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청첩장과 인간관계에 대하여
청첩장 그 의미를 짚어보며
평소에 다리 건너 알던 둘이서는 만날 일이 없는 친하지 않던 친구가 갑자기 생일 선물 기프티콘을 보냈다.
그러면서 메시지에 "내 결혼식 날 꼭 와죠야대." 라고 했다. 내 생일 5개월 뒤면 이 친구가 갑자기 생일 선물을 챙겨줬다. 그때 당시엔 '사람의 의도를 꼬아 해석하지 말자'라는 생각을 하며 참 고마웠다. 나도 또한 몇 일 뒤인 이 친구의 생일에 그만큼의 선물을 해 주었다. 그로부터 5개월 뒤인 이 친구의 결혼식에 나는 갈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곳에서 나의 헤어진 전 남자친구도 올게 뻔하기 때문이었고, 친하지도 않은데 사실 가고 싶지가 않았다. 이제는 억지로 내가 맺고 싶지도 않은 관계를 다시금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하고 싶은 나이가 아니기도 했다. 이 여자아이와 나는 완전히 취향도 생각도 다른 아이였다. 심지어 축하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래서 청첩장은 받았으니 카톡으로 너무 축하한다며 축의금 5만원을 보냈다. 그런데 그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이 친구가 "거절하기"를 누른 것이었다. 그래서 또 강하게 나가지 못하는 나의 성격에 "내 마음 이렇게라도 표현해. 내가 사정이 있어서 못 가게 되었어. 작지만 받아줘."라고 했더니 그제야 받았다.
축의금 거절하기 버튼을 클릭하는 친구는 처음이라 사실 불쾌하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그 여자 애가 의사 남자애랑 결혼하니 자기 딴에는 5만원 축의금이 작고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래도 그 친구의 말대로 밥도 안 먹고 축의금만 보내니 안 받는 것으로 다시금 의도를 꼬아 해석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그 후로 한 5개월 뒤에 그 친구가 자기 팔로우로 '나'를 그대로 두고 나의 '팔로우'만 취소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니까 자기 소식은 보게 하되, 내 소식은 안 보겠다는 것이다.
내가 꼬아서 해석하지 않으려던, 순수하게 그 의도대로 고마움을 해석하려던 그 친구의 뜻에 의문을 갖게 했다.
'결혼식에 못 가서 기분 나빴던 것인가? 어차피 오래가지도 않을 관계 에이 그냥 잊어버리자.'
친한 언니가 결혼을 한다. 결혼한다고 축하 전화를 돌리는데 직장 동료였던 선배가 "전화 한 통 없더니 이제야 전화를 돌리네."라고 해서 '죄송하다'는 말만 연거푸 했다고 한다. 청첩장을 돌리며 결혼한다고 알리는 축하스러운 자리에 괜히 민망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 하는가...
청첩장. 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애매모한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선이 되고, 통장 잔고를 확인하며 살아가는 여유가 부족한 사람에게도 애매모한 인간관계를 그래도 유지해야 할 수밖에 없는 관계를 위해 큰 지출을 감행하게 만든다.
주는 사람 입장에서도 참 난처한 상황이 많다. 누구는 안 줬다고 서운하다고 난리, 주려고 전화하면 오랜만에 이런 걸로 연락하냐고 핀잔을 듣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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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주고받던 "생일 초대장"이 기억난다. 그땐 단순히 "내 생일 파티에 올래?" 초대를 하며 친구들과 함께 태어난 날을 축하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땐 정말 서로가 기분 좋게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청첩장"은 주고받는 과정 중에서 참 애매모호한 인간관계가 정리되기도, 선분이던 관계가 점선처럼 되려 애매해지기도 한다. 단순히 결혼을 "축하" 해주는 분위기가 "생일 초대장"처럼 형성되기 어려운 이유가 뭘까? 바로 "축의금"때문이 아닐까.
"축의금"이라는 돈 때문에 "축하"의 백지 뒤에 어지러운 밑그림이 씌어진다. 그렇다고 "축의금" 안 받는 결혼 문화를 만들기엔 내가 낸 돈이 지금까지 어마무시하게 많다. 낸 축의금만 합쳐도 소형차 한 대는 뽑고도 남았을 것이다. 내가 결혼을 하더라도 또 그러한 일들이 벌어지겠지. 다만 나는 애매모호한 관계에게는 서로를 위해 청첩장을 주지 않아야겠다. 더한 애매모호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청첩장. 나와의 얽히고설킨 구불구불한 어질러진 전선들의 인간관계를 새롭게 직선으로 정립하는 어쩌면 "인간관계 정리 티켓" 이 되는 씁쓸함이 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