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INFJ가 나쁜건가요?

MBTI 의 순기능과 역기능

by Yenny

MBTI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어딜 가나 처음 만나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도, 소개팅을 하는 두 남녀 사이에서도 어색함을 깨 주는 만능키인 대사.

"MBTI가 어떻게 되시나요?"

MBTI덕분에 좋은 점도 많다. 정말 MBTI 하나로 어색한 기류를 바꿀수도, 어색함을 잘 못 견뎌내는 나에겐 30분 이상의 시간을 벌 수도 있다. 또한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면, 상대방과 나 사이에 놓인 벽이 한 층 낮아지는,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서는 느낌이 든다.


MBTI를 통해서 내가 왜 헤어졌던 연인과 늘 대화를 할 때마다 접점 없이 평행선을 달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그 아이는 늘 "사실 관계"만을 중시하는 엄청난 T였고 (물론 T만이 원인이었던 것은 아니고, 다른 성격적 요소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나는 늘 내 감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려주길 바라는 "F"인 사람이었다.


MBTI를 실시하기 전의 나는 사실 E인 사람인 줄 알았다. 나는 친구들과 있을 때 늘 즐거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친구들이 나를 재미있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내가 봐도 나는 대화 속에 늘 "재미"와 "웃음"이 조금이라도 스쳐가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웃음이 많고, 활발하고, 밝고, 운동하고 춤추는 것을 매우 좋아했기 때문에 난 E임을 확신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친구들을 만나고 집에 돌아오면 항상 나만의 충전 시간이 별도로 필요했다. 또한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사실 '빨리 집에 가서 눕고 싶다.', '집에 가면 음악 듣고 조용히 쉬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도 기가 빨렸다. 그리고 친구들 모임에서 그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숨이 잘 안 쉬어져서 숨이 막히는 것 같았고, 웃겨주어야 할 것 같은, 또는 나도 무엇인가를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실컷 이야기를 하고는 집으로 돌아오면 '그 이야기는 괜히 했나? 안 해도 될 이야기를 오늘 한 것은 없을까?' 자기 검열을 많이 하고 기분이 찝찝한 날이 많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경험과 교훈을 통해 말은 꼭 필요한 말만 하고 싶고 그저 나 자신이 고요 속에 깊이 있는 울림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직장-집'의 단순한 루트에 지쳐서 나의 이야기는 별로 할 게 없으니 오히려 어색함을 깨기 위해 남 이야기를 하게 될까봐 친구들과의 만남을 피하게 되었다.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게 될 때마다 서운해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그런 친구들의 서운함이 느껴질 때마다 나 자신이 진짜 문제가 있어서 고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최대한 나의 이야기를 하고 그 시간을 엄청 즐기는 것처럼. 그런데 MBTI검사를 하고 나서, I즉, Introverted (내향형)인 사람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나'라는 자신을 이해하게 되었다.


첫 번째. 가장 기억하기 쉬운 'I'와 'E'는 에너지를 어떻게 축적하느냐의 차이인데, E는 사람을 만남으로써 에너지를 얻는 부류를, I는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충전되는 사람을 일컫는다. 내가 I인 것을 알게 된 이후로 그저 에너지를 비축하는 방식이 달랐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에 대해 더 너그럽게 이해하고, 나 자신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주유를 해주기로 했다. 실제로 'I'란 것을 알게 된 이후 집에서 나만의 작업실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태어나서 시계를 한 번도 보지 않고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갔음을 알고는 놀란 적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몰입'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된 대상을 찾게 되었다.


그다음으로 두 번째인 N과 S. 이 둘은 정보를 수집하고,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나는 무엇일까. 그렇다 나는 완전 'N'인 사람이다. S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고하는 것을 선호하고, 명확하고 간결한 증거로 뒷받침된 것을 선호하는 반면, N은 본능과 직관에 의존하기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에서 보다 창의적인 방향으로 탐색하며 상상력이 풍부하다. 엉뚱하고 틀에 박힌 것을 싫어하고, 늘 상상 주머니를 머리 위에 달고 사는 나는 정말 N에 찰떡궁합인 사람이었다.


