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상에 활용할 수 있는 오픈 소스들2

2. 영상 소스 편

by 주일


1- [콜래트럴].png 평범한 택시기사가 힘들 때마다 들여다 보던 열대 바다의 섬. 주인공들이 머무는 차가운 회색빛 도시와 대조적인 느낌을 전해준다. 영화 <콜래트럴> 중

1912년, 씨어도르 루즈벨트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 나설 때 선거 본부 내에서 홍보책자에 실린 사진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기성 작가의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이미 3백만 부의 책자를 인쇄한 터라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거액의 대가를 지불하고 사용하느냐 아니면 일단 배포하느냐…. 어느 쪽이든 선거 캠페인에서는 악영향을 끼칠 게 분명했다. 선거 참모 중 하나가 곧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작가에게 연락해서 "당신의 사진을 루즈벨트 후보 홍보물에 사용하려고 합니다. 이런 기회는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 실어주는 대가로 좀 기부하는 건 어떠신지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고민하던 작가는 "형편이 어려워 250 달러밖에 기부할 수 없겠다"고 했다고 한다. 무료로 사진을 쓰고 덤으로 기부금까지 받은 협상 능력(혹은 뻔뻔함), 이런 능력이 당신에게 없다면 지금부터 설명할 오픈 소스 사용법에 집중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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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얼핏 생각하면 영상을 제작할 때 사진을 쓸 일이 많을까 싶기도 하지만 캐릭터 설명이나 장면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방 한쪽에 그림이나 사진이 들어 있는 액자를 거는 건 흔한 일이고 경우에 따라선 사진 한 장이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엄청난 장치가 되기도 하니 무시할 순 없어 보인다. 그런데 원하는 이미지를 구하기 위해 열심히 발품을 팔며 사진을 찍어도 딱히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지지 못하고, 우연히 마음에 드는 사진을 발견했지만 너무나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라 흥정의 여지가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때는 무료 사진으로 눈을 돌려 보면 의외의 진주를 발견할 수 있다.

무료 사진(free photo)이라고 검색하면 수많은 사이트가 쏟아진다. 보통 스톡 포토(stock photo)라고 불리우는 방대한 분량의 사진 갤러리들은 스톡 이미지만 주로 찍는 전문 작가와 자신의 작품을 알려 보려는 아마추어 작가들의 사진들로 넘쳐나는데 인물/풍경/상황/분위기 등으로 세세하게 구분되어 있고 낮은 해상도부터 크게 출력해도 문제가 없을 해상도까지 골고루 제공하고 있다.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세상에는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건 덤이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대개의 사이트들은 무료(royalty free)라는 말이 무색하게 대부분의 서비스와 자료를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엄밀히 말하면 Free란 말은 구매 이후에 자유롭게 사용해도 된다는 말이지 무료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회원 가입만 하면 하루에 한 장씩 무료로 받게 하는 곳도 있지만 그 경우에도 해상도나 용도에 제약이 많다. 아마도 이런 류의 서비스는 많은 이미지를 소비하는 출판이나 광고 업계를 주 고객으로 하기 때문에 아쉬울 것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만드는 영상에 아무 제한 없이 쓸 사진은 어디 가야 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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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IXABAY (http://pixabay.com)

만 장 이상의 사진과 벡터, 일러스트 파일이 모여 있다. 모든 사진은 상업적 목적으로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데, 이유는 사이트의 운영자들이 그런 사진만 모아 두었기 때문이다. 즉 CC라이센스를 밝힌 이미지들 중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 사진만 검색하거나 업로드하게 했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사용 목적에 아무런 제약이 없이 내려 받고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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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IMCREATOR (http://www.imcreator.com/free)

사진을 유형별로 분류해놓긴 했지만 최종 다운로드 단계로 가보면 대부분 FLICKR 사이트로 이동하는 것을 보면 검색 엔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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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GRATISOGRAPHY.COM (http://gratisography.com)

디자인 업체에서 운영하는 무료 이미지 사이트. 수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용도가 분명해 보이는 성격의 사진부터 일상 스케치, 힘이 잔뜩 들어간 사진까지 매주 다양하고도 훌륭한 사진이 올라 오는 것으로 보인다.


4.
PICJUMBO.COM (http://picjumbo.com)

디자이너인 사이트 운영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을 모아 둔 곳이다. 다른 곳보다 사진의 수가 많지는 않지만 2013년 11월 3일 이후 75만 번 이상의 내려받기가 이뤄졌다고 하니 단순한 개인 차원의 포트폴리오로만 운영하는 건 아닌 듯 하다. 이곳 역시 사진 자체를 재판매하지만 않으면 어떤 용도로 쓰더라도 상관이 없다고 한다.


