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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늘이 May 27. 2019

<작심삼일법>미니멀 라이프에도 적용

미니멀 라이프

미니멀 라이프를 살면서 아이러니 한 부분이지만 미니멀리즘 관련 책은 쌓아놓고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다가도 책에 줄 쳐놓은 몇 문장만 다시 읽어도 내가 누구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마치 누군가와 함께 같이 운동을 하거나 낯선 불어를 처음 배웠을 때 친구와 함께 학원을 다니며 힘이 났던 그 느낌이다. 한때는 휴대가 쉽고 밤에도 조명 없이 읽을 수 있는 킨들과 아이패드로 읽는 전자책에 열광했으나, 요즘은 약간의 죄책감과 함께 다시 종이 책을 더 훔쳐본다. 꼭 소장하고 싶은 몇 권을 제하고 다 읽은 책은 다시 중고서점에 내놓거나 이 책을 좋아할 만한 친구들에게 공유(떠나보낸다)함으로써 면죄부를 갖는다. 

작년 여름, 6년간 살던 집에서 이사를 나오며 미니멀 라이프를 위해 안 쓰는 물건들을 아름다운 가게와 수거왕 사장님에게 다 드렸다. 공사판에서 쓰레기를 버릴 때 사용하는 포대자루 10개가 더 나오고도 공기청정기 등 전자제품은 따로 들고 가셨다. 가지고 있던 책은 중고서점에 팔거나 동네 작은 도서관 <책 글방>에 기증했다. 앨범과 스크랩 (10대 때부터 서양화와 조소를 전공한 나는 예술과 패션, 미술사 등 좋아하는 분야의 사진을 스크랩하며 드로잉북에 그림을 그리는 게 취미였다. 당시엔 <취미>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정리하다 보니 패션을 전공하지도 않은 내가 구두와 가방, 패션쇼 관련 사진을 모아놓은 스크랩북, 클리어 파일 등이 백과사전처럼 테마별, 연도별로 나왔으니 <취미> 생활을 아주 열심히도 한 셈이다. 꼭 소장하고 싶은 책 십여 권과 결혼 앨범, 아기 돌사진 앨범만 남기고 스크랩북은 모두 버렸다. 전공 서적은 논문을 쓰고 있는 동기에게 모두 기증했고, 트로피나 상장 등도 스크랩북을 정리한 방법으로 사진을 찍은 후 모두 버렸다. 지금 내 아이폰에 담긴 2만 5000천 여장의 사진을 언제 다시 들춰 볼지는 모르겠지만.  

아쉬움보다, 길게는 20년 넘게 창고나 안 쓰는 방 혹은 붙박이장에 잘 쌓아뒀던 나의 <애물단지>들과 이별을 고한 후 약간의 아쉬움과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동시에 받았다. 가슴 한구석에서 무거운 납덩이 몇 개가 떨어져 나간 기분이었달까. 휴학 2년을 포함한 대학시절과 유학시절 그리고 지금까지 나와 청년기를 함께한 역사적인 나의 애중품. 사진, 책, 스크랩 북등 그 <물건>을 내 분신 인양 내 공간을 나눠주며 애써 잘 끼고 같이 살았다. 이 아이들을 쳐다보고, 넘기며 추억을 곱씹으며 혼잣말을 한 적도 거의 없었던 거 같은데 내 인생의 공간을 한참이나 차지한 거다. 분신처럼 생각했던 그 <물건> 들이 없어도 나는 똑같이 하루를 시작했고 며칠 몇 달이 지나도 그것들을 찾지 않았다. 나도 세상도 변하지 않는데 열심히 비행기도 태우고, 버스도 태우고, 보관할 장소를 잠시나마 고민하며 내 인생의 <공간>을 채워댔다.

<작심삼일> 이란 말을 좋아한다. 3일마다 다짐을 하고 실행하면 3일마다 초심을 잃지 않게 되는 나에게 스스로 단련법쯤이라고 할 수 있다. 내 구름(iCloud) 달력 매월 1일에는 'A new month is approaching #Minimalism ’이라고 써놨고, 새로운 달이 시작하는 날 알람이 울린다. 항상 미니멀 라이프를 살아가는 나를 스스로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이렇게 내가 나 자신을 다스리는 데는 <작심삼일 법>만 한 게 없다. 시험 대비를 위해서 벼락치기도 좋지만, <반복> 학습이 최고임을 깨달은 나는 언어를 배울 때도 무조건 <반복>이고 미니멀 라이프에도 이를 적용한다. 2017.6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상기시키고 실천하며 <습관>이 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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