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인스타를 하시나요

SNS 건강주스

by Yenny

인스타를 한지 어느덧 3년 정도 된 것 같다.

인스타그램이 최초로 생기고, 주위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때도 나는 굳건하게 SNS는 이제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한 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조차도 들지 않았다.


"인스타그램" 전 "페이스북", 페이스 북 전에는 "싸이월드" 시대에 살았던 나는 한 때 "싸이월드"에서 하루하루 먹은 것을 재미있게 일기로 풀어낸 '푸드 다이어리를' 연재해서 매일 사람들이 내 다이어리가 너무 재미있다며 좋은 반응과 함께 구경하러 왔었다. "페이스북"에서도 활발하게 나의 사진을 올렸고 하루하루 친구들이 눌러주는 "최고예요" 반응에 기분이 업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누군가가 내 글에 "최고예요" (엄지 척 표시)를 누르지 않으면, '나한테 서운한 게 있나?' , '나를 안 좋아하나?' 등 별 쓸데없는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걱정이 하루하루 안개 자욱하게 머릿속을 피워댔다. 내 글이나 사진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고, 그것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인데 그 "최고예요" 하나 때문에 내 하루가 온통 지배당하는 기분이 너무 싫었다. 신경안 써도 될 것에 신경 쓰는 것이 싫었다. 그런 이유가 SNS를 안 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다.


또 다른 이유 하나는 내가 살아가는 하루의 일상에 타인의 관점이 베여 "보여주기"식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 같았다. 사진 찍히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던 나인데, 어느 순간 내가 예쁘게 나온 사진은 꼭 SNS에 올리게 되고 그에 대한 남의 댓글에 기분이 좋아지게 되었다. 하루는 여행을 함께 간 친구가 한 장소에서 사진을 예쁠 때까지 수 십장씩 찍는 것을 보고, 사진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왜 찍는 것인가에 대한 목적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친구가 페이스북에 스타벅스 로고가 크게 박힌 사진 하나를 올렸는데 그 순간 '나도 진실된 내 삶을 살아가기보다는 누군가에게 보이는 삶에 무게와 비중을 지나치게 두지는 않았는가?' 생각하게 되었다. 그 이후 페이스북도 하지 않았다.


타인에 대한 반응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었다. 내 삶에 사진기 프레임이 끌려오는 것이 아니라 그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늘 일상 마시던 공기를 들이켜고 아름드리 노을 지는 풍경을 가득 눈과 마음에 채워 넣고 싶었다. 진짜 본연의 내 삶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렇게 다시는 SNS를 하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을 6년 넘게 지조 있게 지켰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지금 인스타램을 한다. 마치 지각 변동이 일어난 것 같다.


어떻게 된 일일까?


우선 주위에서 인스타그램을 모두가 하니, 친구의 하루 일상을 나만 모르게 되었다.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넷 중 세명은 인스타그램을 하고 나만 안 하게 되니, 서로의 일상을 스토리로 공유하고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소외감과 미안함이 많이 들었다. 인스타 그램은 "요즘 어떻게 지내니?"라는 채팅 대신 사진으로 문자 언어를 대체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아주 편리한 수단이 되었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게 됨으로써 친구가 자신의 일상을 나에게만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더욱더 친구 간의 결속력이 생긴 것 같다.


이제는 나도 맛집에서 벅차오르는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나만 알기 아까운 하루를 온통 행복함으로 도배할 수 있는 좋은 음악을 들었을 때 ' 사진을 찍어서 친구들에게 정보를 공유해야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또한 인스타그램을 통해 내가 모르는 세계 건너편 사람들의 삶까지 쉽고 빠르게 알게 되었다. 어떤 그림을 참고해서 그리고 싶어도 한 번도 들어보지 못 한 작가더라도 키워드로 내가 원하는 알고리즘을 통해 쉽게 검색하여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성공한 사업가의 일상도 쉽게 알 수 있고, 한 번도 마주치지 못 한 다른 지역의 사람이더라도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사람을 통해 자극을 받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나는 운동을 좋아해서 "헬스" 지식을 알려주는 사람들을 팔로우해서 정확한 운동 기구를 다루는 동작을 반복해서 보거나 운동이 하기 싫은 날도 이 사람들을 보며 헬스장을 향하곤 한다. 또한 요즘에는 경제 지식을 공유하고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을 팔로우하고 있는데 내 삶에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나아가는데 굉장히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그럼 페이스북은 다른가? 내가 페이스북을 했을 때 가졌던 감정으로부터 해방되었는가?

