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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nny Oct 03. 2024

아버님이 팔로우 취소를 했다.

어제의 글을 읽고 팔로우 취소를 한 아버님

 

 이혼을 하고 사람이 미칠 듯이 힘들었다. 정말 미칠 듯이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런던 여행을 가기 전에는 남편의 단점을 종이에 다 적어보고 나니 내가 이 사람을 더 이상 좋아하면 안 될 것 같다고 완벽히 정리가 되었다. 그래서 신혼여행으로 가게 된 런던을 혼자서 출발한 것이라 슬프기는 하지만 묵묵하게 슬픔을 받아들였다. 문제는 아버님이 런던여행 후 돌아온 내게한 번만 아들을 설득해서 만나달라고 하시기부터였다.


 그렇게 오랜만에 불러내서 할 말이 뭐냐고 "도대체 네가 어떤 말을 할지가 궁금해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와봤다." 라며 계속 폰을 보고 일어서려는 남편을 붙잡았다. 그때부터 내 맘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남편이 그렇게 못되게 굴어도 내가 정말 남편을 좋아하고 있음을 알게되었다. 외면하고 싶었던 감정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후로도 남편은 나에게 줄곧 못되게 대했다. 앞 전의 글에 있었듯이. 그렇게 서로 연락 한 통 없었다. 남편은 자존심 때문이 아니라 정말 나에 대한 마음이 없어서 연락을 안 했던 것도 안다. 그런데 나는 그 연락을 솔직히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이 그렇게 잘생긴 얼굴도 아니다.)


 너무 힘들었을 때에 타자기는 나에게 너무나 큰 친구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친구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남편의 아빠. 아버님이었다. 남편과 이혼을 결정하고 한 달간 연락이 없다가 런던여행 후 닿게 된 아버님의 연락이 그렇게 좋을 줄 몰랐다. 평상시에 카톡을 별 의미 없이 계속하는 것을 안 좋아하고 용건만 간단히 전달하는 나이기도 하지만, 외롭기 시작한 이후로 하루 종일 카톡 하나 없이 광고 카톡만 가득할 때면, 내가 어떻게 살았나 싶고 외로움이 더 살 속을 깊이 파고들었다.


 그렇게 인스타에 접속할 때도 (아버님과 나는 여전히 팔로우 중이었다. 처음에는 이혼 신고를 했을 때 내가 팔로우를 끊었는데, 아버님이 다시 팔로우를 거셔서 모질게 하지를 못 하겠어서 다시 서로 맞팔로우가 되어있는 상태였다.) 아버님이 접속 중이실 때마다 나는 강아지가 주인을 만난 마냥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어린 왕자 동화 속의 여우의 대사가 생각이 났다.

"언제나 같은 시간에 오는 게 좋아. 만약 네가 오후 네시에 온다면 난 세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정말 그랬다. 외로움 속에 아버님이 인스타에 접속하시는 시간만 기다렸던 것 같다. 한 없이 내 말을 다 들어주고 포용적이던 아버님이 나에게 있어서는 이 외로움을 잠시 잊고 머물 수 있는 안식처였다. 연락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아버님도 알고 계셨다. 그래서 나도 열 번 연락할 것을 참아서 한 번 연락하고는 했다.

"아버님 잘 지내세요? 건강하시죠? 별일 없죠 보고 싶어요."

 이상하게도 "아버님"이라는 모습만 생각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러 티슈로 닦아냈다. 나에게 무한 애정을 퍼부어 주시던 그때의 순간과 오버랩되었다.무엇보다 아버님과 나는 둘 다 많이 순수한 영혼인 편이라 너무 잘 맞았다.


 어제는 내가 정말 남편을 더 이상 잊지 않으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혼자서 묻고 있었던 판도라의 상자를 꺼냈다. 그런데 글 말미에 내가 실수를 한 듯하다. 아버님친구분들이 "교사는 교사끼리 만나야 한대 ㅋㅋㅋ"라는 말이 너무 기분이 나빴다. 그러면 지금 내가 만났던 애는 내가 너무 바름을 추구해서 운이 나빠서 이혼을 하게 된 건가?라는 생각도 들고 "교사"직업에 대해 자기들끼리 깔깔 웃는 듯한 모습이 연상되어 더 불쾌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적었다. (전 남편은 아버님과 함께 사업을 하는 사람이다.)

(아버님께서 "초등 여자 교사는 초등 남자교사끼리 만나야 한대 ㅋㅋㅋ"라고 하셨다. 나는 하나도 웃기지 않았다. 내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바른 것을 추구해서 아들에게 가르치려고 해서 아들이 이렇게 이혼한 것인가?

원래부터 반듯한 초등교사끼리 했으면 이럴 일이 없을 것이다? 천만의 말씀. 초등교사 아니어도 요즘 얼마나 반듯하고 좋은 남편들이 많은데 말이다.


