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다

essay 003. 쿄이의 시선 [Frances Ha]

by Kyoi



영화의 3막을 보면 상승 뒤에는 꼭 하강이 있다. 쭉 뻗은 직선 위에서 주인공은 무수히 많은 곡선을 그리며 달린다. 스토리에서 항상 주인공의 절망에 비례하여 보상을 주진 않지만, 배턴을 주고받는 거처럼 시련 뒤에는 또 어떤 기쁨이 기다리고 있다. 뭐 작법 공부를 그리 열심히 한 건 아니지만 얕게나마 깨달은 거다


어느 순간부터 기대를 버리게 되었다. 대신 힘든 일이 생기면 ‘아이 또 무슨 좋은 일이 생기려고, 대체 나를 얼마나 크게 만들려고 이런 시련을 주나’하고 생각한다. 현실은 내 마음처럼 잘되지 않고, 그 사실을 알아버린 사람으로서는 어떤 기대보다 때로는 자조가 다음을 살아가는데 더 도움이 되는 거 같다.


프란시스 하처럼 몇 년이 지나도 마음에 남아, 내가 살아가는 시간에 따라 여러 시선으로 담아두게 되는 영화들이 있다. 보는 동안 주인공이 관객의 기대에 무조건 부흥해 주지는 않아도, 여정 끝에 더 중요한 깨달음을 얻는 걸 보면 4D로 탑건을 볼 때처럼 가슴이 두근두근한다. 여기저기 치이다 결국 자신의 빛을 발견한 주인공을 볼 때면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더 큰 가능성을 거머쥔 거 같아서 마음이 채워지는 기분이다.


작년 한 해를 성찰하며 프란시스 하를 많이 떠올렸다. 그러면서 크게 고쳐먹은 건 시선을 외부가 아닌 나에게 두는 것이다. 나의 기준을 만들어가고 어떤 목표로 가면서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면 나도 모르게 남들과 비교를 하게 된다. 그러면 어느 순간 동력을 잃고 지나간 어는 순간들을 후회하게 되는 거 같다. 그저 지금을 살아가며 필요한 건 내 속도와 기준을 바라보며 내게 발을 맞춰주는 게 아닐까. 그런 하루들이 쌓이다 보면 분명 만족할 결과들이 생길 거라 믿는다.


오늘 남겨 두고 싶은 건, 어떤 플롯이든 시련과 노력 끝에는 주인공 ‘스스로’가 만족할 만한 결말이 주어진다는 것. 삶도 그럴 거라 믿는다.


가까이서 보면 찌릿한 현실이지만 멀리서 보면 짜릿한 낭만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잘 될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