5.
UNRESTRICTEDSTOCK.COM (http://unrestrictedstock.com)

사진보다는 아이콘이나 일러스트 같은 벡터 이미지가 주로 올라와 있는 사이트. 스파이크 존스의 <Her>에서처럼 독특한 컴퓨터-스마트폰 인터페이스를 꾸며 보고 싶지만 미적 감각이 부족한 영상제작자라면 이런 사이트를 참고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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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FLICKR.COM (flickr.com)

야후가 운영중인 온라인 사진 공유사이트다. 딱히 ‘작품' 사진만 올라 오는 건 아니지만 프로/아마를 망라하고 전세계의 수많은 사진 작가들의 사진이 올라오고 있고,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 온 이후에는 일상을 포착한 사진들까지 매분 매초 올라 오고 있어 그야말로 전세계 이미지의 전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원하는 사진을 찾기 위해서는 검색창에 원하는 낱말만 입력하면 되는데 이는 사용자들이 사진을 올릴 때 함께 적은 설명과 태그(tag) 덕분에 가능하다.

영상제작자 뿐만 아니라 무료로 사진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유용한 기능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CC라이센스 검색 옵션이다. 검색 옵션에서 'Creative Commons 옵션'으로 가서 ‘상용 허용됨' 설정을 켠 뒤에 검색하면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해도 괜찮은 사진만 걸러져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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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영화계를 포함한 영상업계의 최근 제작 경향 중 하나는 모듈화/분업화다. 예전에는 영화를 찍는 촬영팀이 모든 장면을 직접 촬영했지만 이젠 더이상 그렇게 찍지 않는다. 기본적으로는 촬영감독의 지휘를 받는 촬영팀이 주요 장면을 찍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해외 촬영이나 스케치 영상, 합성을 위한 배경 영상 같은 건 외주를 주거나 심지어는 스톡 영상(stock footage)을 사용하기도 한다.(주1) 보기에 따라서는 장인정신이 부족한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제작비 절감이라는 절대 가치를 떠올린다면 그리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동영상의 경우는 사진이나 음악에 비해 타인의 저작물을 사용하는 데에 제약이 많다. DVD나 다운로드 파일처럼 사진보다 출처가 뚜렷한 형태로 판매/유통되고 있고, 형식적으로도 움직이는 그림(영상), 등장하는 인물(배우), 삽입된 소리(음악) 등의 저작권과 초상권 등이 다방면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2) 따라서 공적이고 학술적인 목적이 아닌 이상은 비상업적 목적이라 하더라도 언제든 원저작권자의 법적 대응이 있을 수 있다는 건 명심해야 한다.

사진의 경우처럼 동영상도 ‘free stock footage'라고만 치면 수많은 사이트가 뜬다. 하지만 역시나 대개는 유료 사이트다. 그중의 한 사이트(http://www.shutterstock.com/video)에 들어가서 아무 단어나 입력해보면 굉장히 많은 동영상이 검색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는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4K 영상까지 내려받을 수 있다. 물론 유료다. 아래에서는 가급적 ’무료’로 내려 받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해외 사이트 몇 곳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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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VIDEVO.NET (http://www.videvo.net)

프리랜서 작가들이 만든 영상이나 자발적인 회원들이 올린 영상들이 모인 사이트로 개인적/상업적 활용 모두를 허용하고 있다. 실사 영상 뿐만 아니라 모션그래픽 영상까지 동물/음식/음악/자연/인물 등의 주제별로 잘 분류되어 있다.


2.
VIMEO FREE HD STOCK FOOTAGE 그룹 (http://vimeo.com/groups/freehd/)

자발적으로 올리는 HD 화질의 영상들. 체계적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아 활용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어쨌든 자유롭게 쓸 수 있다.


3.
X STOCK VIDEO (http://www.xstockvideo.com)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영상의 해상도와 용도가 제한되어 있지만 우수한 품질의 영상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호강하는 느낌이 든다.


4.
FREE VIDEO FOOTAGE.COM (http://www.free-video-footage.com)

홍보영상이나 강의동영상의 배경화면에 쓸만한 1080 해상도의 고화질 영상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5.
MOVIETOOLS (http://www.movietools.info)

주로 방송에서 쓰일 것 같은 배경 영상이나 자막(lower 3rd)용 영상이 제공되는 곳.


6.
VIDSPLAY.COM (http://www.vidsplay.com)

영상의 수는 많지 않지만 근사한 품질의 영상을 활용 목적과 상관없이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7.
WORLDCLIP (http://worldclips.tv)

전세계의 모습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곳. 1년에 $25달러만 내면 용도에 상관없이 내려받을 수 있다고 한다.


8.
더뉴스마켓 (http://www.thenewsmarket.com/Gateway/Gateway.aspx)

기본적으로 온/오프라인 뉴스 보도용으로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다른 목적으로 쓰이는 건 따로 접촉해봐야 한다.


9. ARCHIVE.ORG (https://archive.org)

저작권이 만료된 영화나 뉴스 같은 퍼블릭 도메인 영상들을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로 대개의 영상을 바로 내려 받을 수 있다. 방대한 분량에 놀랄 수 있는데, 아이패드용 켄번스 앱(https://itunes.apple.com/us/app/ken-burns/id723854283?mt=8)이나 김경만 감독의 [삐소리가 울리면]과 같은 파운드 푸티지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은 욕구가 마구 샘솟을 수 있다.


