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필시인 Jun 03. 2024

노을, 하루의 죽음

/ 죽어가는 건 아름답다. / 

노을

내 하루의 죽음

나를 잊지 마

철철 물든 아쉬움


단 한 번의 오늘

단 한 번의 인생

단 하루의 여행

단 하루의 삭제


노을의 기도는

내일이 알아줄 거야.

어제도 하루

오늘도 하루

그리고 내일도 

하루가 이어지기를......


평범한 날이여

위대한 하루야

오늘이 고맙지

사는 게 고맙지


별거 없는 하루가 고맙다.

하루에 죽음

하루의 탄생

아름답지만 슬프고

슬프지만 아름답다.

내 하루같이


노을 

내 하루의 죽음

다시 볼걸 알아도

보내야 한다.



 지금도 그날은 어제처럼 생각이나, 마치 사진을 보듯. 30년 전에 산성공원 꼭대기의 허름한 벤치에 둘이 앉아 손을 잡고 노을이 아름답다 바라보았다. 

"이쁘다."

30년 전에도 이렇게 말했다. 노을을 바라보며....

"이쁘다."

30년이 지나도 이렇게 말한다. 여전히...

 30년이 흘러 한강의 어느 식당 벤치에 앉아 고맙게도 여전히 둘이서 석양을 바라보며 눈을 떼지 못했다. 그날의 노을은 변함없이 아름다웠고 바라보는 얼굴에는 세월이 잔주름으로 앉아 있었다. 똑같은 하루는 변함없는 하루를 지나고 넘어 여전히 반복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변했지만 변함없이 그날을 살고 있었다. 변함없는 것들 속에는 변하는 것들이 있고, 변하는 것들 안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숨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변하는 것들 속에서 변하지 않고, 변하지 않는 것들 속에서 변하는지 모르겠다. 돈은 적당히 여전히 좋고 명예는 한때이고 건강은 수시로 변하고 늘 좋은 것은 사랑이었다. 젊어서는 에베레스트 같은 사랑이 좋았고 나이가 드니 뒷동산 같은 사랑이 좋다. 나지막해도 매일 오를 수 있다. 숨도 적당히 차고 내일이면 또 오르고 싶고 적당히 여전히 마음껏 아름답다. 그리고 가장 고마운 것은 한 사람과 에베레스트도 오르고 뒷동산도 같이 걷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어제같이 사랑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노을이 붉은 건 오늘같이 내일도 살기를 바라는 그 뜨거운 기원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물든다는 건 나도 모르게 그리 되는 것이니까. 하루에 머물다 노을에 물든다.

 노을은 매일 죽고 매일 아름답고 그리고 매일 다시 태어난다. 죽어가는 건 아름답다.

이전 17화 자유가 없다는 걸 알 때 자유롭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