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enny Sep 17. 2024

1화. 잠깐의 배려가 내 인생도 편하게 만든다.

각지게 살 필요가 있나요?

 

 오늘 밖에서 싸움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인가 싶어 창밖을 보니 우체국 택배 아저씨가 늘 우리 아파트에 잠시 차를 대시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차를 정차해서 자기 차가 (미니 벤이었다.) 지나가지 못한다고 우체국 택배 아저씨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그러면서 우체국 택배 차 바로 앞에 있는 커다란 아파트 화분을 들고 와 후진을 못 하게 막아섰다. 우체국 아저씨도 화가 날 대로 나셨다. 우체국 차든 홈플러스, 쿠팡 차든 늘 그 자리에 잠시 정차를 했지만 나는 지나가면서 불평 한 번 하거나 불편함을 호소한 적 없다. 조금만 더 주의해서 차를 몰아가면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는 거리였다. 그렇게 우체국 아저씨는 감정소모 하기가 싫으셔서 그 아저씨가 뭐라 하든 묵묵히 소음을 방어해 내고 유유히 트럭을 몰아가셨다. 그런데 그다음에 그 화난 미니 벤 아저씨가 지나가는 여성분에게 경찰에게 신고를 하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 아줌마는 "왜 나한테 명령하고 지랄이야."라고 했더니, 그 아저씨가 "너 방금 나한테 욕했어? 좋았어. 경찰에 신고해서 담판을 벌이자."라고 했다. 경찰이 출동해서 "서로 배려하고 조금만 이해하면 될 문제예요."라고 지친 듯이 들이받으려는 양쪽을 막아섰다. 30분쯤 뒤 아파트 단지가 다시 조용해졌다.


 얼마 전의 일이었다. 아버님이 추석이라 우리 집에 과일과 고기를 갖다 주러 오셨다. 그런데 오는 길에 모르는 차가 아버님이 차선을 변경해 자기 차 앞에 끼어들었다는 이유로 급 정지를 하더니 차에서 내려 자신이 먹던 닭다리를 던지며 아버님께 대뜸 욕을 막 퍼부었다고 한다. 감히 우리 아버님께!


 운전을 할 때 그 사람의 본성이 제일 잘 드러나는 것 같다. 오죽하면 운전할 때 옆 차가 욕을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이 상견례 날 만나는 사위였다는 공익 광고도 있지 않은가.


 왜 사람들은 그렇게 굳이 화내도 한 번 넘어갈 수 있는 일에 뾰족하게 날을 세우고 꼭 짚고 넘어가야 할까. 한 번만 참으면 나도 편하고 상대방도 좋을 텐데 말이다. 내가 배려하면 언젠가 나도 그만큼 배려받는 날이 올 텐데 말이다.


 살면서 참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 별나게 구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지금까지 만나 역대급 학부모 중에 피검사를 해야 해서 아침을 먹고 오지 말라 했더니 "우리 애가 점심까지 배가 고픈데 피검사를 아침에 하면 어떻게 참으란 말이냐."라고 따지질 않나, 우연히 티볼 공을 아이가 맞았는데 밤늦게 전화 와서 "우리 애 일부러 공 맞게 1루 쪽으로 때린 것 아니냐." 따지질 않나 "선생님에게 왜 이렇게 앙금이 많지?"라고 깡패 노릇을 하질 않나 정말 태어나서 나를 손 발 덜덜 떨게 한 사람도 많다. 그렇다고 나는 맞다이로 맞짱 뜰 그런 깡도 못 된다.


 세상에 세모인 사람에게 똑같이 대응해 봤자 내 각만 깎여나간다. 세상은 둥글게 살수록 더 원만하게 잘 굴러간다. 모나지 않고 둥글게 사는 법. 그게 바로 배려이자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 아닐까.

아직까지 살만한 세상이면 좋겠다. 내가 너무 세상을 순수하게 바라보려는 것도 아직 있지만, 그래도 사람 냄새가 나는 동그라미가 더 많은 세상이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