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내 가슴의 기적!

지금은 잊지 않는 게 나의 사랑. 널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by 글하루

그녀... 내 가슴의 기적!


그리움을 잊지 마... 아니 잊을 수 없어!

이 그리움을 들키지 말아야 하지, 누구에게도, 아니 너에게만


내 그리움은 깊은 밤의 음악과 사각사각 끄적거린 글, 바람과 구름, 별과 밤의 이슬, 붉어진 노을이 알고 있다.

사람들이 내 그리움을 모르게 하는 것,

이 세상에만 내 그리움을 살짝 보여주는 것

그것이 내 그리움을 지키는 방법이야.


만질 수 없는 너를 여전히 만지고 있어.

너는 아니.....

그대, 내 가슴의 기적인걸!!!


버스의 창문은 거리의 바람을 완벽히 걸러내고 햇살만을 버스 안으로 들여보냈다.

바람 하나 품지 않은 햇살은 버스의 창문을 지나서 현빈의 머리 위에 쏟아졌다.

고개를 들어 살짝 얼굴을 찡그린 현빈은 비스듬히 기울이듯 창에 기대었다.

가끔 버스를 타고 세상을 방황하는 것이 요즘 현빈의 안식처였다.

현빈은 버스 창에 이마를 대고 넓은 창의 투명한 스크린에 상영되는 거리의 무성영화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초점은 필요가 없었다.

목적 없는 바라봄이었다.

그저 시선을 둘 곳이 필요했을 뿐이다.

도시의 활기참도 멍한 현빈의 시선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버스는 똑같은 노선을 어제같이 돌고,

누구나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을 어제처럼 살아갔다.

거대한 도시는 틈없이 바빴지만 버스 안에서 보면 너무도 고요했다.

현빈은 버스 안에서 도시에 있지만 도시와 분리된 듯한 기분을 즐기고 있었다.


그날의 일은 현빈의 멍한 시선에서 시작되었다.

현빈은 버스를 타고 멍하니 거리를 바라보며 버스의 흔들림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세상이라는 무성영화를 보고 싶으면 시내버스에 오르곤 했다.

이어폰을 꺼내어 핸드폰에 연결하고 귀에 꽂은 후에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하늘에서 음악이 쏟아진다.

세상은 음악에 잠긴다.

지금같이 세상에 노래가 가득 차는 순간이면 세상이라는 무대의 주인공이 된듯하다.

오늘은 나지막이 퍼지는 음악이 붉어진 노을에 잘 어울린다.

하루를 건너오던 태양은 저녁의 날카로운 모서리에 베어져 상처를 입고는 서쪽하늘에 선분홍색 피를 뿌린 듯하다

아쉬움은 저래야 한다.

그래야 지는 해는 덜 서러울 것이다.


멍 때리기. 세상을 멍 때리면 바라보기

차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눈이 다시 차장에서 나를 바라보았다.

세상은 저렇게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듯하다. 마치 저렇게 보아주었으면 하고 바라듯.

현빈도 세상도 서로를 그렇게 바라보았다.

현빈은 도시에 뿌려지는 햇살이 빌딩에 부딪쳐서는

다시 황금색가루로 흩어져서 퍼져나가는 그 빛의 가루를 바라보았다.

세상은 나의 마음과 상관없이 어느 날은 아름답고 어느 날은 슬프고 오늘은 그립다.


그때 갑자기 초점 없던 현빈의 눈에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온몸의 피가 두 눈으로 몰려들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바로 그녀를 본 것이다.

길가에 꽃다발을 들고 걸어가는 그녀.

세상이 어떻게 이런 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누군가 눌러 놓은 정차벨을 다시 확인하듯 힘껏 누르고는 문 앞에서 버스가 서기만을 기다렸다.

다행히 정류장과의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 곧 내릴 수 있다.

우주가 두 번 만들어졌을 긴 시간이라도 지난 듯 버스가 서고 현빈은 빛의 빠르기로 달려갔다.

그녀가 거기에 그대로 있기 만을 바랬다.

뛰어가는 현빈의 걸음마다 물음표가 사방으로 빗물처럼 튀었다.

