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뭐 있어 Just do it!
차라리 몰랐으면 하는 인연이다.
왜 하필 나에게 찾아와서 인연의 문을 두드리고 이렇게나를 아프게 하고 가는가.
이혼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 조금 괜찮아지려고 페달을 밟고 안간힘을 쏟아 전속력으로 자전거를 달린다. 그렇게 달리다가 괜찮은 척 씩씩한 척하던 힘도 버티기 힘들 정도로 무너져 심오한 지구 내핵까지미끄러져 내려간다. 방송에서만 보던 이혼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인줄 몰랐다.
오늘도 어김없이 운동을 갔다.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달리며 5분은 금방 지나갔다. 그런데 20분은 얼마나 긴지 모른다.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러닝머신 위에서 5분씩 4번 손가락을 접으며 20분을 보냈다. ‘이렇게 5년을 4번만 넘어가면 20년 어느덧 내 나이는 54살 인생의 중턱을 지나가고 있겠지?’ 러닝 머신 위에서 삶을이겨내는 법을 곱씹어본다. 우리의 인생도 이렇게 내 앞에 놓인 나무만을 바라보면 조급해지는 것 같고 빨리지나가는 것 같은데, 멀리서 내다보면 "벌써"라는 세월이 “아직”이 되기도 한다. 외로움에 자꾸만 누군가에게기대고 싶어 진다. 그럴 때일수록 더욱 숲을 보는 연습을 해야겠다. "아직도?"가 아니라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어?"라는 마음이 들도록 매 순간을 즐기는 법을 배워야겠다.
보릿고개 넘듯 세월을 매 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며 마음을 가난하게 허비하진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누군가를 만나서 편안하게 가정을 누리며 행복하게 살아보는 게 소박한 꿈이었다면, 이제 나를 위한 시간을 찾아야겠다. 내가 누구고, 어떤 사람이고, 인생에 있어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그래서 내 인생을 마감하는 시간이 왔을 때 “참 후회 없이 잘 살았다.”라고 생각하고 싶다.
나는 나의 프로필을 세울 생각을 한 적이 없다. 그냥 평범하고 무난하게 살고 싶었다. 그런데 요즘은 이제 나의 “프로필”을 천천히 잘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거울을 보며 오늘도 하염없이 무너지는 내 맘을 줄다리기하듯 팽팽히 붙잡는다. (그렇지만 무난하고 평범하게 사는 것도 참 대단하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다 지나간다. 나는 10년 뒤에 내가 원하는 꿈을 이룰 것이다.”
버킷 리스트를 한 줄씩 채워간다. 10년 뒤에는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프로필을 채우는 상상을 하며 멀리 내다보는 연습을 한다. 그럼 조금 살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스페이스바를 한참 누른 채 10년 앞으로 뛰어넘고 싶다. 하지만 삶은 한 줄 한 줄 그냥 쉽게 줄 바꿈이 되지 않음을 안다.
요즘 무너지는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운동도 꾸준히하고, 그림도 그리고, 글로 감정을 표출하며 버텼던 것 같다. 심연의 나락으로 빠질까 두려워 무엇인가를 계속한 것 같다. 하지만 무엇인가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는 강박이 매 순간을 음미하는 법을 놓칠까 봐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꼭 유명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프로필을 채워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지 않아도 좋다. 천천히 세월을 걷자. 그저 오늘 하루 잘 살아낸 나 자신을 잔잔하게, 단단하게 보듬으며 시간을 보내야겠다.
잠 자기 전 ‘나이키’의 슬로건을 조용히 새긴다. “Just do it!”. 당분간 복잡하게 살지 말자. 짧게 짧게 5일씩이라도 잘 살아내고 단편 스토리를 붙이고 이어나가자. 뭐 어때. 일단 한 번 해보자!
세상에 이혼으로 너무 고통스러워 말로도 표현조차 할수 없는 사람들이 오늘도 내 글을 읽고 힘을 내서 잠에 들면 좋겠다.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삶의 속도를 꼭 찾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