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편집 시스템을 장만하기 전에 알아야 할 몇 가지

영상편집용 컴퓨터를 사신다고요?

by 주일
2015년 9월 당시의 추천 스펙

촬영을 했으니 편집이나 해볼까?

집에서 혼자서도 편집할 수 있는 컴퓨터 기반 비선형편집(NLE)이 대중화된 지는 20년도 넘었지만 입문자들은 여전히 어떤 컴퓨터를 골라야 하는지, 부품은 뭘로 넣어야 하는지, 어떤 게 더 좋은 건지 판단하는 일조차 어려워한다. 컴퓨터라는 장치가 애초부터 어렵게 느껴져서 그럴 것이고, 설명서에 표기되는 각종 기술 용어가 외계어처럼 난해해서도 그럴 것이다. 지금부터 취미로 영상편집을 시작한 사람이나 본격적으로 영상을 편집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알아야 할 몇 가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겠다. (기술 용어는 상자 속 해설 참고)

나에게 맞는 시스템은 무엇일까

고성능의 장비를 쓰면 좋다는 건 누구나 잘 안다. 하지만 예산을 무시하고 무작정 좋은 제품만 고를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여기에선 간단히 세 가지 모델을 제시해보려 한다.

애플 아이폰/아이패드용 영상편집 앱 'iMovie'

1. 높은 수준은 아니라도 바로바로 만들어서 공유하고 싶다

지금은 굳이 좋은 장비가 없어도 누구나 영상을 찍고 편집할 수 있는 세상이다. 단적인 예로, 요즘 모두가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의 CPU와 액정화면과 카메라 품질은 20세기 말에 방송국에서 쓰던 장비들보다 훨씬 우수한 성능을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스마트폰을 이용해서도 얼마든지 훌륭한 품질의 영상물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안드로이드폰용 영상편집 앱 'Kinemaster'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은 키네마스터(Kinemaster)나 비드트림(VidTrim), 파워디렉터(Power director)를, 애플 사용자들은 아이무비(iMovie)나 피나클스튜디오(Pinnacle Studio)를 이용해서 자막과 배경음악과 특수효과 등을 입히면 결코 나쁘지 않은 수준의 영상을 아주 쉽게 만들 수 있다. 유튜브와 SNS를 이용한 배포도 순식간에 할 수 있다는 건 덤이다.

일반 사용자를 위한 애플 Mac용 영상편집 프로그램 'iMovie'

2. 편집은 하고 싶은데 자금이 부족하다

스마트폰만으로 ‘작품’을 만드는 데 걸림돌이 있다면 무엇보다 촬영의 한계를 꼽을 수 있지 않을까. 다양한 기능을 갖춘 캠코더에 비하면 깨끗하고 자연스러운 줌도 어렵고 별도의 녹음장비를 이용하는 데도 제약이 있다. 이런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본격적으로 캠코더로 촬영을 시작했지만 전문 편집용 컴퓨터를 꾸릴 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어떻게 할까. 간단하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를 사용하면 된다.

MS윈도 컴퓨터에 기본으로 깔려 있는 영상편집 프로그램 'Windows Movie Maker'

MS윈도가 설치되어 있는 컴퓨터라면 거의 대부분 윈도무비메이커(Windows Movie Maker)도 깔려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이다. 동영상 편집을 위한 대부분의 기능이 들어있고, 각 버튼마다 꼼꼼하게 설명이 붙어 있어서 초보자라도 쉽게 편집을 할 수 있는 훌륭한 프로그램이다. 캠코더나 디카로 동영상을 찍은 뒤 하드디스크로 복사하고 나서 프로그램으로 불러오기만 하면, 곧바로 나만의 영상물을 만들 수 있다.

집에 애플의 Mac이 있다면 iMovie를 쓰면 된다. 가격은 약 2만원인데 전문가들이나 만들 것 같은 수준의 영상을 아주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능만 놓고 보면 무비메이커보다 훨씬 좋다.


3. 이왕 시작하는 거 과감하게 지르겠다

제대로 편집하고자 마음 먹은 당신, 컴퓨터를 어떻게 꾸릴까 고민 중인가. 예산에 제한이 없다면 무조건 그 당시 나온 부품 중 가장 성능이 좋고 빠른 제품을 고르는 게 정답이다. IT 기술의 발전 속도는 매우 빨라서 컴퓨터를 산 지 6개월, 1년 뒤면 이미 구식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 번 사서 오래오래 쓰려면 처음부터 좋은 걸 사야 된다.

본격적인 작업을 하고는 싶지만 짧은 작품 위주로만 만들 거라면 너무 좋은 시스템을 갖출 필요는 없다. i5 듀얼코어 이상의 씨피유에 4기가 램, 운영체제 및 프로그램용 하드디스크와는 별도로 1테라(=1000기가) 바이트 정도의 7200 rpm 데이터 하드디스크만 추가하면 한동안은 별 무리없이 영상 편집을 할 수 있다. 또, 모니터는 가급적 1920x1080 해상도는 되는 제품으로 사길 바란다. 지금 당장 Full HD 영상을 만들진 않더라도 언젠간 만지게 될 테니까.