그다음 세 번째 단계인 F와 T. 이 둘은 어떤 판단을 내리고 결정해야 할 때 선호하는 것을 말한다. T (사고형)의 경우 옳다 아니다로, F (감정형)은 좋다 나쁘다로 결정된다. 우선 나는 감성이 매우 풍부한 사람으로서 순수했던 시절은 완전 F가 100프로였으나, 이 삭막하고 냉혹한 현실에서 아름다운 감성만으로 100프로로 살기에는 김기림 시인의 '바다와 나비' 에서처럼 나비처럼 나약한 날개로 바다에 착지해 다치기 십상이라는 것을 하나씩 깨닫고는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T의 비중이 조금씩 내 삶에 스며들고 있다. 그래야만 했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사람의 마음이 잘 느껴지는 천성적인 F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단계인 P와 J. 이 둘은 문제 대처방식에서 계획적이냐의 차이다. J는 어떤 일을 할 때 세부적으로 준비하는 계획적인 사람인데 비해 P는 계획보다는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처하는 사람을 말한다. 나는 직장에서 일을 할 때는 나의 실수로 모두에게 피해가 갈까 봐 엄청 세부적인 것까지 계획을 다 세워 철저하게 처리하는 편이다. 그런데 여행을 갈 때는 일상에서 꽉 조였던 허리벨트를 풀고 숨통을 트이기 위해 가는 여행에서 굳이 빡빡한 계획을 세워 타이트하게 가고 싶지는 않는 P가 되기도 한다. 그럼 나는 어떤 성향의 비중이 더 높을까? 신기하게도 일을 할 때는 완벽한 J였는데, 잠시 일을 쉬고 있는 지금은 P로 성향이 바뀌었다. 하지만 이 또한 성향의 차이기 때문에 어느 것이 좋고 나쁘고 가타부타할 것이 아니다.


위 사진은 5월에 새로 실시해본 MBTI나, 이는 고정형이 아니라 언제든지 변화무쌍할 수 있단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성향은 개개인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어떤 것이든 양면성이 있듯이 MBTI가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종종 E인 사람들이 I인 사람에게 '이해'와'존중' 보다는 '그러니까 집에 늘 혼자 있으려 하지.'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이야기하거나, 반대로 T인 사람이 전혀 어떤 문제와 관련해서 공감을 못 할 때 F인 사람이 "너는 굉장히 냉정하구나. 인간미가 없어."라고 생각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또한 P인 사람은 J에게 "너무 빡빡하게 모든 것을 기록하고 계획을 세우면 어떻게 사니? 피곤해." 라거나 J인 사람은 p인 사람에게 "그렇게 계획도 없이 대충 살면 발전이 있니?"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상대적일 뿐, 사람들 모두 4가지 요소 중 비중이 다를 뿐이지 양면성을 다 가지고 있다. 그리고 100프로 I라고 해도, 그것이 숨길만한 사실도 아니다. 그저 그 사람의 성향일 뿐인 것이다. 우리는 이 상대성다양성을 이해하고 MBTI를 통해 '아 저 사람은 저런 성향이니, 내가 이런 부분을 더 배려하고 고려해야겠구나.' 또는 '아! 이런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한 사물이나 현상을 보고도 생각이 달랐구나.' 하며 서로의 간극을 조금이라도 좁힐 수 있는데 쓰이면 좋겠다.