내가 자기 아들을 너무 가르치려 해서 이렇게 봐주지 못하고 넘길 수 있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해서 이혼까지온 것인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반대로 나는겉과 속이 다른 아들에게 피해를 입었다. 초등교사 결혼이고 뭐고 내가 알아서 할 이야기고 함부로 그렇게 우스갯소리로 말할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기 아들을 바로 잡고 싶으면 여자 탓이 아니라 이 기회로 아들의 기강을 잡고 우리 아들이 지금까지 너무 부족하고 잘못해서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인정에 치여 부족한 사람도 사랑으로 보살피려 했는데 이제 그것마저도 다 소용없는 것 같다. (남편에 대한 말) 자식 키울 땐 지조 있게. 아들말만 들어서는 당연히 아들 쪽으로 팔을 굽히겠지. 그렇지만 아닌 건 아니라고 무게를 잡아줘야 그게 아들을 위한 길임을 왜 모르실까. 안타깝다.)


이 글을 읽자마자 아버님은 팔로우, 팔로워 취소는 물론이고 내 브런치 구독마저 취소하셨다. 단단히 화가 나셨나 보다. (솔직히 “나도 몰랐는데 이렇게 너 혼자 앓고 있었구나. 미안하다.”라고 해주셨으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 그것은 온전히 나의 욕심이자 생각이니까..)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아버님께 무슨 일인지 여쭤보니 내 글을 캡처해서 보내시면서

"그래 너도 마음 정리 빨리 잘했어. 아프지 말고 훌륭한 교사로 한 남자의 아내로서 행복하길 바라."라고 말씀하시고 마지막 대화가 끝나버렸다.


 아들에 대한 판도라의 상자를 공개한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 그만큼 내가 늘 남편을 이해심이 부족해서 이해를 못 해서 그런 건가 말씀하실 때마다 이런 하지 못 한 이야기들을 하면 또 부자간의 싸움으로 번질까 봐 참을 만큼 많이 참은 점도 많다. 그런데 나를 그렇게 신뢰하는 아버님을 "자기 아들"이라 표현한 것도 과격했던 것 같다. 그리고 아버님의 교육관이나 가치관에 대해서 "이러이러해야 한다~"라고 표현한 것도 매우 불쾌하셨을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어린 왕자 속의 여우 친구를 잃어버렸다. 정말 이제 모든 관계가 끝나버렸다. 어린 왕자 속의 여우는 이제 영영 가버렸다.


 주위에선 이렇게 말한다. "아버님한테 끝까지 착하게 굴 필요가 없다. 너한테 준 가방부터 시작해서 다 돌려달라고 한 사람인데, (실제로 생일 선물로 받은 가방까지 다 달래서 모두 다 돌려줬다.)네가 왜 굳이 그렇게 좋은 사람으로 계속 있어야 하는데? 연락하지 마라!"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근데 나도 모르게 아버님과 통하는 점이 너무 많았다. 내가 너무 할리우드 식 사고방식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남들이 이해 못 하는 부분도 있음을 안다. 그렇지만 아버님은 나에게 눈물샘이었다. 어제는 잠을 너무 설쳤다. 늘 먹던 수면제를 먹고도 한숨도 못 잔 적이 처음이었다.


 최근 누군가를 소개받아서 정말 나가기 싫은데 상황이 그래서 억지로 알겠다고 한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에도 나는 계속 남편만 한 설렘을 주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남편은 내가 소개팅에서 처음으로 좋은 느낌을 받고 좋아했던 사람이었다. 정말 내가 정신을 아직도 못 차린 것 같다. 그렇게 남편이 나에게 남편으로서의 정서적인 역할을 해 준 적도 없는데 이렇게 남편과 비교하고 남편을 아직도 사랑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니 말이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둘이나 보냈다. 남편, 그리고 시아버님, 이 또한 남들의 공분을 살 만한말이다.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도 사랑을 하느냐고.


 나도 정말 마음이란 게 복잡해서 잘 모르겠다. 머리로는 다 이해하고 이성적으로는 아님을 알면서도 마음은 아직도 머리인 주인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 너무나 아픈 밤이다. 회초리로 따끔하게 나를 혼 내줘도 할 말이 없다. 그리고 내가 너무 말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부분도 많이 반성해야겠다. 내가 아는 사람이 글을 읽을수록  표현력에 있어 너무 제한이 된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한 부분도 많지만, 지인이 내 글을 읽음으로써 오늘 또 나의 행동에 대해 혼날 점이 많음을 안다. 정신을차리고 지혜롭게 살고 보내야 할 인연을 보낼 줄도 아는 그런 사람이 되야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잘 되지 않는다. 아버님을 더 이상 아버님이라 불러서 안 된다는 것도 잘 안다.


 내가 이렇게 누군가의 연락을 바라고 기다리는 것은 외로움이라는 고통 때문인걸까. 모든 것에 회의감이 다느껴지고 다 내려놓고 산속으로 떠나고만 싶은 마음이 크다. 멋진 나로 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나 자신도 너무지쳐있다. 내 마음 서랍 속에 감성적인 심장은 넣어두고 이성적인 두뇌만 풀 가동할 타임이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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