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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nny Sep 20. 2024

4화.당신은 당신의 직업을 그만둘 수 있습니까?

나는 오늘 100억 가치 이상을 선택했다.

오늘 나에게 소개가 들어왔다.

병원장의 아들인데, 지금은 자영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센텀 시티에 살고 있고 동생은 서울에 있는 의사와 결혼하기 위해 집에서 60억을 지원해주었다고 한다. 아들 자산은 부모님이 100억 이상을 주겠다고 한다. 대신 조건이 있었다. 내가 직업을 바로 그만 두고 평생 내조를 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순간 솔깃했다. 왜냐하면 친구들이랑 늘 밥 먹을 때 하는 이야기가 "너무 그만두고 싶다. 너무 힘들다. 극한 직업이다. 감정 소모가 너무 심하다. 우리 주위에 다 우울증 약을 먹는 것 같다. 우리는 언제쯤 그만둘까. 월급도 언제쯤 모아야 우리는 집 한 채 마련할까."이다. 그렇게 그만두고 싶어 했는데, 상대 쪽에서 평생 일을 하지 않고 내조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니 금상첨화 아닌가!

그렇지만 나는 단숨에 No를 외쳤다!


 왜냐하면 아직 마음이 누군가를 만나고 싶기엔 시기상조일뿐더러 내 직업을 그만두고 평생 누군가를 내조만 할 자신이 없었다. 늦게 일어나고 일찍 자며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실컷 배울 수 있다고 했다. (물론 그 사람 삶은 부럽긴 하다.)그렇게 바라던 삶이던걸 막상 그런 제의가 들어오니 그러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순수한 눈망울이 그려졌다. 매년 나를 기다리는 새로운 아이들을 만날 수가 없다니. 나로 인해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아이들을 만날 수가 없다니. 너무 사회적으로 큰 가치를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늘 힘들게 결재 판을 듣고 교장 교감선생님께 뛰어다니지만, 쉬는 시간을 쪼개서 컴퓨터 모니터 앞에 밀린 업무를 해대지만, 그 힘듦이 역설적으로 나에게 큰 성취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어떤 학교의 행사를 하든 내가 주체적으로 결정짓고 계획함으로써 큰 행사를 마무리한다는 그 뿌듯함이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힘들다고는 하지만 내가 아이들을 가르침으로써 그 아이들에게 매일 받는 순수한 기운을 어디 간들 받을 수 있으랴. 틈틈이 선생님에게 사랑 표현을 선사해 주는 그 감동을 어디에서 받을 수 있으랴. 모든 것이 포기하기 어려웠다. 그토록 바라던 삶이었는데 100억 이상의 자산가라고 했지만 나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이리치이고 저리 치여도 내가 이 직업을 10년째 하고있는 무언가가 있다.

 

 내 모든 기회비용을 생각해서도 나는 지금 내가 얻고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 전의 글에 쓴 다짐처럼 내 직업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전에 찾지 못했던 내 직업으로서의 안정감을 이제야 갓 느끼기 시작했다. 늘 불안하기만 하던 직장터였다. 그리고 그렇게 힘든 임용고시에 합격하기 위해 1년간의 나와의 싸움인 마라톤 대장정을 해냈는데, 그 지대한 업적을 중도하차 하기엔 아까웠다.


 오늘의 선택을 후회하겠는가?

 물론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거나 문제 학생을 만나게 되는 순간 쪼끔 "돈 많은 백수"로서의 삶을 포기한 것이 그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오늘을 잊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확실하게 NO를 외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두 발로 이제 단단히 내 직업터에 설 수 있게 된 것을 의미한다. 어떤 유혹이 와도 흔들리지 않고 잘 지켜낼 자신이 있다. 내가 가진 열정으로!


 나는 세상의 보살핌을 아직 필요로 하는 아이들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그런 의미 있는, 더 훌륭한 교사가 될 것이다. 다시 체스 말을 옮겨 뒤로 가겠는가? 과감히 NO! 그리고 어떤 직업이었든 나는 당당하게 내가 벌어서 내가 쓰고 싶다. 남편에게 "용돈 좀 줘."라고 말을 쉽게 못 하는 성격이 내가 평생 일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내가 지인~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을 위해 바쁘고 힘들어도 아내로서의, 그리고 엄마로서의 따뜻한 가정을 꼭 이뤄보고 싶다. 누군가에게 최고의 아내이자 엄마가 되고싶다. 그렇지만 사랑도 내가 완벽히 준비가 되었을 때 이제 천천히 신중하게 하고 싶다. 아직 내 마음이 완벽히 정리되지 않은 것도 크다.


 100억 알파 이상의 가치를 오늘 선택했는데, 후회하지 않을 것인가요? 당당히 Yes!!!

오늘로써 나는 나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더 명백히 알았다. 나는 돈보다는 삶의 보이지 않는 잠재적, 사회적 가치를 선택하기로 했다. 나는 당당하게 "나로서" 살기로 했다. 안주하는 삶보다는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항해를 하기로 했다.


당신은 100억으로 평생을 누린다면 당신의 직업을 그만둘 수 있습니까? “아니오”라는 답을 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하루 하루 고되지만 100억 이상의 잠재적 가치, 그리고 성취감과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오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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