10. iMOVIES ARCHIVE (http://imovies.blogspot.kr)

저작권이 만료된 영화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 곳. 옛날 영화들을 MP4 파일로 손쉽게 내려받을 수 있다. 재미있는 건 영화에 따라서는 클릭하면 위의 ARCHIVE.ORG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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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꼴

요즘 들어 영상물에서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요소 중 하나가 글꼴(font)이다. 캘리그래피(주3)로 멋지게 그려진 영화의 제목부터 화면 속에 등장하는 문서나 휴대폰 화면 속 글꼴에 이르기까지 개성 있는 글꼴에 따라 작품과 인물의 인상이 달라지기까지 하니 단순히 예쁜 글꼴을 고르는 것 이상의 고민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어쩌면 이미 많은 영상제작자들이 작품을 제작하고 꾸밀 때 이야기에 어울리는 글꼴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의 고민을 글꼴의 저작권에 대해서도 기울이고 있는 지는 의심스럽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독자 중에는 이런 의문을 가질 이도 있을 거다. '폰트? 그거 컴퓨터에 기본으로 들어 있는 거 아냐? 아무 거나 마음에 드는 거 갖다 쓰면 되잖아.' 결론부터 말하면 그건 틀린 생각이다.

영상물, 음반, 출판물처럼 글꼴도 엄연한 지적재산권을 지닌 상품이다. 만든 이가 있고 들어간 노력이 있기 때문에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 원칙이란 말이다. 개중에는 공익이나 기업 이미지 홍보를 위해 무료로 풀리는 글꼴(주4)이 있긴 하지만 그 경우에도 개인적인 목적이나 비상업적인 목적에 한해서만 자유로운 사용이 허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문서나 인터넷 페이지처럼 기록물의 형태로 쓸 때는 무료지만 영상에 사용될 때에는 사용 조건이 달라지기도 한다. 따라서 컴퓨터 운영체제에 기본으로 깔려 있는 굴림체, 궁서체 같은 기본 글꼴 이외에는 사용할 때마다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주5)

영문 글꼴의 저작권과 사용권은 DAFONT.COM 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한글 글꼴은 딱히 정리된 사이트가 없다. 그나마 안상욱님의 '저작권 문제 없나? 무료 한글 글꼴 37종 총정리' 기사(http://www.bloter.net/archives/176482)를 읽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서울체, 네이버 나눔글꼴, 다음체 등 무료로 배포된 글꼴들의 용도에 따른 사용권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으니 영상물에 사용하기 전에 한 번쯤 꼭 읽어 보면 좋겠다.

해당 무료 공개 글꼴은 각 기업과 단체 사이트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다만 사이트 개편과 글꼴의 변동 상황에 따라 연결 주소가 가끔 바뀌기 때문에 여기에 일일이 적지는 않겠다.

9-글꼴.png 안상욱님의 '저작권 문제 없나? 무료 한글 글꼴 37종 총정리'

정리하며

2회에 걸쳐 영상에 활용할 음악, 사운드 효과, 사진, 영상, 글꼴 등의 오픈 소스들에 대해 소개했다. 이전까지 오픈 소스 활용 방법을 몰라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빛내고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던 기회를 놓친 독립 영상제작자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기를 소망해본다.

마지막으로, 저작권에 관련된 규정은 한 두 번의 기사로 전달될 수 없기 때문에 그동안 ‘오픈 소스’라고 나왔다 할지라도 자신의 작품에 활용하기 전에는 한 번 더 해당 사이트나 원저작권자에게 문의를 해보고 한국저작권위원회(https://www.copyright.or.kr)에서 법률 자문을 구하는 것을 추천한다.



주1) 게티이미지코리아의 푸티지 영상 활용 사례http://www.gettyimageskorea.com/_AdGallery/index.php?sCate=12&sTab=categoryhttp://www.gettyimageskorea.com/_AdGallery/index.php?sCate=12&sTab=category

주2) 영상 푸티지 계약 관련 참고 자료http://www.kobiz.or.kr/jsp/contract/contractGuide/3_9.jsp

주3) 캘리그라피 참고자료

http://magazine.jungle.co.kr/cat_magazine_special/detail_view.asp?master_idx=12&pagenum=1&code=&menu_idx=306&main_menu_idx=74&sub_menu_idx=40

주4) 오픈 폰트 라이센스 (OFL)

https://www.olis.or.kr/ossw/license/license/detail.do?lid=1086&mapcode=010068

http://blog.naver.com/andynori/220136761845

주5) 아래아한글, MS오피스 같은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수십 수백 개의 다양한 글꼴이 자동으로 설치된다. 이 경우에도 기본적으로는 구매자의 문서 제작 목적에 한해서만 사용권을 '득'한 것일 뿐, 영상물에 활용할 때는 별도의 계약 조건이 적용된다. 개인적/비영리 목적에 한해 무료로 쓸 수 있는 '폰트X' 같은 글꼴 패키지를 설치해서 마음껏 쓰다가 상업적 목적으로도 쓴 것이 발각되어 뒤늦게 눈물을 머금고 합의(혹은 정식 구매)를 하는 일이 왕왕 벌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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