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촬영을 도와주는 기술

촬영자 없이 촬영하는 법

by 주일
영화 <나이트크롤러>에는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며 영상의 품질도 높여가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1인 촬영의 시대

디지털 방식의 캠코더와 편집기가 보급되면서부터 1인 영상 제작 시스템은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니다. 혼자서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하고 배급(납품)하는 시스템은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극소수의 사람들만 이용하는 매우 어렵고도 번거로운 일이었지만 이젠 작은 카메라와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누구나 1인 미디어 제작자가 되어 활동할 수 있다. 그 시작은 첨단 기술 덕분에 작아진 장비 때문일 수도 있고, 비용 절감을 위해 방송국들이 VJ(비디오 저널리스트)를 포함한 외주 제작사를 통해 콘텐츠를 공급받기 시작하면서부터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세상이 돌아가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웰메이드’ 영상보다는 ‘라이브’ 영상이 더 각광받는 시대에 들어섰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갈수록 현실감 넘치는 영상을 요구하는 시청자와 관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1인 제작자들은 어떤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까.


나도 나오고 싶다 – 자동추적캠

1인 제작자들은 종종 화면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삼각대를 이용한다. 사전에 적당한 크기로 촬영 범위를 설정한 뒤 녹화버튼을 누르고 화면 속으로 들어가서 인터뷰이와 대화를 나눈다. 만약 돌발 상황이 발생해서 인터뷰이나 촬영자가 화면 밖으로 벗어나면 어떡할까. 어쩔 도리가 없다. 삼각대 위에 놓인 카메라는 스스로 움직이는 법을 모르니까. 또 피사체이자 촬영자가 자신의 멋진 솜씨를 뽐내고 싶어 하는 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라면 어떻게 할까. 카메라를 가만히 삼각대에 세워놓고 촬영하면 원하는 그림을 잡아줄까. 어림도 없다. 카메라는 피사체가 어떤 움직임을 보여주든 따라다니며 촬영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2009년에 소니에서 ‘파티샷(Party-shot)’이란 제품을 출시했다. 카메라를 장착하면 제자리에서 회전하면서 사람 얼굴을 인식한 뒤에 자동으로 사진을 찍어주는 기능을 지닌 디지털카메라용 거치대인데, 카메라 뒤에서 사진을 찍느라 정작 자신의 모습은 사진에 담지 못하는 ‘찍사’의 비애를 해결해준 유용한 제품이다. 판매량이 많지 않았는지 한 번도 실제로 구경할 기회는 없었지만 1인 제작자라면 누구나 느껴봤을 ‘나도 찍히고 싶다’는 욕구를 어느 정도는 해결해 준 제품이라고 생각된다. 이후 파티샷을 계승·발전시킨 여러 제품들이 나왔는데 그중에서 가장 저렴하고 성능이 좋은 두 개의 제품 ‘솔로샷’과 ‘픽시오’를 소개할까 한다.

‘솔로샷’과 ‘픽시오’는 둘 다 같은 기능을 제공한다. 발신기를 장착한 피사체가 움직이면 카메라 밑에 부착된 전동 헤드가 카메라가 피사체를 향하게 도와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좌우이동만 가능한 수준이었는데 최근 모델들은 틸트, 팬, 줌, 타임랩스 영상을 위한 미세한 움직임, 심지어는 원격 조종까지 가능해서 그야말로 제2의 카메라맨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간단하게는 강의 중인 강사나 코트 안의 운동선수를 촬영할 때처럼 정해진 공간 안에서 움직이는 피사체를 놓치지 않고 촬영하는 것이 가능하겠고, 카메라 여러 대가 동시에 빠른 움직임의 피사체를 담아야 하는 익스트림 스포츠 촬영에서도 카메라맨을 최소한으로 쓰면서 다양한 위치에서 촬영할 수 있을 것이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단순히 발신기만을 좇아 움직이기 때문에 기계적인 카메라 무빙만 할 것 같아서 못 미더울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피사체의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에까지 미세하게 반응하며 촬영하는 해당 분야의 전문 촬영감독이 아니라면 이 제품 이상의 촬영 솜씨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얼마나 피사체를 잘 따라다니는지는 제품 소개 영상에 나와있다.


실감 나게 찍고 싶다 – 액션캠

기존의 카메라는 덩치가 제법 컸다. 근래에는 어깨 위에서 내려와 손바닥 안에 들어오긴 했지만 여전히 민첩한 움직임의 촬영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또 카메라는 온도나 습도 같은 주변 환경에 예민하고 충격에 민감하다. 그러다 보니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피사체를 끊임없이 따라다니거나 험한 환경에서 촬영하는 건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이유로 액션캠이 등장했다.

