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006. 쿄이의 시선
내 손톱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었다. 사람을 처음 만나면 ‘손톱’부터 보게 된다는 그는 조금 어색함이 풀린 때가 되어서야, 여태 만난 사람들 중 내 손톱을 보기가 가장 어려웠다며 누군가의 첫인상을 손톱으로 기억하는 자신의 취미를 실토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후 나도 줄곧 다른 이의 손톱을 살펴보게 된 거 같다.
그중 애틋한 사진처럼 느껴지는 손톱도 있었다. 누가 봐도 무심하게 툭툭 잘려나간 엄지손톱의 모양새가, 쌀쌀해 보여도 모가 나진 않은 그이의 의연한 모습과 닮아 다정한 느낌이 들었다. 그와 달리 내 손톱을 보면 둥글둥글하게 바짝 깎인 모습이 꼭 솔직한 속내를 감추는 거처럼 느껴졌다.
한 해 한 해가 벅찼다.
나의 부끄러움과 무언가 명확히 붙잡아지지 않는 어지러운 마음도, 일정하게 잘려나가는 이 손끝의 부산물들처럼 잘려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 손톱을 궁금해하던 그도 나처럼 짧고 둥글둥글한 손톱을 가졌다. 이 세상에 나로 존재하기 위해 좋아하는 걸 하기로 결심했지만 그걸 하는 나는, 세상에 오롯이 존재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불안을 알고 있었다.
언젠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상실의 시대를 집필하던 시절, 설원에서 죽음을 택하던 일본의 젊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쌓인 눈을 보면 손 한가득 움켜쥐고 싶은 열망이 들던 어릴 적처럼 어쩌면 그들은 빛나는 무언가를, 누군가의 따뜻한 손을 그렇게 잡아보고 싶던 거일지도 모르겠다.
아직 잠에서 덜깬 이들을 깨우려는 듯 봄 기운을 비집고 들어온 추위 예보를 보며, 겨울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그를 떠올린다. 반월처럼 희던 그의 손끝과 말들도.
유난히 길던 겨울, 그도 암스테르담에서 눈을 봤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