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008. 쿄이의 시선
봄볕은 며느리를 쬐이고 가을볕은 딸을 쬐인다는 말처럼, 봄 햇살은 계절이 지닌 이미지와 달리 거친 면이 있습니다. 마지막 추위가 끝나고 성큼 불어온 봄바람에 설레기보다 왜인지 무력해집니다.
열두 달 중 벌써 세 개의 달을 보냈다는 압박감 때문일까요?
여름을 준비시키듯 따끈하게 데워진 공기 때문일까요?
낮의 발걸음이 대기가 머금은 모래처럼 무거워 가라앉다가도
빨갛게 익은 작은 볼들과
간지럼을 타듯 비집고 나오는 초록,
아지랑이로 떠도는 작은 음성들을 마주하면 언제 불안했는지 모르게 마음이 데워집니다.
오늘은 파랑이 이는 모래 위로 뛰노는 사랑을 보았습니다.
아직 가지가 빈 나무들을 보며
작년 봄, 아이의 작은 손을 꼭 쥔 채 ‘꽃잎이 팝콘처럼 내리네’라고 하던 어떤 세상을 떠올립니다.
올해는 봄이 오려다 말고 눈이 내렸으니, 꽃이 더 눈부시게 피어날 것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