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만들 때 활용할 수 있는 오픈 소스들1

1. 오디오 편

by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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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이 뭐길래

제이슨 본 3부작은 몇 번을 보더라도 마지막 장면에서 ‘Extreme ways’란 곡이 흘러나올 때마다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한 프레임도 어긋남 없이 적절한 시점에 음악이 터져나올 때의 흥분감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껴본 적 있는 황홀한 경험이리라. 창작자라면 이를 넘어 자신이 만든 작품에도 근사한 음악을 넣고 싶은 욕구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좋은 음악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는 없다. 바로 ‘그놈의 저작권’ 때문이다. 누군가의 저작물이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건 맞지만 대단한 부귀영화를 바라는 것도 아닌데 상업영화가 아닌 습작이나 독립영화까지 엄격하게 법을 들이대니 왠지 치사한 느낌까지 든다. 오죽했으면 인터넷에서는 이런 얘기까지 돌아다닐까. ‘무인도에 고립되면 백사장에 미키마우스를 크게 그려라. 그러면 디즈니에서 고소하려고 너를 찾아올 것이다.’

그렇다고 늘 음악 없는 영화를 만들 수는 없고, 풍족한 예산 없이 영화를 만드는 주제에 매번 전문적인 음악가를 고용해서 만들기도 어렵고, 몰래 기성곡을 가져다 쓰자니 나중에 내 작품이 유명해졌을 때 문제가 생길 것 같고…. 가난한 창작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지금부터 영화를 제작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열린 자료’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그전에 지금부터 소개하는 자료들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아무런 제약없이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분명히 밝히고 넘어가야겠다. 다시 말해 공개된 자료들이라 하더라도 원저작권자의 의도에 따라 일부/전부의 활용범위나 출처 기재 여부, 영리/비영리 활용 여부, 수정/2차적 저작물 허용 여부, 2차 저작물에 대한 동일한 라이선스 적용 여부 등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는 말이다. CCL(Creative Commons License)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CCKOREA(cckorea.org)와 각 자료 제공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활용하기 전에 이런 규정에 대한 확인을 꼼꼼히 하길 바란다.

2-유튜브.png 특별할 게 없는 여행비디오에 삽입된 짧은 노래 때문에 영상의 전체 소리가 사라지기도 한다.

오픈 소스 = 보물창고

영화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타인이 만든 것을 가져다 쓰기 때문에 저작권에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음악, 사진, 글, 자료영상, 음향효과, 글꼴 등이 그것이다. 음악이나 삽입되는 영상의 경우에는 최근 들어 많은 인식의 개선이 있어서 저작권을 염두해 두고 사용하는 습관이 들었지만 그 이외의 자료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례처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저작권의 만료 시효가 50년에서 70년으로 늘어났고 거미줄처럼 얽힌 저작인접권자들의 권리까지 생각한다면 함부로 사용하다가 낭패를 보느니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안전한 오픈 소스 자료들로 눈을 돌려 보는 건 어떨까. 언뜻 보면 대부분이 전문적인 창작자들의 작품이 아니기에 완성도나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은둔고수’란 말처럼 의외의 숨은 진주를 발견할 확률도 높고 경우에 따라서는 프로들이 선의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편견을 갖고 접근할 필요는 없다. 또 누가 알겠는가. 무명의 창작자가 만든 한 곡의 음악이나 한 장의 사진이 나의 작품 때문에 덩달아 유명세를 타게 될 지.


소리의 보물창고

전세계 사람들이 널리 즐기는 음악의 경우에는 오픈 소스의 음원들을 구할 방법이 많다. 당장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수많은 사이트가 뜨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는 그 중에서 유명한 몇 곳만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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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양으로 승부하는 자멘도와 프리뮤직아카이브

43만 곡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는 자멘도(www.jamendo.com)는 장르와 참여 뮤지션의 숫자만으로도 엄청나다. 모든 음악은 CCL 규정에 따라 제약없이 쓸 수 있는 음악과 아닌 것이 나뉘어 있지만 보유 곡의 양에서부터 엄청나기 때문에 일단 들어보며 고민해도 좋을 것이다. 친절하게도 스마트폰앱을 제공하고 있으니 틈날 때마다 신곡을 들어보는 것도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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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공짜 음악이 아니라 좋은 음악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하는(“It's not just free music; it's good music”) 프리뮤직아카이브(freemusicarchive.org)는 큐레이터의 추천 메뉴가 특색 있어 보인다. 각 지역 방송국이나 음악축제 담당자들이 고른 목록이나 ‘비디오를 위한 음악’ 같은 선곡 목록을 살펴 보면 주류 음악 위주의 식상한 선곡 리스트가 아닌 이국적이고 신선한 느낌의 음악들로 세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에 넣을 음악을 찾는 목적이 아닌 음악감상을 위해서도 충분히 좋은 사이트.

