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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nny Sep 17. 2024

30화.어른이 되어도 다치지 않기를

어릴 때의 순수함을 가지고 모두 하루 하루를 잘 넘기기를 바라며

유치원 졸업식 날 사진

5살 때 사진


오랜만에 엄마가 계시는 집에 와서 문득 옛 앨범이 생각나 꺼내보았다. 한 장 한 장을 보는데 기억나지 않던 옛날들이 생각나 추억에 마음이 몽글몽글 해졌다. 그 사이 엄마는 돌아가신 할머니 사진을 보며 눈물을 참아내는 게 보였다. 엄마의 젊은 시절 사진도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엄마도 함께 나이가 들었구나 싶어 마음이 잠시 먹먹해졌다. 어른으로서 겪어야 하는 고민도 없이 아무것도 모르던 그때가 참 그립기도 했다. 그리고 아이란 아이답기 때문에 제일 예쁠 때인 것 같다.


사회에 나와 살면서 나는 점점 살아남기 위해 T가 된 것 같다. 감수성 풍부한 엄마는 오늘도 추석 특집 tv 프로그램인  7남매를 키운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딸이 함께 임형주의 "천 개의 바람이 되어" 노래를 들으며 할머니 생각에 눈물을 연신 닦아냈다. 나는 옆에서 밥을 먹으며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살면서 이렇게 눈물을 많이 흘리면 세상을 살 수가 없으니 강해져야 한다고 마음먹은 어떤 지점이 있었다. 정확히 그게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분명 학교 생활을 하며 그렇게 된 것 같다. 나도 엄마가 되고 우리 엄마가 곁에 없는 날이면 앨범 속 엄마를 볼 수 없음에 "엄마"가 내 눈물의 아킬레스 건이 되는 날이 오겠지.


사진 속 앨범을 보니 어른으로 훌쩍 뛰어넘어 바로 어른이 된 게 아니라, 차근차근 오랜 시간 성장하며 어른이 되었음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아기요에 쌓인 눈만 보이는 아기 때부터 시작해서 유치원 졸업식, 고등학교 졸업식까지 내 옆에 엄마가 없었던 날이 없었다. 엄마가 안 계시면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아직 그려지지가 않을 정도로 막막하다.


병아리가 딱딱한 껍질을 뚫고 알에서 깨어나듯 사람 인생도 9개월 엄마의 뱃속에서 고귀하게 잉태하여 세상 밖을 본다. 누구는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번뇌의 시작이기 때문에 아기가 운다고 하기도 한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엄마 아빠가 소중히 주신 생명을 오늘 하루도 잘 가꾸어 나가야겠다. 나는 천만분의 확률로 태어난 사람이니까. 몹시나 소중한 사람인 것이다.


오늘도 어두운 밤을 보내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명을 고귀하게 여기며 잘 넘겼으면 좋겠다.

그렇게 모두에게 조금씩 천천히라도 아기 때 보던 그 세상 그대로 다치지 않고 여전히 세상의 맑음과 순수함을 느끼는 그 순간이 오면 좋겠다.  메마르고 바쁜 현대 사회에서 굳이 T로 살지 않아도 F는 F대로 감성을 유지하며 살아도 다치지 않고 좀 덜 아픈 그런 세상이 오면 좋겠다. (물론 T는 T대로 좋은 점도 많다.)


드디어 내 책 발간이 30회를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지금까지 2부를 발간했는데, 2부 모두 사랑해 주셨으면 한다. 내 손에서 창작물이 태어나다니 감회가 새롭다. 나도 내가 쓴 글만큼 강하고 희망을 잃지않는 어른이 되겠다.

내 글을 읽고 누군가 한 명이라도 꼭 세상의 시련을 이겨냈음 좋겠다. 멀리서 내 글이 손을 잡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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