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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고통은 나의 또 다른 글감이 되어

광활한 삶에 창과 방패를 들고 무사가 되어 오늘도 나아간다.

by Yenny

“너무 애쓰지 마.”

“너의 웃음에도 힘이 들어가는 게 보여서 마음이 쓰여.”


친구들의 말에 사자의 가면을 쓴 나의 연약한 앞모습이 드러난다.


굳세고 굳세게 수풀을 헤쳐 나가다가도

내 인생이 사실 다른 사람에 비해 힘든 일들이

끊임없이 생기니 왜 이러나 싶기도 하고

너무 막막한 터널 속에 갇힌 듯한 기분에

쌓고 또 쌓아 이쯤 되면 괜찮겠지 단단히 모래알들의 성벽을

거센 파도가 찾아와 한 아름 무너뜨린다.


그 무너짐에 누군가를 잃은 듯 울진 않는다.

이제 고통에 무뎌진 것일까.


엄마의 암투병.

행복하지 못했던 가정환경.

외롭기만 했던 유년시절.

그리고 나의 90일 안에 이루어진 결혼과 이혼…


이 모든 게 나를 뾰족한 바늘로 바느질하듯

생 살을 찢어대지만

그 바느질 또한 찢어진 천을 덧대고 이어 붙여 천 겹의 옷을 만들어낸다.


나에게 고통은 또 다른 글감이 된다.

그리고 누군가 나처럼 방구석에 앓고만 있을 사람에게 횃불이 된다.


아프고 쓰라려도

다시 무소의 뿔처럼 세상을 향해 일어나

당당히 걸어가는,

거센 바람의 반대방향으로 무거운 걸음을 하나 둘

짚어나가는 희망을 나는 배운다.


나는 안다.

반드시 나에게 행복이 찾아올 것을.

인생 새옹지마.

일희 일비 하지 말자.

이 또한 나에게 희가 될 수 있음을.

무게중심을 단단히 잡고

삶의 코어(중심)를 지키려 한다.

그렇게 또 한걸음 걸음 나만의 걸음마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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