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인터뷰하다.

/ 너를 읽고 싶어 /

by 글하루

이번 인터뷰를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하지만 준비를 많이 한다고 준비가 아니다.

"아 정말 물어보는 거 힘드네. 뭘 물어야 할지 모르겠어."

"잘 물리는 걸로 물어봐야지."

"장난해 지금?"

"진지해, 장난같이 보여?"

"응, 아니."

틀리다고 할 수 없는 맞는 말이다.

"물어보면 답해줄까?"

"음... 답해주게 물어야지."

"장난해?"

"진지해."

"음.... 그렇군."

현빈이 말했다.

"자는 것도 힘든데 쉬운 게 어디 있겠어. 가다 보면 서울 가겠지. 조금 더 헤매다 보면."

"음.... 그렇군. 자 헤매러 가 봅시다."

그렇게 둘은 인터뷰할 내용을 써 내려갔다.


"잠깐. 이건 편집장 오라버니가 할 일 아닌가?"

"음.... 생각해 봐. 네가 편집장이면 직접 하겠어? 한번 시켜보고 정리하겠지. 일은 하면서 배우는 거야 하면서."

"일리 있네."

"이삼도 있어."

"장난해?"

"아니."

계속 작업을 이어 나갔다.


"말로 꼬시는 거 힘드네. 어떻게 물어야 할지 모르겠어."

지원이 말했다.

"내 미모로 꼬셔볼까?"

현빈이 살짝 쳐다보며 말했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아니라고 생각해? 대답 잘해라."

"응. 갑자기 가능성이 높아졌어."

"오프라 윈프리가 그렇게 질문을 잘한다며?"

"뭐 그렇다고 하네."

"한번 어떻게 하는지 찾아볼까?"

좋은 방법이었다.

지금은 이정표가 필요했다.

둘은 유튜브를 찾아 아무 말 없이 보며 메모를 했다.

"꼭 인터뷰를 인터뷰하는 것 같아. 어떤 것이 좋은 인터뷰인지 좋은 인터뷰에게 묻는다는 느낌. 나침반을 보고 방향을 아는 것같이 말이야."

갑자기 펜을 놓으며 지원이 말했다.

"사랑에게 사랑을 묻는 것 같이. 사랑은 사랑을 알고 있을까?"

"웬 개똥철학 같은 얘기?"

"내 철학을 개똥이라고 말하는 용기를 가진 그대는 지금 제정신인가?"

지원이 눈을 부럽였다.

"아니 그게 아니고, 요즘 내가 사랑에 대해 좀 알거든."

현빈은 눈을 동 그렇게 지원에게 집중하며 살짝 웃었다.

지원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좀 맞자."

'퍽'소리와 함께 현빈이 움찔했고, 어색한 부끄러움은 조용히 사라졌다.



대답하는 것보다 물어보는 게 힘들다니, 세상은 아이러니다.

무엇을 묻느냐는 그 사람의 생각을 비춘 거울이다.

질문은 성을 공격하듯 능동적이며 대답은 성을 방어하듯 수동적이다.

질문을 해서 대답을 이끌어 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해보기 전에는 알지 못한다.

오프라 윈프리의 입장이 되어 보니 그녀의 위대함을 알겠다.

시간은 흐르고 질문지는 늘어 갔다.


김태선 선생님의 작업실은 북한산 자락 한옥마을에 있었다.

작업실은 집 바로 여에 있는 별채였고 큰 창문으로 북한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글이 샘솟아 나오기에 알맞은 곳이란 생각을 했다.

편집장과 현빈, 지원이 함께 들어서며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반가워요. 오느라 고생했어요”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너무 많은 분들이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기대하고 있어서 준비 많이 했습니다. 한마디 한마디 말씀이 후에 후배들에게 등댓불이 되어줄 겁니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중년의 김태선 작가는 수더분한 웃음으로 반겨 주었다.

“나도 학창 시절에는 선배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지요. 다행하게도 그 빚을 오늘 조금은 갚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니 오히려 내가 고마운 자리인데요. 내가 고맙습니다 “

여유는 말씀에 마음이 보였다.

다과상이 차려져 있었다. 북한산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고, 봄에 어울리는 웃음이 피었고. 따스함속에 함께 있는 사람들이 봄 속에 녹아들었다.

편집장은 준비된 질문으로 인터뷰를 이끌었고, 현빈은 녹음하며 메모를 하였다. 지원은 방해되지 않도록 작은 보푸라기 거스름 하나 없이 조심조심 사진을 찍었다.

무릎을 치게 만드는 한결 작가의 한마디 한마디는 인터뷰의 대나무 마디가 되어 높게 높게 다음 말의 기대를 높여 주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글이란 어떤 글인가요?”

선생님이 생각을 정리하듯 안경을 고쳐 쓰시고 말씀하셨다.

“상당히 넓고 지극히 주관적인 질문 같아요. 지금은 편지를 많이 쓰지 않지만 나는 편지가 일상이었던 세대이니 편지로 말할게요. 예를 들어 사람을 고백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그래서 편지를 씁니다.

만난 지 100일 되는 날이라고 해요.

이날에 편지를 주려고 합니다.

1장 썼어요. 100일 기념이라고 하면서,

느낌이 어때요? 말이 필요 없지요. 이게 뭐야 생각할 수 있어요.

노벨문학상 수상자도 편지한 장으로 감동을 주는 건 쉽지 않아요.

10장 어때요. 노력했네.. 20장 오호 좀 썼는데…

30장, 40장, 50장.. 이야 대단하네. 마음이 느껴지지요.

