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개월간 유럽에서 난 뭘 먹었나 곰곰히 생각해 본다. 비행기로 10시간이 넘게 걸리는 저 반대편 나라에서도 what I eat, What I am 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는데, 역시 사람은 뭘 먹고 사느냐가 절대적인 고민인 것 같다. 유럽에서 먹었던 음식 중에 가장 생각이 많이나는 몇 종류를 남겨보려고 한다.
1. 역시 이탈리안!
얼마전 잠깐 유럽에 여행온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둘이서 깔깔거리며 웃었던 생각이 난다. 친구는 독일에 잠깐 체류 중이었는데 독일 음식이 너무나 먹을게 많고 맛있다는 거다. 대뜸 난 "야, 너 피자, 파스타, 지중해 음식 그렇게만 먹고 있는거 아니야?"라고 했는데, 정답이었다. 하하. 역시 유럽은 이탈리안 음식인 것인가. 어느나라를 가도 이탈리안 음식점을 가면 반은 성공하는 것 같다. 그 나라 음식은 입에 안맞아도 대충 익숙한 마르게리따 피자 하나 시키면 입맛에 맞게 허기는 채웠던 것 같은데.. 그래서 유럽사람들이 시간만 나면 롬과 밀란으로 배부르고 저렴한 식도락 여행을 오나보다 싶다. 특히 그중에서도 토마토,오일, 바질, 부라타 치즈가 들어간 샐러드는 꼭 추천한다.
2. 동유럽 핑크 수프
동유럽은 한국사람들에게 그렇게 선호가 있는 여행지는 아닐 듯 싶은데, 이번 출장은 사실 에스토니아부터 크로아티아까지 로드트립까지 포함하고 있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동유럽국가 방문이 많았다. 에스토리아 리투아니아 도시를 방문할 때, 생전 처음먹어보는 색깔의 수프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핑크수프다. 계란, 요거트 (사워크림), 비트, 감자, 오이 등이 들어가 있는 콜드수프인데, 색깔도 예쁜데 맛도 너무 상큼하니 별미였다. (비트 색깔때문에 수프 자체는 핑크색을 띈다.) 현지인에게는 한국에서 여름에 오이냉국을 시원하게 먹는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여튼 너무나 신기하고 맛있는 경험이었어서, 동유럽에 가시는 분들은 핑크수프를 보시면 꼭 하번 드셔보셨으면 하고 추천한다.
3. 감자로 만든건 모든 게 다 맛있는 도시!
역시 난 탄수화물을 사랑한다. 한국에서도 그렇게 구황작물을 사랑했는데, 유럽은 늘 그랬든 빵과 감자의 나라다. 메쉬드 포테이토가 얼마나 맛있는지, 위험한 음식이었다. 하하. 유럽에서는 감자가 주식인 나라가 많은데, 그래서인지 뇨끼, 메쉬드 포테이토, 가니쉬로 나오는 감자 요리들이 늘 맛있다. 특별할 게 없어보이는데, 고소하고 포슬포슬한 식감이 남다르다. (남이 해줘서 더 맛있는거일지도) 장기로 유럽에 지내다보면, 한국식의 sticky rice를 먹지 못해 아쉬울 때가 있는데, 그래도 맛있는 감자와 빵이 날 살렸다 하하.
4. 카푸치노
난 아침에 커피가 없으면 정신을 못차리는 1인인데, 플라시보 효과일지도 모르지만, 역시 난 매일아침 커피를 마셔야 뇌가깨는 느낌이다. 그래서 커피문화가 없고, 티문화가 많은 나라들을 가면, 입에 맞는 카페 찾아 삼매경이다. (그래서 중앙아시아나 발칸 출장이 힘들다...) 그래도 유럽 전역에는 맛있는 커피집이 많고, 신선한 원두를 쓰는 곳이 많은 것 같다. 특히 난 우유가 어느정도 들어간 커피를 아침에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데, 유럽에서는 카푸치노를 시키면 양이나 맛이 내 취향에 제격이다. (라떼를 주문하면 정말 말 그대로 우유가 너무 많아서 커피맛이 잘 나지 않고, 에스프레소는 초등학생 입맛인 나에게 너무나 쓰기 때문에 하하) 유럽에서는 카푸치노를 좋아하지 않으시는 분이라도, 꼭 카푸치노 한 번 드셔보시길 권한다. 아주 부드럽고 쌉쌀한 끝맛이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은 한 번 쯤 시도해 볼 만한것 같다.
5. 발칸 반도의 레모네이드
동유럽까지만 해도 레모네이드를 시키면 한국에서 느끼는 달큰하고 새콤한 레모네이드 맛인데, 발칸의 레모네이드는 정말 신선한 맛이 가득이다. 단 맛이 거의없고, 레몬과 민트의 조합이 아주 깔끔하고 시원한다. 한국에서 보는 귀여운 사이즈의 애플민트가 아닌, 내 손가락보다 큰 민트잎이 가득들어있는데, 가끔 나뭇가지를 그대로 꺾어서 넣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큼직한 민트를 넣어서 향이 일품이다. 발칸은 유럽과는 지역적으로 다르지만, 그래도 이번 출장에서 정말 맛있게 자주 먹었던 상큼한 레모네이드여서, 함께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