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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xan Maya Jan 20. 2023

엄마 내 남자친구는 돼지고기를 안먹어.

미국인, 브라운, 무슬림을 처음 본 엉뚱한 우리엄마. 

그의 뿌리는 파키스탄이며, 미국에서 수십년을 살아온 미국 시민권자이다. 미국은 워낙 다양한 서브컬처가 있다보니 이곳에서 생활하다 보면 다양한 나라, 다양한 종교의 뿌리를 가진 사람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지만,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아직 이런 다양한 문화적인 접점을 경험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인 것 같다. 


경상도에서 60년을 살아온 부모님에게 그를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 그를 만나면서도 마음 한켠으로 늘 이부분이 해결되지 않은 숙제처럼 나에게 남아있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서울에 온다는 부모님에게 나는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와있다며 그를 자연스럽게 소개해 보기로 했다. 


아버지는 외국인 이야기가 나오자말자 "삼겹살에 소주"를 외치셨다. 외국인이면 한국 전통음식을 같이 먹어봐야한다나... 하지만 무슬림의 전통이 오랫동안 남아있는 부모님 덕에 특별히 종교인은 아니지만 돼지고기 만은 넘어서는 안될 강처럼?! 먹지않는 그. 메뉴 선정부터 어렵다 어려워. 


이 돼지고기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결국 그가 부모님을 뵈러 대구집에 방문했을 때도 발목을 잡게 된다. 예비사위가 온다고 엄마는 일주일 전부터 걱정이 많았는데, 특히 그가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미국인이다 보니 한국음식들이 입맞에 맞을지 내내 고민이셨다. 대구집에 내려가보니, 상다리가 부러지게 음식을 차려놓으셨는데 그 음식들을 보고 얼마나 엄마가 귀여웠는지. 미국인 취향을 고려한 "스파게티", "피자", "월남쌈" 등등 우리집에서 보기 어려운 알록달록한 이국적인 음식이 상을 가득 메웠있었다. 된장찌개에 현미밥이 건강식이라며, 전통 한식만 고집하시는 부모님인데, 우리가 도착 전에 두분이 얼마나 고민이 많으셨을지...


그런 와중에 우리 엄마는 햄=순대=베이컨=돼지고기 인 걸 깜빡하시고, 모든 음식에 거의 햄과 베이컨을 넣으셨다 하하. (한국인에게 돼지고기 없는 음식을 찾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 같다.) 그래도 군소리 안하고 햄 열심히 빼면서 한상 배부르게 잘 먹어준 그에게 고마움을 다시 한 번 더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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