만약 당신이 장편영화나 4K 영상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제작자라면 무리를 해서라도 좋은 시스템을 꾸려야 한다. 최소 i7 4코어 이상의 씨피유에 8~16기가 램은 기본이고, 운영체제용 저장장치는 적당한 용량의 SSD로, 동영상 데이터용 저장장치는 RAID 방식으로 연결된 대용량 HDD를 쓰는 게 좋다. 동영상 재생시간이 길어지고 자막과 특수효과가 늘수록 저장장치의 데이터를 읽는 횟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고화질을 유지하기 위한 동영상 코덱일수록 용량도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하기 때문에 장편 편집을 하기 위해서라면 1,2테라 바이트의 공간은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물론 이중 삼중의 백업은 필수!

어떤 이유로든 맥을 쓰고 싶은 사람은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애플 컴퓨터 제품은 비슷한 성능을 지닌 윈도PC보다 가격이 비싸고 모델도 다양하지 않기 때문이다. 디자인과 안정성을 위한 대가로 그 정도는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과감히 고급 기종을 마련하자. 데스크탑을 찾는다면 워크스테이션급 성능을 지닌 맥프로(Mac Pro)를 고르면 된다. 물론 16기가 이상의 램을 달고 고속 SSD를 선택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의외로 레티나 해상도를 지원하는 맥북프로(Macbook Pro Retina)와 5K 해상도를 지원하는 아이맥도 편집용 컴퓨터로 좋다. 이미 업계에서 인정받은 우수한 성능의 고해상도 모니터를 기본적으로 달고 있으며, USB 3.0보다 4배 빠른 썬더볼트 단자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향후 Full HD를 넘어 4K 영상이 대중화되더라도 기본적인 편집은 가능한 수준일 테니 한동안 시스템을 교체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래봤자 장비, 그래도 장비!

창작이란 게, 예술이란 게 좋은 아이디어와 성실함만 있으면 되긴 하지만 장비가 받쳐주지 않으면 여러 모로 고생을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구닥다리 컴퓨터에서 편집을 하다 보니 색보정 좀 하고 자막만 넣었을 뿐인데 하나의 동영상으로 만들어주는 렌더링(rendering)에 몇 십분이 걸리고, 고작 10분 짜리 단편영화일 뿐인데 영화제에서 요구한 코덱으로 변환하려 하니 몇 시간이 걸려서 인코딩(encoding) 걸어놓고 푹 잠들었던 경험, 영상을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었으리라. 할 수만 있다면 조금 무리해서라도 좋은 장비를 사고 남는 시간에 창의적인 생각하는 데에 투자하자. 만약 그럴 형편이 안된다면 어쩌냐고? 하나, 주변에 있는 미디어센터에 찾아간다. 둘, 편집실을 빌린다. 셋, 끝!

전국 미디어센터 현황 http://www.krmedia.org/pages/membercenter.php


2021.11.15 업데이트 : 최신 정보가 필요한 분들은 이 글을 참고해주세요. 영문입니다;;
https://www.videomaker.com/buyers-guide/how-to-choose-the-right-video-editing-workstation/?utm_content=186877066&utm_medium=social&utm_source=facebook&hss_channel=fbp-39881894777

https://www.videomaker.com/how-to/editing/editing-in-6k-minimum-system-requirements/?utm_content=187848452&utm_medium=social&utm_source=facebook&hss_channel=fbp-39881894777​​

https://www.videomaker.com/how-to/editing/editing-in-8k-minimum-system-requirements/?utm_content=187848529&utm_medium=social&utm_source=facebook&hss_channel=fbp-39881894777


기술 용어 설명

OS : 오에스(운영체제). 대부분의 컴퓨터에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나온 WINDOWS라는 운영체제가 깔려 있지만 편집용으로 쓰는 컴퓨터들 중에는 윈도 못지 않게 MAC OS도 많이 깔려 있다. 운영체제가 다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표에 나와있듯 프리미어나 아비드처럼 양쪽 모두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도 있긴 하지만, 베가스나 에디우스는 맥에는 설치할 수가 없고, 애플의 파이널컷프로는 윈도에 설치할 수가 없다.

CPU : 씨피유(중앙처리장치). 인간의 두뇌에 해당하는 부품으로 속도가 빠를수록 성능이 높으며, 편집할 때 많은 효과를 적용하거나 결과물을 파일로 저장하는 렌더링/인코딩 시간을 좌우한다. 가장 많이 쓰이는 인텔(Intel) CPU는 코어2듀오나 i시리즈(i3, i5, i7) 등으로 부르는데 Hz 숫자가 높을수록, 코어(core)가 많을수록 고성능을 발휘한다. 다시 말해 ‘i3 2core 2Ghz’보다 ‘i7 8core 3Ghz가 훨씬 좋은 제품이다.

