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enny Sep 18. 2024

2화.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내 사진만 봐도 내 마음을 아는 사람

헤어진 남편과 헤어지기 전인 5월부터 사이가 계속 안 좋았다.

마음이 너무 괴롭고 어두워져 밤새 울기만 했다.

엄마도 우리의 헤어짐을 직감하고 친구분께 전화해서 2시간을 목 놓아 우셨다고 한다.

내 앞에서 늘 괜찮아 보이는 척을 했는데, 뒤에서 우리 엄마도 나처럼 끙끙 앓고 있었다.


남편과 사이가 좋아지지 않았을 때부터 정말 죽을 것만 같았다.

직장 생활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만사에 무기력한 채 힘이 빠지고 눈물만 나며 앞이 컴컴했다. 틈만 나면 엎드려만 있었다. 황량한 마음을 표현할 방법이 없어 카톡 프로필 사진을 내 지금의 브런치 작가 소개 사진으로 바꾸었다.


내 사진은 뉴욕의 밤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사진인데,

그렇게 뉴욕에서 행복했던 내가 왜 이 작으면서도 큰 문제에 갇혀 이렇게 괴로워할까,

전망대에서 작은 점에 불과했던 인간과 그에 대한 깨우침은 어디 가고, 이 작은 점의 고민이 나에게 엄청난 지구만큼의 큰 점으로 느껴질까... 행복하게만 느껴졌던 밤 야경을 바라보는 사진이 그날부터 나에게 씁쓸하게만 다가왔다.


그런데 그날 새벽에 엄마로부터 카톡이 왔다.

"딸... 왠지 모르게 너 사진이 너의 뒷모습이 너무 쓸쓸해 보여... 한참을 소리 내서 울었네... "

그 말에 나도 참았던 눈물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세상에 내 사진 한 장만 보고도 내 감추어진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엄마란 존재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 나는 이제 34살 어른이지만, 내 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척하면 척 읽어주는 사람은 세상의 영원한 내 편인 엄마밖에 없는 듯하다.


나는 유독 늦둥이라 엄마가 이제 69살이시다. 건강하게 사신다 한들 내가 살아온 만큼 엄마와 34년을 더 볼 수 없단 사실에 눈물이 아른거린다. 엄마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가 없다.


무조건적인 어머니의 사랑에

내가 보답할 길이 어디 있으랴


조금 메워놓으면

배로 그 사랑을 퍼다 날라주니


내가 메워야 할 구멍은

커지기만 하구나


아아 내 육신에 깃든

끝없는 어머니의 사랑이여


언젠가 불러도 대답 없는

외롭게 울려대는 메아리 속에

눈물로 지새울 밤 속에


내 마음 고이고이 접어

어머니의 드넓은 가슴에

목청것 깊이 묻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여

자식의 못함을 용서하소서


그대 젊은 가슴에 피지 못했던

한 송이 꽃을

살아생전

꼭 피워드리리


아 그때까지

내 손 놓지 말고

잡아주소서


어머니여

어머니여

오늘도

부름만으로

은혜 다 하지 못 하여


눈물로

미어진 가슴에

한 땀 한 땀

수를 놓습니다.


나의 이혼으로 인해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난 것 같다. 온 마음이 홍수로 뒤집어진 채 재해 복구가 되지 않는 심정이다. 나라도 씩씩하게 부모님을 위해 잘 극복해야겠다. 이제 이 책은 나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헌신한 엄마를 위해 내가 성장하는 과정을 담을 예정이다. 나는 이제 꿈을 꾸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엄마를 걱정시키지 않는 어른스러운 예니가 되겠다.! (물가에 내놓은 아기 같은 연약한 존재가 더 이상 되지 않겠다. )   내가 이제 못다 한 엄마의 마음을 읽어주고 짚어주어야겠다. 평생 부끄러워 몇 번 해보지 못 한 "사랑합니다."를 조심스레 전하며 이 글을 바친다.


오늘은 임형주의 “천개의 바람”이라는 노래가 코끝을 찡하게 스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