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enny Sep 19. 2024

3화. 부고 문자를 받았다.

누군가가 오늘도 반드시 살아냈으면 좋겠다.


 가끔씩 카톡을 보면서 ‘잘 지내실까?’ 문득 생각나지만, 막상 연락하기엔 어색하고 조심스러운 사이가 있다. 예전에 내가 백화점에서 구두를 사 신을 때 구두매장에서 늘 긍정적으로 밝게 일하시던 50대 매니저님이 계셨다. 자기는 구두 매장에서 일하는 게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그리고 고객 관리 차원에서 잘 지내냐고 안부도 가끔 주셨다. 그렇지만 나는 그때는 지금보다 더 그런 연락을 불편해해서 연락을 여러 번 안 받았더니 연락이 자연스레 끊겼다. 하지만 그분 프로필 사진을 통해서 “보험회사”에 최근 이직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태 메시지도 ‘늘 봄이었으면’이라는 글을 보고 마음속으로 ‘잘 지내셨으면...’ 했다. 왜냐면 그분은 디스크가 갑자기 오셔서 어느 날 구두 매장에서 구부정하게 계셨는데 그 모습이 매우 마음에 걸렸다. 열정 넘치던 에너지는 그대로셨지만 말이다.

 

 그런데 오늘 그분으로부터 뜻밖의 문자를 받았다. “부고. 000의 아들 000께서 별세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건너 건너 자살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퇴근길에 우연히 받은 문자에 마음이 너무 무겁고 안 좋았다. ‘생각났을 때, 가끔 카톡에 보일 때 연락 한 번 해봐 드릴걸... 지금 하면 무슨 소용일까. 고인이 되신 분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명복을 빌어드리는 것 밖에 없었다. 너무 안타까웠다.

 

 세상에 마음이 선하고 약한 사람들에게 우울증이 더 쉽게 찾아드는 것 같다. 세상의 아픔과 곧지 못함이 보일 때마다 자신이 가진 여림과 강직함에 비해 그 강도가 더 따갑고 아프게 느껴지더라. 세상에 대한 감수성이 풍부할수록 물론 좋은 점도 많지만 바쁜 현대 사회에서 그만큼 다른 사람들에 비해 외로움을 더 많이 느끼게 되더라. 이 분이 어떤 사유로 돌아가셨는지 내가 함부로 맥락을 짚을 수는 없으나, 너무 마음이 아프다. 세상에 여리고 우직하고 선한 사람이 더 강단 있게 질긴 세월을 잘 버텨내면 좋겠다. 본디 생명은 부모님이 쥐어주신 너무나 소중한 것이니까.


 오늘도 번번이 취업에 실패해 자괴감을 느끼는 사람도 , 단칸방에 살아가며 가난에 한숨을 푹 푹 찧어가는 사람도, 재물이 넉넉하더라도 마음이 늘 아픈 사람들도 모두가 하루하루를 정말 간절히 잘 이겨내면 좋겠다. 내가 힘들 때마다 친구가 정성스레 캘리그래피로 선물해 주었던 말을 떠올려본다. “인생은 사탕주머니. 모두에게 공평하게 100개의 사탕이 있지. 그중에 달콤한 사탕을 먼저 먹은 사람은 쓴 사탕이 남아있고, 쓴 사탕을 먹은 사람은 달콤한 사탕이 남아있지. 나에게는 달콤한 사탕이 앞으로 많이 남아있지.”라는 말이다. 진짜 죽을 만큼 힘들고 살고 싶지 않을 때 ‘도대체 어떤 사탕이 나에게 남아있을지 궁금해서라도 살아야지.’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어떤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그 사탕도 나에게 쉽게 오지 않을 것임을 안다. 나무만 바라보는 요행수가 되기보다는 나의 생각과 행동을 꾸준히 변화시켜 그 단 맛의 사탕을 꼭 느껴보려고 한다. 아직은 입에서 쓰디쓴 약이 자꾸만 맴돌지만 말이다.


 예전에 경제적으로 힘든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진짜 너어~무 사는 게 힘든 거야. 그래서 절에 갔다? 거기서 부처님 씨발. 교회에 갔어. 교회에 가서도 하느님 씨발. 욕을 하고 나니 좀 낫더라.”라는 말에 울다가 서로 깔깔 웃으며 위로를 했다. (물론 나는 종교가 없다. 그리고 모든 종교를 다 존중한다.) 얼마나 사는 게 힘들면 그렇게 신을 탓하겠는가. 나도 하늘을 원망한 적도 많다. 그렇게 조금 탓하면 내 탓이 아닌 것 같아 편할 때도 있다.

 

 무엇이든 자기 마음의 위로가 되는 안식처가 있었으면 좋겠다. 저마다 저만의 안식처인 “케렌시아”를 꼭 찾고 만들었으면 좋겠다. 삶의 숨구멍을 만들면 좋겠다. 지지리 힘들고 쓰디쓴 게 인생이더라도 날마다 지고 피는 해와 달처럼 그냥 묵묵히 살아냈으면 좋겠다. 반드시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들에게 꼭 달콤한 사탕이 뽑기 통에서 나오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혼자서도 살기가 하루하루 버겁고 힘들더라도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며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구가 고장 난 듯 더위가 멈추지 않는 이 날씨 속에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이 온기는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이 차갑지 않으면 좋겠다. 그리고 감수성을 느낄 줄 아는 그런 사람들이 여전히 건강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전 02화 2화.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