RAM : 램(주기억장치). 책상이 넓으면 한꺼번에 여러 자료를 펼쳐 놓고 작업할 수 있어 원활한 작업이 가능한 것처럼, 컴퓨터 작업에서는 램의 용량이 절대적이다. 편집 과정에서 다루는 동영상 파일들은 잠시 램에 저장되면서 모니터로 나타나는데 램 용량이 작으면 장면이 끊기거나 화질이 저하되며 보이는 일이 발생한다. 위의 표에 나와 있는 최소 용량은 말 그대로 설치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을 말하는 것으로 HD편집을 하거나 4K소스를 만지고 싶다면 최소요구사항의 두 배 이상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표에 나와 있는 v-ram은 그래픽카드의 비디오용 램 용량인데 RAM과 마찬가지로 클수록 좋지만 일반적인 용도에서는 본체의 램보다 영향이 크지 않아서 설명을 생략한다.)

STORAGE : 스토리지(저장장치). 보통 하드디스크(HDD)라고 부르는 저장장치다. HDD는 rpm이라는 단위로 속도를 표기하는데 일반적으로 4500/5400/7200 rpm의 하드디스크가 쓰인다. 디스크 속도가 느리면 전송되는 데이터량을 감당하지 못해서 화면이 끊긴다. 또 타임라인에 동시에 여러 트랙을 올려 놓고 편집할 때도 컴퓨터가 버거워한다. 요즘처럼 고화질 대용량의 HD영상을 편집하려면 최소 7200 rpm을 쓰는 것이 좋은데, 만약 극장 상영 혹은 방송국 수준의 고화질 코덱까지 다루고 싶다면 HDD가 아닌 SSD(메모리 방식 디스크)나 RAID(병렬연결) 방식처럼 일반적인 하드디스크보다 빠른 저장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무엇보다 저장장치는 두 개 이상 써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하나는 운영체제와 프로그램들을 설치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나머지들은 전적으로 영상편집 데이터만 저장하는 용도로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편집 중에 프로그램 동작을 위한 읽기/쓰기를 하면서 컴퓨터가 자주 멈추는 상황이 벌어지며, 나중에 컴퓨터 프로그램 쪽에 문제가 생겼을 때 작업 중인 데이터까지 날아가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가능하다면 일상적인 용도로 쓰는 컴퓨터와 편집용 컴퓨터를 따로 운영해야겠지만, 그게 힘들다면 적어도 저장장치라도 분리해서 쓰는 습관을 들이자.(어떤 사람들은 이 원칙을 지키고자 하나의 디스크를 두 개의 파티션으로, 즉 c:와 d:로 나눠서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건 하나마나한 헛수고다.)

DISPLAY : 디스플레이(출력장치). 편집용 모니터는 가급적 높은 해상도의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 더 많은 정보를 세밀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저렴한 제품은 성능이 나쁜 패널을 쓰기 때문에 반드시 색감이나 밝기 등을 조정하는 ‘보정(Calibration)’을 해야 한다. 만약 보정을 하지 않은 상태로 편집을 한다면 편집할 때와 상영할 때의 느낌이 전혀 달라질 수도 있다. 모니터를 사면 반드시(!) 설정값을 만져보자.

파란색만 기억하자

전송규격 : 영상편집용 저장장치를 따로 쓰거나 백업 목적으로 외장하드디스크를 쓰는 경우가 있다. 이때 잘 알아야 할 게 전송규격이다. 몇 년 전까지 나오던 외장하드나 컴퓨터의 USB 단자는 USB 2.0 규격(최대 전송 속도는 초당 60메가 바이트(480Mbps))을 따르고 있는데 극장상영용/방송용 화질을 위한 코덱 전송률보다 느리다. 컴퓨터의 전송 속도는 느린 쪽에 맞춰지는 게 기본이기 때문에 편집을 위해 대용량 파일을 읽고 쓴다면 멈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위에서 추천한 SSD나 RAID 방식의 저장장치를 쓰더라도 컴퓨터에 USB 2.0 단자로 연결을 한다면 최대 속도는 480Mbps를 넘을 수 없기 때문에 고속이란 말이 무의미해진다(시골길에서 스포츠카를 운전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USB 3.0 규격의 컴퓨터와 저장장치를 쓰면 된다. USB 3.0의 최대 전송 속도는 5Gbps(=5000메가bps)다. 즉 2.0보다 10배 이상 빠르다는 말이다. 외장 저장장치를 USB 3.0 규격으로 연결하면 장치가 갖고 있는 속도를 제대로 낼 수 있을뿐더러 대부분의 상황에선 굳이 RAID 연결조차 필요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를 보여준다. 만약 옛날에 산 컴퓨터라 USB 3.0 포트가 없다면? 본체를 열고 메인보드에 있는 여러 개의 포트 중 하나에 USB 3.0을 지원하는 확장보드를 꽂으면 된다. 구식 랩탑 컴퓨터를 쓴다면? PCMCIA(express) 포트가 있는 기종을 위한 USB 3.0 카드를 꽂아주면 된다. 이후에는 빠른 속도를 즐기는 일만 남는다. 앞으로 컴퓨터나 외장 저장장치를 구매할 땐 한 가지만 기억하자. USB 단자에 3.0을 의미하는 파란 색이 보이는가.

매트릭스의 네오가 아니라면 무조건 파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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