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삶에 창과 방패를 들고 무사가 되어 오늘도 나아간다.
“너무 애쓰지 마.”
“너의 웃음에도 힘이 들어가는 게 보여서 마음이 쓰여.”
친구들의 말에 사자의 가면을 쓴 나의 연약한 앞모습이 드러난다.
굳세고 굳세게 수풀을 헤쳐 나가다가도
내 인생이 사실 다른 사람에 비해 힘든 일들이
끊임없이 생기니 왜 이러나 싶기도 하고
너무 막막한 터널 속에 갇힌 듯한 기분에
쌓고 또 쌓아 이쯤 되면 괜찮겠지 단단히 모래알들의 성벽을
거센 파도가 찾아와 한 아름 무너뜨린다.
그 무너짐에 누군가를 잃은 듯 울진 않는다.
이제 고통에 무뎌진 것일까.
엄마의 암투병.
행복하지 못했던 가정환경.
외롭기만 했던 유년시절.
그리고 나의 90일 안에 이루어진 결혼과 이혼…
이 모든 게 나를 뾰족한 바늘로 바느질하듯
생 살을 찢어대지만
그 바느질 또한 찢어진 천을 덧대고 이어 붙여 천 겹의 옷을 만들어낸다.
나에게 고통은 또 다른 글감이 된다.
그리고 누군가 나처럼 방구석에 앓고만 있을 사람에게 횃불이 된다.
아프고 쓰라려도
다시 무소의 뿔처럼 세상을 향해 일어나
당당히 걸어가는,
거센 바람의 반대방향으로 무거운 걸음을 하나 둘
짚어나가는 희망을 나는 배운다.
나는 안다.
반드시 나에게 행복이 찾아올 것을.
인생 새옹지마.
일희 일비 하지 말자.
이 또한 나에게 희가 될 수 있음을.
무게중심을 단단히 잡고
삶의 코어(중심)를 지키려 한다.
그렇게 또 한걸음 걸음 나만의 걸음마를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