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에 100만 원짜리 호텔에 머물러보다!
"이 호텔은 보통 허니문으로 많이 오는데, 왜 혼자 오셨나요?"
호텔 리셉션 데스크에서 젠틀한 직원이 나에게 물었다.
'나도 허니문으로 오고 싶었지요... 그렇지만 그때까지 언제 기다리나요.'
"이곳은 저의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였어요. 멋진 파리 에펠탑을 가까이서 보며, 룸 서비스를 시켜 먹는 것. 열심히 산 저에게 보상을 해주고 싶어서 왔어요."
1박에 120만 원짜리 호텔이었다. 나에게 100만 원이란 돈도 살면서 손꼽을 정도로 쓰고는 했는데, 과감히 1박을 머물러 보기로 했다. 혼자서 밤 12시에 볼 수 있는 파리의 '화이트 에펠'을 보기에는 너무나 위험하기도 했고, 에펠탑을 꼭 가까이서 질리도록 봐야, 파리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2024년은 내가 살면서 이토록 더 깊은 지하가 있을까. 마치 땅굴 깊이 파고 파서 더 이상 갈 곳이 엎을 정도로 내 인생의 극한의 혹한을 견뎌내야만 했던 시기였다. 한 달 반 만에 만난 사람과의 혼인신고와, 혼인신고하자마자 변해버린 사람으로 인해 한 달도 못 되어 이혼 절차를 밟아온 나. 모든 게 너무 정신없이 속사포처럼 지나가버렸다. 나는 슬픔에 찌들어 있었고, 나에게는 왜 이렇게 힘든 일만 연속으로 생기는 걸까. 나는 행복해서는 안 될 존재인가 싶어 고통 없이 죽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나의 고통의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타격이 엄마에게도 찾아가서 엄마와 나는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할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 엄마도 아빠도 해골처럼 살이 쭉쭉 빠지고 갑자기 훅 세월의 풍파를 맞이해 버렸다. 그만큼 서류상의 이혼은 우리 가족에게 혹한의 겨울을 안겨주었다.
정말 그만두고 싶었다. 삶의 끈을 놓고 싶었다. 그러나 내 삶의 절벽에서 '엄마'라는 단어가 간절하게 나를 붙잡고 있었다. 직장암 말기를 어떻게든 버텨가며 딸만을 생각하며 아등바등 살아온 엄마에게 내가 크나큰 슬픔을 안겨주고 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정말 어디엔가 더 이상 믿고 싶지도 않았지만 긴 터널 끝에 작은 불빛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다시 일어섰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새로운 음식들을 많이 접해보고, 다양한 풍경들을 많이 보면서 나는 조금씩 다시 걸음마를 걷기 시작했다. 세상의 '믿을 구석'을 조금이라도 찾아보려고 했다. 나는 정말 작은 존재인줄 알았는데, 내 안에 강인한 동아줄을 가진 뿌리가 튼튼히 자리하고 있었다. 세상을 살아보니 좋은 일은 나에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환경을 바꾸고 좋은 것을 계속 찾아 나서야만 하는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적극성이 요구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알을 품듯 온 정성을 다해 나를 소중히 다시 품어내었다.
이러한 사연으로 시작된 파리 여행이었다. 이제 '죽음'이라는 것도 더 이상 두렵지가 않았다. 내가 '죽음'의 기로에 서보니 아무것도 두렵지가 않게 되었다. 그와 함께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의지와 용기가 틈 사이로 피어났다. 이 '인생의 한 번뿐!'이 한 박에 120만 원짜리 호텔에 자 보는 경험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래서 먹고 싶었던 '룸 서비스'도 생애 처음 시켜보았다. '내가 과연 이렇게 누려도 되는 것일까?' 쉴 틈 없이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지금까지 열심히 산 나에게 누리게 해 주자는 보상심리로 그런 생각들을 잠재웠다.
혼자서 12시 화이트 에펠을 기다리며 끔뻑끔뻑 잠기는 눈꺼풀을 버텨냈다. 12시! 그토록 바라던 환상의 화이트 애팰이 바로 내 눈앞에 펼쳐졌다. '이거야! 인생에는 얼마나 아름답고, 아직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 좋은 것들이 많은데 지금 죽기에는 너~무 아까워.'
나는 진정한 나를 찾고 있다. 그리고 힘든 일을 계기로 다시 태어난 삶을 살고 있다. 과거의 나는 죽었다. 이제 새로운 내가 깨어났다. 그리고 정말 행복한 일도 , 극도로 힘든 일도 인생의 곡선을 크게 롤러코스터 타듯 요동치지 않는다. 내 마음의 곡선을 늘 평정심의 직선으로 가져다 놓는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인생의 새옹지마라는 사자성어를 늘 가슴 깊이 새긴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인 것이다! 혼자서 불굴의 의지로 정글을 헤쳐나가다 보면 반드시 광명을 맞이할 것이다. 1분 1초 모든 감각을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드넓은 세상을 항해하는 것! 그만큼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 오늘도 나는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비상한다. 머물러 있거나 도태되지 않는다.
'파리'라는 매력적인 도시는 나를 그렇게 아름답게 치유해 주었다.
당신은 여전히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삶의 폭격이 당신을 지배하게 내버려두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