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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일 Jul 09. 2020

익산 유튜버 어벤져스를 꿈꾸며

지역 미디어센터에서 유튜버 교육을 하며 느낀 점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매거진 '미디어생각' 30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www.ismedia.or.kr/usr/bbs/BbsMain.do?smenuNo=2040300


다를 것 없는 유튜브

  수업 첫 시간에 말한다. 유튜브는 지금 인기 많은 플랫폼일 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내고 기획하는 법부터 착실히 준비하면 어떤 분야에서도 꾸준히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촬영/편집기술은 핵심이 아니다. 내가 만든 이야기에 매력이 있다면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사람들은 봐줄 것이고, 시청자들에게 어떤 유익이 있을까를 고민하고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서 지속적으로 활동한다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알아줄 것이다. 너무도 뻔한 이야기지만 현재의 미디어교육 ‘업계’에서는 좀처럼 지켜지지 않는 것 같아 늘 반복하며 수업을 시작한다.

  이 말은 강사인 내 자신에게도 내뱉는 다짐이다. 영상 제작 능력이 있으니 영상 제작 교육을 해왔고, 뉴미디어나 기술 변화에도 관심이 있으니 유튜브나 SNS 활용 교육을 해오긴 했지만 새로운 흐름에 떠밀려서 마지못해 편승하는 게 아니라 미디어 교육자로서 능동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이고 시민들에게 자기표현과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다뤄야 할 매체였기 때문에 배우고 가르치기 전에 스스로 흔들리지 않아야 했다.



미디어센터에서 유튜브 가르치기

  재미에서 시작하는 유튜브 강좌에 2019년 여름부터 세 번에 걸쳐 강사로 참여했다. 처음에는 청년층 대상으로, 두 번째는 전연령 대상으로, 세 번째는 유튜브 촬영만으로 한정하여 수업을 진행했는데 역시나 예상대로 신청자는 정원보다 많았다.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비해 유튜브를 포함한 미디어 교육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긴 했지만 미디어센터를 모르던 사람들이 제 발로 찾아왔다는 것부터 신기했다. 일부는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에서 수업을 듣거나 활동을 하기도 했지만 절반 이상은 첫 방문자였다.

미디어센터에서 유튜브를 교육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이미 사설 교육기관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활발하게 유튜버를 양성하고 있다. 그곳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유튜브 속 수많은 유튜버를 스승 삼아 열심히 독학하고 있다. 그런데 굳이 미디어센터까지 유튜브 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해야 한다면 준비되어 있긴 할까.

  유튜브는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하나는 누군가에게 발언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채널과 플랫폼으로서, 다른 하나는 알고리듬이라는 피도 눈물도 없는 기계에 의해 철저히 숫자로 평가받는 시장으로서. 유튜브를 후자일 뿐이라고만 평가한다면 공공성을 중시하는 미디어센터에서는 다루지 않는 게 맞다. 이미 사람들 이목을 잡아끄는 영상을 위한 기술과 구독자수와 조회수를 늘리는 비법을 알려주는 교육기관은 많다. 또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현직 유튜버나 업계 전문가를 섭외해서 강의를 맡긴다면 시장 논리로 결정되는 강사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현실은 무시하더라도 항상 외부 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디어센터 자체 역량을 키우는 데도 방해가 된다. 무엇보다 ‘1인 미디어’라고도 불리는 유튜버의 특성상 교육이 끝나면 대부분 혼자 활동을 하기 때문에 동아리 활동을 할 이유도 없고, 장비나 시설을 이용하러 오지도 않을 것이다. 한쪽에서는 잘나가는 유튜버를 양성하면서 기존 교육과 사업에서는 공공성을 논한다? 심지어 내가 알기론 극소수의 미디어센터를 제외하곤 유명 유튜버들의 장비보다 더 좋은 최신 장비를 갖고 있는 곳도 없다. 숫자와 화려함을 좇기 위해 새로운 장비까지 마련해가면서 하는 유튜버 교육? 그건 모순의 극치다.

편집 수업 중

내가 재미에서 전하려고 했던 것들

반면 미디어운동의 시각에서 유튜브를 바라본다면 이건 기회의 땅이다. 1원도 들이지 않고 내 목소리를 담은 콘텐츠를 무한정 업로드하고 전 세계로 송출할 수 있으며, 때깔이나 완성도와 상관없이 재미와 유익함만 있다면 대기업이나 방송국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나만의 채널을 갖게 된다는 건 그동안 수십 년간 퍼블릭 액세스를 외치던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 그 자체다. 일종의 ‘Power to the people’이랄까. 그래서 내가 유튜브 교육을 할 때는 이쪽 시각에서 바라보고 참여자들에게 ‘미디어力’(글쓴이의 급조어. 미디어 읽기/쓰기 능력에 자신이 ‘미디어’라고 자각하는 힘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을 키워주기 위해 노력했다.


⓵ 첫 수업에서는 유튜브라는 플랫폼 자체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고 했다. 시청자로서는 유튜브에 익숙했지만 제작자로서 알아야 할 추천 알고리듬이나 수익구조, 저작권과 같은 내용은 잘 모르고 있어 그쪽에 중점을 두고 수업을 했다. 가장 질문이 많이 나왔다.