소는 몰라도 개는 달고 다니는 액션캠 고프로

고프로(GoPro)로 대표되는 액션캠은 아주 작으면서도 방수·방진 기능이 강화되어 아무렇게나 굴려도 멀쩡하게 작동하며 최근에는 4K 고화질의 영상까지 기록이 가능할 정도로 놀라운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또 작고 가볍다 보니 여기저기에 부착해서 기존 카메라가 다가가지 못한 범위까지 촬영할 수 있고, 수중촬영 같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훌륭한 품질의 영상을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예전에는 볼 수 없던 풍경을 1인칭 시점으로 보여주는 액션캠의 영상은 얼핏 FPS(First-Person Shooter) 게임 영상과 닮아 있어 요즘 젊은 관객들에게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기존의 얌전하고 전통적인 앵글의 촬영에 질린 제작자라면 액션캠을 이용해서 낯선 시도를 해보거나 등장인물의 시선에 좀 더 가까워진 촬영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액션캠을 이용한 1인칭 시점의 촬영에 대해서는 ‘훔쳐보기에서 보여주기로 – 1인칭 시점(POV) 영상의 대중화’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runch.co.kr/@drector/4 )


폼나게 찍고 싶다 – 무인촬영 드론

할리우드 영화에선 한 번씩 도심을 수직 부감으로 내려다 찍는 장면이 나온다. 가끔은 왜 찍었는지 이유를 알 수 없기도 하지만 항공 촬영은 다른 카메라 워킹에선 찾기 힘든 묘한 매력을 전해준다. 최근에는 이전의 소형항공기보다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는 쿼드콥터들이 ‘드론(Drone)’이란 이름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덩달아 항공촬영 영상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무인항공기 드론을 이용한 촬영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원격 촬영 기술은 아무나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기체를 전·후·좌·우·위·아래로 끊임없이 이동시키며 카메라까지 조작하는 일은 장시간의 훈련과 탁월한 감각이 필요한 고도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항공촬영은 하고 싶은데 원격 조종은 할 줄 모르고, 전문가를 고용할 처지도 되지 않는다면 어떡하지? 그런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서 ‘에어독’과 ‘릴리’라는 무인촬영 드론이 등장했다.

지금은 '릴리' 펀딩 프로젝트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제품 모두 무인 조종 소형항공기인데 일반 드론과 다른 점은 솔로샷과 픽시오처럼 송신기를 갖고 있는 사람을 따라다니며 촬영한다는 점이다. 일단 드론을 하늘에 띄우기만 하면 알아서 송신기를 향해 비행하면서 사전에 설정되거나 리모컨으로 조작된 명령에 따라 촬영한다. 단순히 따라다니며 촬영하는 것을 넘어 지미집처럼 틸트 숏을 찍을 수도 있고 마이클 베이 영화에서처럼 주인공을 중심에 둔 채 빙글빙글 돌며 찍을 수도 있다. 전문가의 촬영만큼 정교한 숏을 찍기는 어렵겠지만 혼자서 촬영을 비롯한 모든 제작 과정에 책임을 져야 하는 1인 촬영 시스템 하에서는 이보다 훌륭하게 ‘폼나는 촬영’을 할 수 있는 대안이 있을까 싶다.

드론으로 찍은 영상은 더이상 신기하지 않다. 너도 나도 찍으니까.

https://m.youtube.com/watch?v=UTIJunh2Dzk

에어셀피 드론


https://m.youtube.com/watch?v=aOn-BG4h0pQ

호버카메라 드론


혼자여야 가능한 일도 있다

흔히 영화와 방송을 포함한 영상제작을 공동작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한다. 많은 스탭이 참여해서 각자 맡은 역할을 유기적으로 해내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 매력에 빠져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도 꽤 많은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떤 작업은 다수보다는 소수가, 여럿보다는 혼자가 더 잘 할 수 있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1인 미디어 제작자가 존재하는 것이리라.

문자 그대로든 은유적 의미든 커다란 카메라가 다가가지 못하는 곳을 찍는 건 분명히 가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진심만 강조하며 조악한 품질의 영상을 관객에게 내미는 것도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이미 관객들은 전문가들이 훌륭한 품질의 장비로 담아낸 영상에 길들여져 있는데 그들의 눈높이를 무시한 채 언제까지 ‘저예산’ 티가 팍팍 나는 영상만 들이밀 것인가. 모쪼록 1인 제작자들이 이번에 소개한 장비들처럼 저렴하지만 그럴싸한 그림을 담을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들을 이용해서 한 명의 관객이라도 더 사로잡길 바란다.


*글쓴이의 드론 설명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HwmlIuguWF4&t=48s



* 참고자료 *

훔쳐보기에서 보여주기로 - 1인칭 시점(POV) 영상의 대중화 https://brunch.co.kr/@drector/4

소니 파티샷 관련 기사 http://www.gizmag.com/sony-party-shot/12471

솔로샷 관련 기사

http://gizmodo.com/5927493/auto-tracking-camera-mount-lets-lonely-thrill-seekers-film-their-own-adventures

http://www.slashgear.com/soloshot2-adds-tilting-movement-to-auto-follow-camera-01357832

픽시오 관련 사이트 https://www.indiegogo.com/projects/world-s-first-indoor-outdoor-auto-follow-cam#/story

에어독 제조사 사이트 https://www.airdog.com

릴리 제조사 사이트 https://www.lily.cam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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