60장, 70장, 80장, 90장, 어때요? 마음이 느껴지지요

더 많이 100장 편지 어때요?

내용도 내용이지만 먼저 정성이에요. 정말 좋아하는구나. 이 마음이 전해지는 게 첫 번째지요.

만난 지 100일 날에 받는 100장의 손 편지는 이미 감동 아닌가요?

받아본 사람은 쓴 사람의 마음을 모를 리가 없지요

기뻐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막 자랑하고 싶지 않을까요

사랑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지요.

이럼 마음이 느껴지는 정성과 열정이 담긴 글이 좋은 글입니다.

누구나 쓰지만 아무도 쓸 수 없어요.

나는 내가 글 쓰며 잘하는 것이 있다면

노력과 수고를 아끼지 않고 과정의 번거로움을 즐길 수 있다는 거예요.

좋은 글은 이것이 먼저입니다.

비결이 없는 것이 비결이에요. 지름길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 지름길입니다.

땀을 이기는 비결은 세상에 없어요.

정성은 땀을 흘리며 한 걸음씩 떼는 수고예요.

정성과 수고 없이 써지는 좋은 글은 세상에 없어요.”


지원이 한쪽 벽의 액자에 걸린 글을 찍었다.

선생님이 붓글씨로 쓴 글이었다.

‘한걸음 한걸음으로 가려는 모든 길을 갔으며

한 글자 한 글자로 쓰려는 모든 글을 썼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함으로

내 삶을 사랑하였다.’

모두는 침묵 속에서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감동의 무게는 고요이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갖기로 하고 작업실 밖으로 나갔다.


커다란 파라솔이 있는 테이블 아래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바람이 너무 좋아요”

“음 참 좋네. 바람이 나를 통과해서 지나가듯 하지…

바람 안에 있으면 내가 바람이 되는듯해…”

“선생님과 있으면 손이 너무 힘들어요.

한 말씀 한 말씀이 꽃이고 별이니 말씀받아 적다가 시인이 되겠어요..”

현빈이 너스레를 떨었다.

“현빈 군은 어떤 사람이 글이나 시를 가장 잘 쓴다고 생각하나?”

“음… 글을 많이 써본 사람, 책을 많이 읽고요

그리고 일기를 10년 이상 쓰면 작가가 된다고도 들었습니다.

많이 읽고 , 많이 쓰고, 이 시간을 오래 보낸 사람이 아닐까요

노력 앞에 장사가 없다고 하잖아요.

선생님은 옅은 미소를 보시고요 숨을 깊게 들어 쉬셨다.

마치 진공청소기로 현빈의 말을 모두 빨아들이려는 듯이.

현빈이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요즘은 좀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아직 잘 모르는 감정이지만 사랑 말인데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훌륭한 시인이며 작가 같아요.

그 사랑의 감정을 얼마나 키우고 유지하고 깊게 하느냐가 자신이 쓰고 있는 글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은 말투인데?”

한결 선생님이 말을 했다.

현빈이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사랑하고픈 사람이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는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끄덕이며 한결 선생님이 말을 이었다.

“사람이 사랑으로 향할 때만큼 아름다운 마음이 없지.

그 마음을 따라서 글을 쓰다 보면 어느새 좋은 글을 쓰고 있는 작가가 되어 있을 것이네…”

“선생님은 어떤 작가이고 싶으세요?” 지원이 똘망거리는 눈으로 물었다.

“나는 그저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만큼 행복은 없거든."


좋은 것은 좋은 것으로 이어지듯 유쾌한 분위기는 즐거운 인터뷰로 이어졌다.

인터뷰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와서 글은 현빈이 정라하고 사진은 지원이 골라냈다.

많이 받아 적고 많이 찍다 보면 좋은 글, 좋은 사진이 꼭 있기 마련이다.

지금처럼 너무 많아도 고르기가 힘들어서 문제다.

두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뿌듯하고 배부른 인터뷰였다.

종합영양제를 먹고 보약을 마시고 영양제 주사까지 맞은 기분이었다.


“피곤하지만 너무 좋아”

“그러게..”

“궁금한 게 하나 있어”

“뭔데”

“그 사랑하고픈 사람이 누구야? 사랑받고픈 사람과 같은 사람이야?”

“글쎄 대답을 해줘야 하는 의무는 없지 않을까?”

웃으며 현빈이 말했고 지원의 입은 삐죽거리며 뾰로통해졌다.

입술이 하늘로 발사될 것 같이 튀어나왔다.

“입술이 한 백리쯤 나오는 사람을 좋아하지”

현빈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지원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알고 싶지만 때로는 비껴가는 것, 지금은 이것으로 되었다.

현빈이 한마디를 던졌다.

“ 나는 항상 너만 생각해.”

사랑하면 단순해진다. 그리고 단순해서 아름답다.

한마디면 아름다워지는 세상이 있다.

어느새 둘은 나란히 손가락을 걸고 앉아 있었다.

무언가 약속하듯이 둘은 서로의 약속을 읽고 있었다.



새끼손가락을 걸고

손을 맞잡은 듯

나란히 함께 걷는다.


마치 약속 위를 걷는 듯이

내일로 가는 듯이

사랑은 약속하라고 말하지 않아도

자신도 모르게 서로는

이미 약속하고 있다.


사랑은 모든 말로도 설명할 수 없고

어떤 말이나 설명이 된다.


사랑은 정답이 없으며

정답이 없어서 모두가 맞는 말이다.


사랑은 언제 하나 궁금하다가 벌써 하고 있는 것

새끼손가락 걸 틈 없는 약속같이.


- 새끼손가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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