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iesta Feb 11. 2020

#북리뷰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인류 문명과 흥망성쇠를 같이 해 온, 역사의 숨은 주연




 우리 주위 평범한 회사원의 일상을 생각해 보자. 그는 매일 아침 피곤에 젖은 몸을 붐비는 출근 지하철에  구겨 넣고, 점심을 패스트푸드와 커피 하나로 간단히 때우고 돌아와 컴퓨터를 열심히 두드리다가, 주말에 주어진 여유로 작은 여행을 가거나 집 근처 영화관으로 차를 몰기도 한다. 특별할 것 없는 이 생활이 돈 없이 한 조각이라도 유지될 수 있을까? 다들 느끼며 살듯이, 현대 사회에선 일상의 아무리 작은 부분도 경제와 엮이지 않고는 작동조차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듯 우리 삶에 공기만큼 중요한 돈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요한 만큼이나 흔한 존재라 사실 그 존재를 잊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가장 깊은 곳을 누비는 돈의 흐름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를 보는 시야부터가 달라지는 차이이다. 이 책은 사회 속을 흐르는 돈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 놓은 책이다. 저자가 선별한 돈에 관한 에피소드들은, 역사와 경제가 얽히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차 있다.


 저자가 선별한 역사 이야기들은 대부분 역사에 자취를 남긴 유명한 경제 사건들이다. 책에서는 튤립 버블이나 아편 전쟁, 대공황 같은 굵은 주제들을 빠트리지 않고 다룬다. 그리고 경제를 다루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서양사로 편향되는 시각을 보완하기 위해 2장에서는 중국 경제사를 다루고, 우리나라에 큰 상처를 남겼던 1997년 IMF도 다루는 등, 사례 선정부터 객관적이지만 대중적인 관점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역사적 사건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신중을 기하는 것도 편향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지만, 경제에서 객관적인 내용이란 결국 숫자로 표현되어야 한다. 그러나 문맥 중간에 나오는 딱딱한 수치는 집중력을 흐리기 마련이다. 저자는 문맥과 별개로 수치를 제시함으로써, 한 가지 주제 안에서도 객관적이지만 읽기 편하게 정보를 제시하려 하였다. 수치 아래에도 짧은 해석을 달아 두어, 경제에 식견이 없더라도 숫자와 내용의 관계를 쉽게 알 수 있다.


 독자들에게 읽기 쉽게 제시된, 산업 혁명부터 대공황을 거쳐 일본과 한국의 경제 위기까지의 시나리오. 경제에 대한 기초 상식을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도록 쓰인 책이지만, 아쉽게도 이 책에는 가장 최근에 생긴, 현재 경제 환경의 뿌리가 된 사건이 하나 빠져 있다. 한 번쯤 들어봤을 서브프라임 모기지. 2008년 금융 위기. 물론 저자도 이를 알고 있어 서문에 이유와 함께 관련 서적도 추천해 주었지만, 이 책보다는 읽는 난이도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책 소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역사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주제 안에 알고 있는 내용을 담으려는 욕심에 글이 조금 산만해져, 편하게 읽을 순 있지만 정리가 잘 되는 편은 아니다. 또 한 챕터 안에서도 큰 사건들을 다루려는 시도가 주제의 집중도를 조금 낮추는 감이 있다. 특히 3부에선 주제가 동서양의 급여, 산업 혁명의 이점, 영국의 인구 등 산만하게 움직이고, 한 주제 안에서도 핵심이 명확하지 않다.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상식을 쌓기 위해 경제사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파악하는 데는 좋은 책이다. 중요한 사건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고, 사실만을 나열하는 디 그치지 않고 논리적인 해석도 달아 두어 경제를 어떻게 보는지 감각을 대강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특히 적절히 제시된 통계 자료들은 접근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경제를 보는 올바른 방법을 알려 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산만함 때문에 실제 역사적 흐름을 읽거나, 혹은 한 가지 주제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고자 한다면 만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 후자의 목적을 위했다면 주제에 집중하기 위해 몇 가지 중요한 사건을 포기해야 했을 것이다. 경제와 역사에 대한 넓고 얕은 지식을 넘어선 통찰력을 얻고자 한다면, 이 책을 읽고 나서 참고 문헌까지 둘러보길 추천드린다.


저자인 홍춘욱 박사의 전업은 애널리스트, 경제를 분석하여 투자에 도움을 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이 책의 단편 주제들을 읽다 보면 역사 속 경제 상황을 투자자의 관점에서 보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투자에 관심이 있거나, 경제에 대한 상식을 쌓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책이 쉽고 재미있게 읽힐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현대 사회에서 경제를 알고 돈의 흐름을 읽는 것은 정말 사회를 다르게 보게 해 주는 능력일 수 있다. 읽기 쉽게 씌였다는 것은 입문 장벽이 낮다는 것이고, 데이터를 같이 제시한다는 것은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법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경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이 책으로 역사와 경제의 흐름을 맛보기를 권한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업(UP)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