⓶ 기획안을 작성해보았다. 평소에 보는 채널을 참고하여 앞으로 만들 5개의 에피소드를 준비하고 자기 채널의 정체성을 세우는 과제를 내주었는데 많이들 어려워했다. 한 번 유튜버를 해볼까, 하는 막연한 태도로 접근해서 그랬을까 아니면 자기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데 익숙하지 않아서 그랬을까. 참여자 전체 발표는 부담스러워 하여 몇 명만 발표하는 식으로 마무리하긴 했지만, 내 생각으로는 이 단계에서 꾸준한 활동 여부가 결정되는 것 같다.


⓷ 촬영 수업에 들어가선 장비를 소개한다. 모든 수업에서 그렇듯 다들 파워 유튜버의 장비를 궁금해 하고, 강사가 들고 있는 장비를 궁금해 한다. 그럴 때마다 중요한 건 장비가 아니라 아이디어와 끈기라고 말하며 장비욕구를 잠재우려고 노력한다. 각자 갖고 있는 스마트폰은 방송국 중계차나 마찬가지다. 찍고 편집하고 업로드까지 손 안에서 끝낼 수 있으니 일단은 스마트폰으로 시작하고 주머니 사정이 될 때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라고 말하고 있다.


⓸ 촬영기술은 최소한으로만 전달했다. 영화를 만들 것도 아니고 스마트폰만으로는 모두가 고품질 영상을 찍기는 어렵기 때문에 ‘내 의도를 담아낼 수 있는 촬영법’과 ‘보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을 촬영 팁’ 정도만 전달했다. 모든 과정을 통틀어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수업이지만 기존에 촬영 경험이 있고 좋은 카메라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몇 개의 상황을 설정하고 수업을 진행했다. 책상에 앉아서 촬영하기, 걸어가며 촬영하기, 들고 찍기와 삼각대(스태빌라이저) 촬영의 차이, 상황에 따른 녹음과 조명의 중요성 등. 유튜브 영상이라고 해도 장르가 워낙 다양하고 어울리는 촬영법도 다르고 초급자와 중급자 모두를 만족시키긴 어려우니 수업 종료 후 별도의 촬영수업이나 장르별 유튜버 강좌를 개설하는 게 좋겠다.


⓹ 편집 수업은 가장 어렵다. 참여자들의 이해도, 능력, 감각이 천차만별이라 촬영수업보다 진도가 잘 안 나간다. 익산 수업에서는 개인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편집을 기본으로 하고 자기 폰에서 편집앱을 쓸 수 없는 경우엔 센터 PC를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앱은 어도비 프리미어 러시를 골랐는데 적은 노력으로도 다른 무료앱보다 훨씬 고품질의 영상을 만들 수 있고 모바일과 PC 모두에서 유사한 편집 환경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⓺ 마지막 수업에서는 업로드와 채널 관리 방법을 전했다. 영상 썸네일과 채널 아트를 만들고 업로드할 때 채워 넣을 각종 정보에 대해 알려줬다. 아쉽게도 몇몇 참여자는 편집 단계에서 포기한다. 그래서 최종 수업에 불참하거나 영상을 제출하지 않고 듣기만 한다. 유튜브 수업이 기존의 영상 제작 수업과 가장 다른 지점이 여기에 있다. 대부분 혼자 활동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자기 마음대로 만들 수 있지만, 혼자이기 때문에 도움을 줄 사람이 없어 중도에 포기할 확률도 높다. 이번엔 촬영수업에서만 2인 1조로 실습을 했지만 초급자가 많을 경우엔 전 과정을 모둠활동으로 운영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촬영 실습 중

수업을 마치고

  강좌가 끝난 후 참여자들의 유튜브 채널을 지켜보면 많이 아쉽다. 처음 기획안대로 꾸준히 유튜버 활동을 하고 있는 건 딱 한 사람이다. 나머지는 업로드를 안 하거나, 아주 평범한 일상의 기록만 간헐적으로 올릴 뿐이다. 이런 상황을 우려해서 수업 첫 시간과 마지막 시간에 참여자들만의 MCN, 즉 품앗이 개념의 제작자 동아리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짧은 기간의 수업이었고 기존 미디어센터 활동과 다른 ‘1인 미디어’를 목표로 모이다 보니 참여자들의 교류가 부족해서인지 모임은 결성되지 않았다.

  혼자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도 있지만, 혼자라서 어려운 일도 있다는 걸 깨닫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활동하려면 가까이 두고 교류할 수 있는 동료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건 다른 매체 활동에서 증명된 일인데 유튜브만 굳이 예외일 필요가 있을까. 참여자들은 부디 ‘1인 미디어’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고 자기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방법과 동료들을 찾으면 좋겠다. ‘따로 또 같이’란 말처럼.

  나를 비롯한 강사들도 단순히 참여자들에게 제작기술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가 ‘미디어’라는 것을 깨닫게 도와주고 일방적인 외침이 아니라 쌍방향의 소통이 될 수 있는 방법까지 전달해주면 좋겠다. 모든 이가 미디어 능력자가 될 순 없고 그럴 필요도 없겠지만, 일단 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은 순간부터는 끝까지 살아남는 게 중요하니까. 또 미디어라면 사람과 사람, 미디어와 미디어를 연결하는 게 가장 큰 존재 가치니까. 그렇게 살아남은 ‘미디어 크리에이터’들이 뭉쳐서 거대한 어벤저스를 결성하는 날을 보고 싶다.

촬영 실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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