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이면
잠깐 널 보고 그 속에 빠졌네
잠깐이 순간 되고 영원이 되네
사랑 네가 반갑다 인사를 하니
붉어진 노을처럼 물들어 버려
영원같이 만나야 영원인가요
잠깐 빠지면 영원이 돼요
잠깐이면 됩니다 사랑하기까지
잠깐 사랑하니 벌써 영원한 사랑
잠깐 시작하면 끝까지 가는 게 사랑이야
이제야 비로소 사랑인걸 그제야 알게 되지
처음부터 너는 예사롭지 않았어
시작.
만남이 늘어가면서 마음도 깊어지고 있다. 그 무언가에 빠져드는 고마운 마음.
건너가면 건너오는 그 무엇 사이에 숨어서 찾아주기를 바라는 반짝이는 무엇은 시냇가의 징검다리처럼 촘촘하게 두 사람 사이에 놓이고 있었다.
그것은 이미 시작되었다. 보았을 때부터....
사랑하는 사람만큼 큰 즐거움과 행복은 없다.
그 사람은 가장 황홀한 마약이었다. 끊을 수 없고 멈출 수 없으며 알면서도 빠져든다. 아니 알아도 빠져 든다.
사랑을 하는 순간 이미 작정한 것인지 모른다. 빠져들기로..... 그리고 빠져나오지 않기로 말이다.
어떠한 쾌락보다 강렬하고 어떠한 음악보다 황홀하며 어떤 풍경보다 아름답다.
그 한 사람만 있으면 세상이 내 것이 되는 그 신비로운 마법. 그래서 한 사람만 있으면 온통 세상을 가진 듯하다고 했던가. 더 이상 행복할 수 없고 더 이상 행복해지면 안 되는 그 절정의 순간.
거기에는 한 사람이 있었다.
좋다.
가슴에 나비 한 마리가 날아다니는 현빈은 매일이 좋았다. 늘어나는 하루는 늘어지게 싫었지만 그녀와 늘어가는 만남은 늘씬한 미인처럼 너무 좋았다.
나의 하루와 너의 하루가 합쳐서 우리의 하루로 이어지는 날들은 아름다웠고 그 이어짐은 내일로 모래로 그리고 어느 날의 모든 날로 이어지기를 바랐다.
내가 살던 세상은 사라지고 내가 살아보지 못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 싱그러움, 환희, 기대, 희망, 떨림, 천국, 노래, 영화, 그리고 세상의 모든 좋은 것들.
봄날이 가득한 가슴에는 티끌하나의 겨울도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봄날일 수 있을까!
한 사람이 가져온 봄은 어느 날의 봄보다 완벽했다.
학교 가는 매일이 즐거웠다. 그 즐거움에는 한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기대에서 시작했다.
연애의 최고점은 언제일까?
바로 시작할 때이다.
그 최고점을 유지하면서 사랑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말인가!
처음처럼 사랑한다는 말. 그건 끝까지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아름답다.
증상.
요즘 현빈은 이상하다. 보통 때와 다른 것들이 생겼다. 하지만 나쁘지 않다.
"너 요즘 이상해, 좋아하는 사람 생겼냐?"
주위에서 많이 듣는 소리다.
이런 질문을 자주 들을수록 현빈은 더 그 기분에 빠져 들었다.
처음에 사랑에 빠지면 부끄럽다가 어느 순간부터 자랑스러워진다. 그 당당한 단단함에 이르렀을 때 사랑은 등대처럼 빛나고 북두칠성처럼 같은 곳에 있으며 바람처럼 자유롭고 지구처럼 그 모든 걸 한 곳에 품는다.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고, 가슴에 새가 날아다닌다. 그 새는 어느새 나타났다가 어느새 사라진다.
무언가 그 사람과 끈으로 연결된 것 같다. 보이지 않는 붉은색의 실은 온통 그 사람에게 나를 묶어버린다.
운동을 하지 않아도 심장의 박동수가 빨라지고, 그 사람과 무엇을 하고 싶은 공상과 환상 속에 구름처럼 둥둥 떠다니기도 한다. 끊임없이 그 사람만 생각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한마디 말을 한다.
"나 미친 거 아니야."