MBTI가 뭐세요?라는 말에 나는 당당히 " INFJ 또는 INFP입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나의 MBTI를 'INFJ'가 아니기 위해 한 때는 'INFP'로 변하기 위해 나름 노력한 점도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일화를 소개하자면, 유튜브에 떠도는 MBTI별 유형 영상을 친구들이 공유한 다음 "이래서 너는 맨날 우리 집에서 자고 가라고 하면 절대로 안 자고 가고 자기 집에 꼭 가서 씻고 자야 하더라. 그때 나는 네가 '엄청 선을 긋네'.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놀자고 연락할 때마다 꼭 계획된 날이 아니면 무슨 핑계를 대는데 그것 때문에 친해질 수가 없다. 그리고 INFJ는 앞에서는 칭찬을 하고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더라."라는 말을 듣고, 나는 나 자신을 변화시키려 노력했다. 내가 아는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음에도 친구가 내린 나의 판단에 상처받고는 휩쓸린 것이다. 뭐 하러.


지금 생각해 보면 한 때 폭풍우가 쉼 없이 휘몰아치던 나에게 이런 말마저도 나에게 거친 바람이었음을. 내가 두 다리 곧게 땅에 뻗어 뿌리를 깊이 내렸더라면 그런 친구말에 당당히 "너 나를 안 지 얼마 되었니? 네가 날 다 안다고 생각하니?" 또는 조금 더 너그럽게 "네가 나랑 많이 친해지고 싶었구나. 그런 마음이 아니었어. 나는 단지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도 않고, 나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한 사람이야."라고 말했을 것이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나는 INFJ 또는 INFP니까 내가 속상해하면 마음으로 보듬어주세요. 그러면 사르르 풀려요. 그리고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라는 속담처럼 조용한 사람들은, 그 고요함 속에서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답니다.


INFJ의 장점은 아래와 같이 이렇게나 많다.

그런데 정말로 다 나를 설명하는 말 같아서 절로 어깨가 올라가고 기분이 좋아진다. (출처: 네이버)


1. 자신의 의견을 잘 피력하고 옳은 일에 대해서는 투쟁한다.

2. 내 사람에게 잘해주는 특징과, 다른 사람들을 잘 배려한다.

3. 계획을 잘 세우며, 나무보다는 숲을 바라본다.

4. 감수성이 풍부하며 조용히 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만남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5. 생각이 많은 성격이며,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살피고, 개별적으로 상대에게 맞추는 특징이 있다.

6. 겉 모습으로 봤을 때는 나긋해보이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것 처럼 보일때도 있지만,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을 좋아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보다 다가와주길 바란다.

7. 창의력과 직관력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으며, 독창성과 내적 독립성이 강해 자신의 신념을 전하는 정신적 지도자들이 많다.


전 세계 인구의 1%정도에 해당되는 희귀한 성격 유형이라는 INFJ.

그래서 늘 누구를 만나든 내가 더 양보와 배려를 많이 하는 편이고, 외롭다. 나 같은 친구 한 명만 있으면 좋겠다 싶다. (물론 고마운 사람들도 많지만 채워지지 않는 무엇인가가 있다.)

하지만 전 세계 인구의 1프로에 해당된다니, 얼마나 희소하고 가치로운가! 그만큼 더 귀한 나를 주옥처럼 소중히 대해주어야겠다. 나를 인정하고 내가 당당할 때 상대방도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다는 것을 되새기며.


또한 전세계 인구를 대략 80억명이라고 치면, 그 중의 1프로라면 앞으로 내가 만날 8천명의 사람들이 세계 곳 곳에 기다리고 있다니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아직 내 주위에서 INFJ를 찾지는 못 했다. ^^)

여행을 다니며 보물찾기 하듯 INFJ 친구들을 찾는 것이다.

또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 중 태연, 성유리, 아이유 등도 다 INFJ다!


내 자신에 대해 이해하고, 세상에서 내 자신에게 가장 너그러울 수록 세상도 그만큼 여유있게 바라보는 눈이 생기지 않을까.


INFJ의 장점을 마음껏 살려 드넓은 세상을 훨 훨 자유롭게 나비처럼 마음껏 펼치며 날아다니리.

세상의 모든 INFJ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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