어떻게 그녀가 거기에 있을 수 있을까…


그녀가 있다는 것이 그의 심장을 뛰게 했다.

근육을 향한 피가 심장으로 돌아갈 틈 없이 달렸다.

지구가 현빈의 발 밑에서 빙글빙글 돌아갔다.

숨을 헐떡이며 도착했다.

두리번거리며 사방을 찾아도 그녀를 보았던 그곳 어디에도 그녀는 없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지나고 있었지만 딱 한 사람 그녀만 없었다.

아무리 눈에 힘을 주고 두리번거리고 발을 동동 굴러도 그녀는 찾을 수 없었다.

사방을 둘러보고 이곳저곳을 정신없이 둘러보았다.

그런데 사라졌다. 아니 그곳에는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네가 잘못 본거야 하고 지금의 상황이 말해주고 있었다.


현빈은 다시 초점 없는 눈이 되어서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었다.

사방에 아무리 눈길을 보내도 그 눈길과 마주치는 그토록 찾는 눈은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알 수 없는 시간과 정신없이 헤맨, 땀으로 얼룩진, 젖은 몸만 남았다.

너무 열심히 달려서일까 눈에서도 땀이 흘렀다.

눈물인지 땀인지 알 수 없는 맑고 투명한 액체가 현빈이 달려온 이유와 그리고 아픔을 설명해 주었다.

숨을 헐떡이며 두 손으로 무릎을 짚고 그냥 울어 버렸다.

슬픔이 헐떡이고 있었다.

그리움과 희망이 잠깐 보였고 그리고 그것을 찾아 달려왔는데

결국은 똑같은 현실에 좌절한 모든 순간들은 쏟아지는 눈물로 말하고 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저녁이 밤으로 부지런히 달린 시간이었다.

하늘을 바라보니 짙은 어둠에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몰랐다. 비가 내렸던가?

흠뻑 젖은 채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던가.....

이 모습을 가만히 맞은편 건물 커피숍 창가에서 나지막하게 바라보는 눈이 있었다.

그 사람은 보고 있으면 괜스레 촉촉해지는 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사람에게 사연이 있다면 어쩌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을 하면서...


그날 이후로 현빈은 멍하니 있는 시간이 늘었다.

아니 그냥 멍해졌다.

그런 시간들이 일상생활이 되면서 현빈의 하루하루는 그림자처럼 어두워졌다.

자신도 모르게 어느 순간 녹아서 사라져 버리는 자신을 힘없이 느끼고 있었다.

아무리 자신을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었다

어쩌며 자신은 스스로를 잡을 생각조차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에게서 어느덧 달아나버리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 익숙함이 일상이 되어버리는 그 익숙함

이런 일이 잦아지고 그리고 길어졌다.


예진수정1.png

현빈은 골똘히 생각했다.

분명히 그녀였다.

그런데 어떻게 그녀가 여기에 있을 수 있을까

그녀는 이 세상에 없는데 말이다.

닮았다.

아니 닮았다는 말로는 설명을 할 수가 없다.

자신보다 더 사랑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다

아침에 해가 뜨지 않는다는 말처럼 말이 되지 않는 말이다.

현빈이 잘 못 볼 리가 없었다.

그때 두 눈의 길을 통해서 들어온 그녀의 모습은 분명히 자신이 사랑한 그 사람이었다.

천둥 같던 그 순간은 번개의 번쩍임처럼 한 순간에 사라졌지만

그 벼락 맞은 대나무의 흔적이 거짓 일리는 없는 것이다.


현빈이 시간이 날 때마다, 아니 시간을 만들어서 그곳을 찾았다.

아무리 그 자리에 그 시간에 서 있어도 그녀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태풍이 물러난 것 같이 고요하기만 했다.

화산이 폭발한 후에 용암이 굳은 듯 마음속 모든 곳이 딱딱해졌다.

그렇게 시간은 강물처럼 조용히 그러나 흔들림 없이 흘러 흘러 현빈의 곁을 지나갔다.

밤은 짙게 세상을 덮지만 소리가 없다.

그리움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