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은 필요 없다. 한 줄이면 충분하다.

- 152일 -

by 글하루

한 줄의 글이 한 권의 책 보다 소중할 때가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책을 읽었던 것은 어쩌면 한 줄의 글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할 때 한 줄의 글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줄을 읽어 다시 한 줄을 찾고 싶었습니다.




책을 좋아하지만 책을 읽지 않는 날들이 늘어갔다.

사랑해도 사랑하지 못한 날의 후회처럼,

책을 멀리한 날은 어느새 생각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손을 놓게 만들었다.

더 이상 샘솟지 않은 샘물 앞에서 나는 멍해져 있었다.

(내가 그렇게 만들어 놓고는 말이다.)

더 이상 물러나면 안 된다는 생각과 함께 벼랑을 등진 마음이 필요했다.

다행이다. 이런 마음을 먹었다는 것, 스스로 대견했다.(진작 대견 해어야 했다.)


한 권은 필요 없었다.

내게는 한 줄이 필요했다.

그리고 한 줄이면 사막의 목마른 한 모금 물처럼 고마웠다.

이런 시작도 좋다고 생각했다.

한 권의 책이 두둑한 통장의 잔고라면 나는 지금 동전 한 닢이 소중했다.

가난한 마음이 부자의 마음으로 가려면 동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동전의 가치를 아는 것, 한 줄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는 것이면 시작은 충분히 좋았다.


아무 책이나 잡히는 대로 아무 곳이나 책을 열어서 거기에서부터 읽어 나갔다.

배고픔에는 음식의 종류보다는 음식자체가 중요하다.

일단 허기를 면하고 맛을 아는 것으로 옮겨가는 것을 선택했다.

허겁지겁 먹지 않고 한 줄 한 줄 꼭꼭 씹으려고 노력했다.

눈으로 보다가 입으로 읽기도 했다.

굳어버린 뇌를 깨우는 건 눈으로 읽는 글도 좋지만 입술로 말하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책을 읽다가 덮고 간단히 말로 정리도 해 보았다.

일부러 그랬다. 그렇게 하면 왠지 좋을 것 같았다.

굳은 머리를 깨우고 닫힌 마음을 어떻게든 열고 싶은 열정을 나타낼 방법이 필요했다.

연필도 꺼냈다.

깨끗한 책장에 밑줄도 치고 구석자리에 느낌도 적으며 읽은 흔적을 남겼다.

그렇게라도 읽은 보람을 흔적으로 남기고 싶었나 보다.

마치 반성문처럼 말이다.


이런 느낌 오랜만에 좋았다.

그래야지 했던 마음이 그랬어야지 했던 마음으로 채워졌다.


내 마음에는 바라는 것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 생각도 없고 방황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얻고 싶어 하는 이 모순을 알면서 모른 척하기도 한다.


오늘은 갑자기 한번 생각해 보고 싶었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정도 생각이라도 좋다.

이렇게 나는 한 줄을 읽고 한 줄을 썼다.


A_woman_with_a_face_resembling_Son_Ye-jin,_wearing.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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