한국에서는 프리비지엠(freebgm.net)이란 사이트가 조용히 활약을 했지만 2013년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이유야 알 수 없지만 머지 않아 같은 역할을 하는 사이트가 생기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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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뭐니뭐니해도 배경음악은 클래식

희한하게도 클래식 음악은 어디에 갖다 붙여도 잘 어울린다. 가사가 없다거나 오랜 세월 동안 연주되며 검증받은 보편성 때문일 수도 있고, 알게 모르게 수많은 매체를 통해서 길들여졌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영화가 엉망이더라도 음악의 힘만으로 어찌어찌 넘어갈 수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고맙고도 위험한 존재가 바로 클래식 음악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음악의 원저작자가 고인이 되었을 확률까지 높으니 저작권에 대한 걱정으로부터 자유로운 노다지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면 실수다. 모짜르트나 베토벤 같은 작곡자들의 권리는 사후 50년(혹은 70년)이 지났기에 소멸되었더라도 연주자나 음반을 만든 사람들은 시퍼렇게 살아 있을 수 있으니 이 역시 위험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에겐 클래식캣(www.classiccat.net)이 있다. 접속하면 첫 화면부터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한 90년대 느낌이 물씬 풍겨 의심스러울 수도 있지만 작곡자, 연주자, 장르, TOP100 등의 분류를 하고 있어 저작권으로부터 자유로운 어지간한 고전음악은 다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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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캣에서 원하는 음악을 찾지 못한 경우도 생길 수 있는데 이럴 땐 위키피디아(en.wikipedia.org/wiki/Wikipedia:Sound/list)를 이용하면 좋다. 사전으로 유명한 위키피디아에서는 저작권이 소멸되어 공공영역(Public Domain)에 있는 음악들의 목록과 검색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찾은 자세한 정보를 갖고 구글에서 손가락품만 팔면 좀 수고스럽더라도 원하는 곡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만들고 있는 영화에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가 필요한데 주위에 아무리 수소문해봐도 뉴욕필하모닉이나 슈퍼주니어의 헨리가 연주한 곡밖에 찾을 수 없을 때, 그런 암울한 순간을 맞았을 때 위키피디아를 통해 검색하다보면 100년 전 오스트리아 시골 교회의 이름 모를 소녀가 연주한 버전의 피아노곡 파일을 찾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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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클릭 몇 번에 음악을 깔다

복잡하고 귀찮은 건 싫어하는 분, 음악이 없으면 허전하니까 대충 분위기만 맞춰서 넣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위한 방법도 있다. 바로 음악이나 영상 제작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기본 음원과 샘플러를 이용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설치해서 영상을 제작하는 수많은 앱들이 있는데 그중 잘 만든 앱들은 짧지만 꽤 쓸만한 음악들을 기본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기성곡이나 맞춤곡처럼 완성도가 높지는 않더라도 어디에 갖다 붙여도 무난할 수는 있으니 아쉬운 대로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너무 나태한 선곡 아니냐고? 가끔 공중파 방송을 보다가 익숙한 음악이 들려서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평소에 사용하던 애플 개러지밴드 앱의 샘플러 음악이 나올 때도 있었다고 슬쩍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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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유튜브 오디오 라이브러리

‘위대한’ 구글이 소유한 유튜브도 아마추어 영상인들을 어여삐 여겨 유튜브 오디오 라이브러리(https://www.youtube.com/audiolibrary/music)를 운영하고 있다. 위에서 여러 사이트를 추천했지만 사실 이 사이트만 즐겨찾기 해두고 찾아가도 어지간한 영상에 어울리는 음악은 다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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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밖의 소리가 필요하면

음악까진 어찌어찌 해결됐지만 편집을 하다보니 부실했던 동시녹음이 아쉬워서, 혹은 좀 더 실감나는 음향효과를 집어 넣고 싶을 때 활용할 만한 사이트들이 있다. 이름도 거창한 사운드바이블닷컴(soundbible.com)이나 프리사운드(www.freesound.org)에 가면 로얄티 프리 효과음들을 잔뜩 구할 수 있다. 총소리, 발소리 같은 효과음부터 다양한 공간의 룸톤까지 상상하는 거의 모든 것의 소리를 구할 수 있는데, 위에서 언급한 음악들처럼 짧은 효과음이라 하더라도 활용에 대한 조건이 다를 수 있으니 일일이 확인하고 사용하길 바란다. 사운드잭스닷컴(soundjax.com)에서는 포털사이트의 검색엔진처럼 소리를 찾을 수 있는데 저작권과는 상관없이 인터넷 상에 올라가 있는 파일은 모조리 검색해주는 사이트니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저작권 침해의 위험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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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만큼 되돌려주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제이슨 본이 멋지게 돌아오는 장면의 배경곡을 만든 Moby는 독립영화인들을 위해 모비그래티스닷컴(www.mobygratis.com)이란 공간을 마련하여 자기가 만든 150여 곡을 무료로 공개했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만든 영상이 아니라면 간단한 신청서만 작성하고 나서 그의 음악을 아무런 대가없이 쓸 수 있다. 행여나 나중에라도 수익이 나면?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소사이어티에 수익이 기부된다고 한다. 모비처럼 잘 나가는 뮤지션이나 가능한 시도가 아니냐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역시 그동안 수많은 창작물의 영향을 받았던 수혜자이기 때문에 독립제작자들에게 받은만큼 되돌려주는 사회환원이나 재능기부의 일환이라고 보는 게 적당할 것 같다. 부디 전세계의 모든 창작자들이 생계를 걱정하지 않을만큼 벌게 되어 Moby처럼 ‘자발적으로’ 재능기부를 할 여유가 생기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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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엔 그림, 사진, 글꼴 등을 공유하는 사이트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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