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지구의 빛을 어떻게 기억할까

essay 004. 쿄이의 시선

by Kyoi


60년대까지만 해도 한강에는 백사장이 있었다고 한다. 여름이면 수영과 일광욕을 즐겼다는데, 여름 햇살에 모래가 익던 한강의 냄새는 어땠을까?


김수영 시인 일화에 따르면 무더운 여름, 아내와 한강변을 걷다 더위를 못 이기고 나체로 강물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부끄러움 없이 먼저 옷을 훌렁 벗어던지던 시인의 아내는 비단 더위 때문만이 아니라 열기로 발을 뒤덮는 부스러기들과 달리 잔잔하게 흐르는 물에 몸을 내던지고픈 충동을 느꼈을 거라 마음대로 추측해 본다.


한강에서 비치웨어를 입은 사람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여의도에 경비행기가 날아다니던 때. 그 시간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로서는 아쉬움과 함께 그때의 향취를 상상해보게 된다.


요즘은 각 계절들이 주던 고유한 분위기와 인상들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게 느껴진다. 봄만 되면 운동장에 아지랑이처럼 피던 흙먼지라던가, 그때 코끝을 스치던 쇠 냄새들, 오후 시간만 되면 들어갈 시간을 알려주려는 듯 놀이터 모래 위에 짙게 지던 동그란 회전무대의 그림자 같은 거 말이다.


여름 방학 끝자락이면 오후 시간마다 거실에 다리를 쭉 펴고 앉아 멍하니 창밖을 봤던 거 같다. 짙은 색의 대나무 발 사이로 열기가 한풀 꺾인 햇빛이 들어오고 식은 바람이 선선하게 발바닥을 스치면 하루 동안 내 안에 떠다니던 감정들이 한데 모여 마음 저 밑으로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고요한 집에 우두커니 앉아 마루에 비치는 해의 흐름을 볼 때면 어렴풋이 언젠가 마주해야 할 어떤 끝들을 떠올렸던 거 같다.


오후에 차 안에서 57분 교통 정보를 들을 때도 그랬다. 어린 시절, 어둠 아래 주광 빛들이 강물을 적실 시간에 강변북로를 지나다 57분 교통정보가 들려오면 무척이나 울적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라디오의 음질이 달라진 건지 차의 질감 때문인지 아님 한강의 색이 변한 건지 모르겠지만, 뒷자리에 앉아 창에 코를 대고 뚫어져라 강물을 보던 그때의 느낌이 사라져버린 것만 같다.


그래서 오늘은 우연히 본 한강 백사장 사진을 계기로, 어떤 시간들이 가진 질감을 이야기와 장면에 담아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