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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xan Maya Jan 20. 2023

부산, 상견례 여행

상견례식사? 우린 여행이었다...!

2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부터는 주변에 결혼하는 사람들이 한 둘씩 생기더니, 상견례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며 상견례를 하는 동안 등안 집안 어른들의 기싸움과 갖은 민감한 이슈들로 인해 식은땀이 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꽤 있는 것 같다...그러게! 한 두시간의 식사만으로도 그리 어려운 경험인데, 난 결국...상견례 여행을 진행하게 됐다. 


3년간의 코로나라는 역사적인 사건은 참 여러모로 예외를 만드는 것 같다. 15년전 즈음, 엄마가 투병을 하신 적이 있어 백신 맞는 것이 어려웠고, 여전히 백신 미접종자는 해외를 나가는 것이 까다롭고 어렵다. 양쪽 집 부모님들은 결혼 전에 화상 전화 이외에 서로 얼굴을 보고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우리 부모님은 미국 방문이 어려운 상태이니,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었다. 그의 부모님의 첫 한국 방문!!


그의 부모님은 한국은 처음이긴 하시지만, 중국에서의 유학생활과 여러나라에서 거주하신 경험 덕분에, 그의 부모님이 한국에 오셔도 꽤 잘 적응하시리라 생각했었다. 그래도 60이 넘으신 어르신들이 20시간 가까이 비행기 환승까지 해가며 한국에 오시니, 음식이며 숙박이며 신경 쓰이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이미 텍사스는 마스크를 안하고 다닌지 오래니, 24시간 마스크를 쓰고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하는 것도 얼마나 걱정이던지...


여튼 그의 부모님은 서울에서 3,4일을 여행하신 후 우리 부모님과 부산에서 만나기 위해 KTX 올랐다. (우리 아빠는 여행에 진심인데, 이 상견례 여행의 루트의 중심에 계셨다. 언제 또 한국을 와보시겠냐며, 좋은 호텔, 좋은 음식만 선보여 드려야 하며, 부산 혹은 제주로 내려와 상견례를 해야 한다고..하하) 뭐, 어른말씀 틀린게 없다고 결과적으로 이 루트는 꽤나 성공적이었다. 부모님이 한국 영화 "부산행"을 보고 너무 감명받으셔서, KTX 안에서 Busan to Train이라며 얼마나 좋아하시던지..하하 역시 한류의 힘은 무섭기는 하다. 


정말 재미났던 건 우리 부모님과 그의 부모님의 첫 만남 복장이었다. 우린 부산에서 방3개, 욕실 3개의 레지던스를 예약해서, 2박 3일동안 한 집에 묵었다. 그와 그의 부모님 그리고 나는 서울에서 이 레지던스에 먼저 도착해 나의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리 부모님이 등장할 때 난 무슨 대통령 내외가 들어오시는 줄 알았다. 일단 두분 다 정장 차림이었고, 우리 엄만 고이고이 모셔놓은 갖가지 귀중한 보석들을 다 하고 오셨지...하하. 그에 반해 그의 부모님은 서울에서부터 홈웨어의 아주 가벼운 캐줄어 차림이었다. 그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속삭였다. "엄마님, 아빠님(어머님 아버님을 까먹어서 매번 이렇게 부른다.), they look like president couple. So shiny wow)"


딸 보내는 부모 입장에서 최대한 깔끔하고 멋있게 보이고 싶은 우리 부모님과, 결혼은 내 아들의 중요한 인생사이지만, 내가 아주 멋있게 보여야 할 필요는 못느끼는 쿨한 미국 부모님의 다른 가치관이 만들어낸 재미있는 씬이었다. 그리고 이 짧은 만남의 순간에서 나는 깨달았다. 아, 이렇게 다른 거구나. 어쩜 평생 이렇게 다른 생각, 관습, 문화에서 살아온 우리 둘이 비슷한 가치관을 갖고 결혼하겠다고 결심한 게 정말 특별한 일이구나..앞으로 이런 일들이 참 많을텐데, 긍정적으로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며 대화하며 살아야겠구나. 


감사한 건 아직까지 이런 모든 일들이 우리 부부에게는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보다는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들 이라는 거다. 그리고 나에게 부자연스럽거나 offensive하게 느껴지는 일이 있을 때 그걸 오픈해서 이야기하는 이 방법이 꽤나 좋은 해결책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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