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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xan Maya Feb 08. 2023

내가 N잡러가 된 이유

회사는 내 삶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나는 10여년 가까지 7번 정도의 이직을 경험한, 그것도 항상 동료나 상사의 리퍼럴로 이직을 해왔던 프로 직장인이다. 모든 회사에서 나름의 성과를 인정받아 꾸준하게 인센티브, 프로모션 등도 받아왔었고, 나름 일 하나 만큼은 기깔나게 하는 직장인 이었던 것 같다. 불과 1,2년 까지만 해도 나에게 있어 N잡러란 본인이 다니고 있는 회사에 120%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되었고, 본인의 리소스를 여러가지 일에 나누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직장을 다니는 내 삶은 회사에 모든걸 태워버리는 불꽃같은 삶이었던 것 같다. 한 직장에 수십년 뼈를 묻는 부모님 세대의 K 직장인은 아니었지만, 눈뜨자 말자 자기직전까지 핸드폰으로 업무를 수시로 했고, 주말과 주중의 경계는 없었다. 취미생활은 꿈도 꾸지 못했고, 밖에서는 에너지가 그렇게도 넘쳐나면서도 집에 들어오면 침대에 누워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태로 호흡만 하기 일쑤였다. (숨만 쉬는데도 힘들었다...) 난 당시 그게 회사에 최선을 다하는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지만 지나고 나니 번아웃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에게 회사가 내 삶을, 내 멘탈을, 내 건강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걸 알게된 사건이 있었다. 나는 30대 초반이 되자 말자 회사에서 50-70명 정도의 조직을 꾸려서 리딩하게 되었는데, 당시 외부 환경의 충격과 회사 자체의 기조로 인해서 3-40명을 6개월 내에 lay off 해야만 했다. 회사로서는 그러한 결정이 당연했지만, 하루 아침에 누군가의 일자리를 정리하고, 그 사람들과 다툼을 진행하고 협상을 진행하는 건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힘든 일일 수 밖에 없었다. 


거의 먹지 못했고, 다른 일은 일대로 처리해야 했고, 무엇보다 몸이 고장나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퇴사 통보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혼자 있을 때 더 심해졌다. 가만히 있다가 눈물도 났고, 우울감도 찾아오고, 그러면서 회사에 가서는 괜찮은 척, 강한 척 가면도 썼다. 이 고비를 넘기면서 "아 회사란 이렇게 냉정한 거구나. 이렇게 슬픈 마음을 어디에 이야기 할 곳도 없고 사실 나도 퍼포먼스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언제 lay off 당할지 모르는 것, 그게 현실이구나."라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되었다. 나는 이 조직, 이 회사를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해야 했지만, 심지어 이런 기회를 보기에도 녹록치 않은 업무와 시간적 압박이 있었다. 6개월여의 준비끝에 겨우 조직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난 처음으로 직장만이 아닌 내 개인적인 여러 분야의 시도를 했던 것 같다. 


물론 직장에서 맡은 바 최선을 다했고, 프로젝트도 문제없이 진행했다. (프로젝트 베이스의 직장으로 옮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것 같기도 하다.) 다만, 내가 언제든지 이 회사가 없이도 수입을 벌 수 있고, 40-50대가 되어서도 안정적으로 내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과 시도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사실 이 브런치의 첫 시작도 언젠가 하고 싶던 글쓰기를 시도 해 본다는 것에 의의가 있었다.) 특히 내 생활기반을 미국으로 점점 옮겨 가면서,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You're fired"를 쉽게 외치는 미국 사회에서는, 내 안정적 생활을 기반을 맞쳐줄 제 2와 제 3의 옵션이 필요했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과, 다른 어떤 일로 수입을 창출해 내는 것은 다르다. 지난 1-2년간 거의 잠을 못잤고, 지금은 2가지의 일을 병행하고 있다. Time management가 가능했던 나의 방법은, 여러가지 일을 다른 시간대에 맞춰서 한다는 것이다. (메인 잡은 한국 시간이지만, 세컨드 잡은 미국 시간대에 맞춰서 한다거나, 휴가 기간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거나.) 한군데에서도 실수가 나면 안되니, 더욱 일에 시간을 많이 쏟을 수 밖에 없고, 가족들의 이해와 배려도 필요하다. (나의 경우에는 그도 N잡러이고, 그 중 한 가지 우리 부부 공통으로 같이 일을 하고 있어서, 이해와 배려의 폭이 넓은 것이 사실이고, 이 부분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N잡러를 꿈꾸시거나 N잡 중이신 분들에게 감히 말씀드린다. 살다보니 뭐든지 한 방에 이뤄내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 뭐든지 지금 하는 일에서 기회가 온다. 지금 만나는 사람, 지금 하는 일에서 인정을 받으면 그것이 씨앗이 되어서 또다른 열매를 가져오는 좋은 자양분이 된다. 물론 열매를 만들어 내려는 끈기와 에너지가 필요하다. 잠을 자는 시간을 줄여야 할 수도 있고, 수 많은 공짜 미팅을 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조금은 여유로워 지는 시간이 오지 않을까..!  프로 N잡러 분들 다들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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