누군가에게 빠지고 미쳐버리는 이 아름다움은 사실 너무도 멋진 일이었다.
'사랑이 이렇게 빠른 거였나."
첫눈에 반한 다는 건 신의 축복이다.
먼 길로 돌아가지 않는 지름길을 신께서 현빈에게 특별히 주신 것이다.
그 곧바른 직진은 사랑에 놀란 가슴이 미치지 않았음을, 아니 그 질문조차 하지 못하게 옆도 뒤도 돌아보지 못하게 한 사람으로 올곳이 향하게 만들었다.
'미쳤어도 이 미친 모습을 들키지 말아야지.'
하지만 이미 사람들의 눈에는 이미 들켜버렸는지 모른다.
'너는 이미 벌거숭이 임금님이야.'
벤치.
대학 방송국의 일은 재미있었다. 하지만 둘은 방송국에 거의 없고 밖에서 일한답시고 돌아다닌다.
현빈에게 새로운 학교 신문사의 일보다 새로운 한 사람이 더 즐거웠다. 일은 핑개일 때 가장 즐겁다.
“나 주말에 학교 도서관에 올 거야”
현빈이 지원에게 말했다.
“왜 나에게 말씀하시는 걸까?”
“예쁘신 그대가 학교도서관에 오면, 좋은 자리를 맡아서 학생의 본분인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틈틈이 산책을 하고 맛있는 점심을 사주고, 간식도 먹으며, 어쩌면 그대가 사줄지 모르는 향긋한 커피를 마실 계획이지…”
“음, 마지막 계획이 별로여서 패스”
“나는 반성이 빠른 사람이지. 마지막 패스미스는 인정. 커피도 내가 사는 걸로…”
“대신 기분 좋으면 저녁에 술 한잔은 내가 살 수도 있는 걸로…”
“가능성이 있으니 기분 좋게 해 드려야지.. 술 한잔이라..”
마음은 벌써 주말 도서관에 가 있었다.
현빈과 지원은 말이 잘 통하고, 보이지 않게 존중하고, 알아서 배려했다.
둘의 도로는 교통체증 걸린 도시의 월요일 출근길이 아침이 아니라 평일 낮의 뻥 뚫린 고속도로였다.
하나가 좋으면 다른 것도 좋은 법, 좋은 것이 많으면 나쁜 것 하나쯤은 묻혀서 티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둘은 그 나쁜 티 하나마저 보이지 않았다. 좋은 일이 좋은 일을 부르는 선순환의 법칙이 있었다.
좋은 만남은 좋은 만남으로 이어지는 법이다. 좋은 것은 더 좋은 것을 데려 온다.
두 사람은 시간의 징검다리를 건너며 예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여기에서 저기로 흐르는 시냇물을 건너기 위해서는 발에 물을 묻혀야 하지만, 그 사이에 놓인 작은 돌멩이들은 폴짝폴짝 한 걸음씩 징검다리가 되어 시냇물이 풍경이 되게 만들어 준다.
그 작은 이벤트는 사람사이의 징검다리가 되어 준다. 그리고 그 위를 사랑으로 한 걸음씩 다가서는 길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그토록 지루하던 도서관은 두 사람에게 놀이동산이 되어 있었다.
도서관 자리에 앉아 회전목마를 타고 휴게실에서 사파리 여행을 하고, 식당에서 바이킹을 타고 학교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가끔 눈이라도 마주치면 롤러코스터는 90도를 수직낙하했고 가슴은 소리를 질렀다.
말하자면 사랑의 땅
처음 내딛는 미지의 세계
이곳으로 들어간다.
알지 못하게 들어서서
어느새 놀라는 세상.
너와 갈 것을 안다.
네가 있어서 간다.
끝을 알 수 없는 시작은 이미 만날 때 시작되었다.
돌 하나가 돌 하나로 이끄는 징검다리를 건넌다.
만남이 만남으로 이끄는 길을 걷는다.
지금을 걸어 길을 간다.
나는 너를 만나며 사랑을 건너는 중
<징검다리>
징검다리를 건널 때 무슨 소리가 나는지 알아?
글쎄...
징검징검.
이런 바람 같은 농담에도
폭풍같이 웃을 수 있는 게 사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