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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xan Maya Jan 20. 2023

얘, 외국인을 어떻게 믿니?

저 먼 나라에 사는 외국인을 뭘 어떻게 믿어야 할지 모르는 부모님..

그를 만나고 예의바른 모습에 어느정도 마음의 문을 여신 부모님. 그러나 그 다음부터 일종의 verification 문제가 한동안 부모님의 큰 고민이었다. 내가 말도 안통하는 이 외국인이 괜찮은 사윗감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내 딸 안 괴롭히고, 잘 살만한 녀석인가. 


나는 결혼생활은 내가 결정하는 것이고, 설사 그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하더라도 책임은 나에게 있는 거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대부분의 결정은 내가 주도적으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임에도 나는 여전히 부모님에게는 언제나 물가에 내놓은 듯 어리기만한 내새끼 일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 품에서 떠나와 다른 곳에 둥지를 트는 과정이 녹록지만은 않은 것 같아...


그래도 내 경우는 한국인 대 한국인의 결혼과 집안간의 교류는 아니었기 때문에, 대다수가 겪는 가문의 자존심이 걸린 혼수, 돈, 상견례, 결혼식장 예약 등의 문제는 감사하게도 잘 피해갈 수가 있었다. 이것 또한 이해심이 많고 오픈마인드인 부모님들의 결정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돌아서보면 감사한 마음이 많다. 


다만, 오히려 우리는 verification에 관련한 오히려 몇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인즉 이렇다. 


첫째, 우리 엄마는 외모부터 체크에 들어갔다. "얘 결혼하기 전에 건강검진부터 시켜라. 미국애들은 병원 잘 안가서 큰병있는 것도 모른대" "수염이 잔뜩 있던데, 혹시 수염 아래 큰 상처 같은거 숨기고 있는건 아닌가 몰라..잘 살펴봐라. 수염을 한 번 깎으라고 해봤으면 좋겠는데" "풍채는 좋아서 잘 아플거 같지는 않은데, 어디 아픈데는 없대?" 이 중에서 수염 이야기는 그와 그의 가족들이 뒤로 넘어갈 정도로 웃었는데, 안그래도 쿨한 미국 가족들에게 수염 및 상처까지 검문하는 우리엄마는 그야 말로 디테일 여왕의 끝판왕 이었던 것이다. 


둘째, 우리 아빠는 경제력이 우선이었다. 그는 한국에서 지낼 때는 카카오를 다운로드 받아 한국에 있는 일 관련 관계자들, 친구들과 소통을 하곤 했다. 우리 아빠와도 카카오톡 친구가 되었는데, 어느날 밤 우리 아빠가 장문의 카카오를 한국어로 보내서, 그걸 보곤 내가 경악을 했다. 아빠의 전문은..."기분나빠하지 말게나. 자네가 미국인이어서, 내가 자네를 잘 알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자네가 이제까지 얼마나 돈을 모았고, 재산현황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네." 


어떻게 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고, 기분이 나빠할 수도 있는 이 문제를 우리는 꽤나 현명하게 잘 넘어간 것 같다. 우선 그는 우리 부모님께 거짓말 하지 않고 솔직하게 본인의 상황, 재정 현황등을 상세하게 말해줬고, 아닌 건 아니라고 확실하게 말해줬다. (수염은 평생 절대 깎을 수 없다고 NO라고 외친 그. 엄마가 수염 깎으면 오백만원을 주겠다고 했으나, 5억이면 깎겠다고 오히려 역딜을 해서, 계약은 불성사 ㅎ)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를 들은 그의 부모님도 이를 문화적 차이로 잘 이해해 주시거나, 본인도 딸이 있어 이해한다는 마음으로 잘 넘어가 주셔서 스트레스가 적었다.


국제 연애를 하고 있거나,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이 한 마디는 전해 주고 싶다. 한국인끼리의 결혼에 많은 허들이 있듯이, 국제 결혼도 많은 허들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국제결혼도 어쩔수없는 가족들 간의 결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이 덜 스트레스도 덜 고통스러우려면 여러분이 선택한 배우자와 그 가족들이 이러한 문화적인 차이, 서로의 감정을 잘 이해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살다보니 흠이 없고, 결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 결점이 내가 수용할 수 있는 정도고, 나의 흠도 수용해 줄만한 사람을 만나면 그 모든 과정이 다소 수월하게 지나가는 것 같다. Good luck to anybody going thru the smiliar 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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