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것

홀로서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끊임없는 숙제

by Yenny


"선생님 오늘 oo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oo가 학교만 돌아오면 외롭다고 눈물을 펑펑 흘려요.

안 외로울 수 있게 도와주세요."

학부모님의 전화를 끊고 이 날따라 아이들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상시에 잘 지내는 학생인데도 집에가서 힘들다고 이야기를 하면 걱정에 가득 찬 학부모님의 전화 한 통이 이해는 가면서도 삶에 지친 나에게 참 부럽다는 생각을 안겨주었다. 나도 너무나 힘들 때 이렇게 누군가 나를 보호해주고 걱정해주는 그런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특별히 어른이 되기 위한 자격증을 지어주는 것도 아니고, 어른 시험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회에 태어나 나이를 한 살 씩 먹어가며 자연스레 배우고 부딪히고 깨달으며 '어른'이라는 명함이 조금씩 진해진다. 오늘 날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참 힘들고 버겁다.

공부만 열심히 해서 어떻게든 목표에 도달하면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산에 오르고 보니 그 산은 종착지가 아니라 하나의 봉우리일 뿐이었다. 롤러코스터처럼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다시 새로운 '현실'이라는 봉우리가 나왔다. 어딜가든 '돈'이라는 대화의 주제는 빠지지 않게 되었고, 그 뒤에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대한 근심이 모두에게 드리워져 있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직업을 가지면, 그야말로 들썩들썩 하던 엉덩이를 붙잡고 이 악물고 공부한 대가를 치르고 자유와 여유를 쟁취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도 발 뻗고 잘 수 있는 내 집 하나 가지기에 너무나도 까마득해져 버렸다. 마치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따라잡을 수 없는 달리기 선수 한 명과 나와의 거리 격차가 점점 커지는 느낌만 든다. '금 수저', '흙 수저'를 논할 때 그런 말을 왜 하나 싶었는데, 이제는 '금 수저'가 부러워 지려는 마음이 자꾸 생겨 일평생 열심히 산 부모님께 죄송스러운 맘이 든다.


어른이 되면 감정도 스스로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 직장 상사의 갑질도 이겨내야 하고, 별의 별 사람이 세상에 많다는 깨달음도 거저 주는 법이 없다. 뜨겁게 사랑하던 사람과 더 이상 연락조차 할 수 없는, 같은 하늘 아래 남이 되어버린 그 냉기와 안타까움도 가슴을 아리게 한다. '외로움'이란 감정도 승화시키기 위해 이겨낼 방법을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한다.


어른이라는 명사에 추상적인 다양한 정의가 붙는다. 사전상 어른은 " 1.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2. 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 3. 결혼을 한 사람 "이라고 되어있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내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지 못 하고 무기력해지는 나는 어른의 자격을 박탈당하는 것인가? ...


'어른'이라는 단어에 어마한 무게가 느껴진다. 세상은 '어른'이라는 단어에 끊임없는 숙제와 고통을 던져준다. 유한한 우리 삶 속에서 '아이'일 때보다 '어른'일 때가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어른'도 보호받고 싶고, 위로받고 싶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늘 타던 네 발 자전거에서 세 발 자전거로 발 하나를 떼던 날이 기억난다. 두려움에 떨던 첫 날 아버지께서 뒤에서 자전거를 붙잡고 밀어주셨다. 그렇게 한 참 페달을 밟다 보니 아버지는 보이지 않고 나 스스로 세 발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세 발 자전거를 스스로 타고 있었다는 시원한 성취감을 잊지 않고 살고 싶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들이 모두 험난하고 막연한 불안감과 근심의 수풀을 헤치고 '어른'이 되었다는 쾌감과 해방감을 누릴 수 있는 작은 순간 순간들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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