에는 야생 백조들이 날았다.
그리고 화형을 집행하려는 순간 엘리사는 완벽하게 만들어지진 않았지만 그동안 만든 열한 벌의 옷들을 하늘을 향해 던진다. 열한 명의 백조들은 멋진 왕자들로 변신한다. 막내 왕자의 한쪽 팔에는 깃털이 남아있었다. (안데르센 원작 <백조왕자>)
[글쓰기 미션] 앞으로 삼칠일(21일) 간 아침에 글을 씁니다. 다음의 문장으로 시작하여 21분 동안 쉬지 않고 아무거나 계속 써나갑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씁니다.
나는 나라서 좋다.
… 나는 나의 인생의 시간을 탕진하고 낭비했다. 나는 우주의 어떤 책장에 그러한 총체적인 책이 있다는 걸 믿지 않는다. … 그러나 <도서관>은 영원히 지속되리라. 불을 밝히고, 고독하고, 무한하고, 부동적이고, 고귀한 책들로 무장하고, 쓸모없고, 부식하지 않고, 비밀스러운 모습으로 말이다. … <'도서관'은 한계가 없지만 주기적이다> 만약 어떤 영원한 순례자가 어느 방향에서 시작했건 간에 도서관을 가로질렀다고 하자. 몇 세기 후에 그는 똑같은 무질서(이 무질서도 반복되면 질서가 되리라, 신적인 질서) 속에서 똑같은 책들이 반복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리라. 나는 고독 속에서 이 아름다운 기다림으로 가슴이 설레고 있다. (보르헤스 <바벨의 도서관>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