사실 그렇지 않다. 늘 좋아요를 눌러주던 친구가 어느 날 지속해서 좋아요를 눌러주지 않으면 그때부터 스멀스멀 고민이 피어오른다.

' 요즘 나에게 서운하게 있나?'

이 친구가 다른 친구의 사진에는 좋아요를 누른 게 하필 또 보인다.

고민이 또 추가된다.

'진짜 나한테 서운한 게 있구나!'


어떤 카페를 가더라도 '포토 스폿'이 있는 곳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내가 카페를 차리면 '포토 스폿'을 꼭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동기들과 단체 여행을 갔는데, 여행지에서 다들 한 장소에서 수십 장의 사진을 찍고 차에 올라타자마자 하는 일은 대화 대신 "인스타그램"앱을 실행해서 사진 올리기 바쁘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인가?

아니라고는 말은 못 하지만 세모 정도다.

한 달에 한 번 인스타 사진을 올릴까 말까 하고 , 해시태그 거는 방법도 모르던 내가, '셀고'라고 친구들이 놀리던 나도 이제는 친구들이 내 사진을 예쁘게 찍어주면 꼭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어 진다. 하지만 지배받지 않으려 한다.


사진을 올리고 일상을 공유하는 것은 개인의 성향이 다 다르니 잘 못 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SNS를 하는 사람은 과시적인 사람이고, SNS안 하는 사람은 시대에 뒤 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너무 흑백논리인 것 같다. SNS를 하고 안 하고는 개인의 자유다.


다만 SNS를 하게 된다면 내가 좌표 설정을 잘해서 건강한 좌표에 나의 점을 꾹 찍고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지나친 보여주기식 삶에 내가 지배되지 않는가. 내가 SNS를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일상 기록용으로 문자를 대신하여 사진으로 남기거나 다른 사람에게 좋은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것인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어디인지 아는가?

"부탄"이다. 하지만 부탄은 더 이상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사람들이 인터넷 전산망의 접근 활성화를 통해 SNS를 시작하게 되면서 자신의 삶을 건너편의 타인과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그 행복에도 금이 가고 있다고 한다. 상대적 비교는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되고 있는 전 세계적 분위기 속에서 한 개인의 삶을 더욱 불행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내가 사진을 올릴 때마다 생각해 본다. 혹시나 나의 사진이 타인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주지는 않는가. 배려하게 된다. 하지만 다행히 내 삶은 잔잔하고 패턴이 단순해서 다른 사람에게 그런 생각이 들게는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모든 사진마다 다른 사람을 다 배려하는 것도 또 다른 사람에게 끌려다니는 꼴과 마찬가지겠거니 싶다. 그리고 생각한다. 로렉스 시계를 차고 의사 남편을 만나 "내 연봉보다 많은 월급을 받는 남편이 나에게 그만두라고 한다. 싫은데 난 정년퇴직까지 용돈 받는 기분으로 일할 건데?"라고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을 올리는 친구를 보며 '정말 가지 가지 한다. 저 아이의 자유겠지만, 굳이 이런 글을 올리는 이유가 뭘까?'.

나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으로 소소한 행복을 얻을 때마다, 이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어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내가 상대방의 과시용 글과 사진이 싫으면 안 보면 된다.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내 생각과 다르면 (어떻게 모든 사람의 마음과 내 마음을 100프로 맞출 수가 있을까) 또는 내 글과 사진이 조금이라도 불편하다면 그냥 안 보면 끝이다. 그러면 서로 깔끔하다. 그리고 그런 과시용 사진에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나를 칭찬해 준다.

' 우와 나 많이 성장했네. 옛날 같았으면 럭셔리한 사람의 일상에 부러움과 함께 비교의 티켓을 끊고 불행 절찬 상영을 할 텐데 이젠 하나도 안 부럽다. 내 삶도 찬란하고 참 아름다워. 너무 잘 살아내고 있어. 무엇보다 흔들리지 않는 단단해진 나 자신을 너무 칭찬해.'


무게를 잡자. 내가 흔들리는지 끊임없이 시험해 보는 바람 앞에서 아주 멋지게 뿌리를 내리자. 그렇다면 SNS에서도 나는 절대무적 마음이 럭셔리한 사람이 된다. 오늘도 어제보다 발전하며 하루하루 글을 써 내려가고 있는 내가 너무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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