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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xan Maya Jan 20. 2023

소파 한 번 사기 힘들구나

이제 그만 사면 안될까? 무슬림 가족 대환장 소파 사기

이전 에피소드에서도 말했지만, 나의 남편은 브라운 무슬림이자 미국인이다. 그의 가족들은 이미 수십년전 미국으로와 터전을 잡고 살고 있으니 흔히 말하는 미국 문화 (음식, 생활방식, 습관)을 많이 갖고 있지만, 여전히 브라운 특유의 민족성이나 생활 습관도 갖고있다. 하루에 몇번씩 기도를 하거나 하는 종교적인 색채는 하나도 없지만 여전히 달차우나 브리아니 같은 전통 음식을 집에서 해먹기도 하고, 무슬림이 입는 파자마 같은 것도 집에서 즐겨입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하나! 그와 그의 가족은 집에 가구나 전자제품 등을 하나 살 때 끝없는 논쟁을 거쳐야 한다. 왜 이 물건을 사야하는지, 얼마인지, 더 싸게 사는 방법은 없는지 등등..소파 하나 사는데 3개월은 족히 걸린 것 같다. 이건 재정이 풍족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논쟁을 거쳐야만 무언가 살수있는 독특한 문화인 것 같다. 그는 나에게 본인스스로  "파키스타니들은 디스카운트 좋아하고, 뭐 하나 살 때 엄청 고민해"라고 하는 것 보면 우리가 한국인 특성으로 "빨리 빨리"를 위치는 것과 비슷한 그들의 특징과 문화가 있으리라. 


여튼 텍사스의 우리집은 2층으로 된 꽤 큰 타운하우스인데, 그의 부모님은 1층을 사용하고, 우리는 2층을 사용하고 있다. 2층에 있는 소파가 산지는 얼마 안되었는데, 가죽에 문제가 있는지 flake가 일어나고 색이나 스타일도 좀 마음에 들지 않아 바꾸기로 했다. 보통 나는 무언가 바꾸기로 결정하면 온라인 서치를 좀 한다음에 매장 한두군데 정도 둘러보고 바로 사곤 하는데, 그의 가족은 총 10번은 넘게 매장들을 다니면서 가격, 퀄리티 그리고 가장 중요한 디스카운트 등을 확인한 것 같다...난 중간에 지쳐서 2-3번만 따라다니고 아예 신경을 껐다 하하 (그게 정신 건강에 좋다고 확신한다!) 


이 과정에 그가 가구점 매니저 앞에서 엄마의 취향에 대해 지적을 한 이유로 싸움도 한 번 나고 (평소 화가 없으신 그의 엄마가 1층 방으로 그를 불러 아주 혼쭐을 내셨다는;;), 약 일주간의 그와 그의 엄마 사이 냉랭기를 거치기도 하며, 결국 3개월 만에 새로운 소파가 2층 거실로 들어오게 됐다. 2층 소파가 바뀌던 그 날, 다들 모여 화복하게 movie night을 즐겼는데, 그 상황이 나에게는 좀 문화 충격이었달까. 3개월의 크고 작은 논쟁과 수많은 고민들이 그 movie night 한 번으로 깨끗하게 정리되다니. 여튼 참으로 새로운 경험이었다. 


아, 이 헤프닝을 전해들은 우리 엄마가 이렇게 말했었지. 딱 내 심정이었다. "아이고 징하다 징해. 무슨 소파 하나 사는걸 3개월동안 의논하노. 미국 사람들은 다 그렇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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