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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woo Sep 22. 2023

Q: 심리 상담사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요?

접근의 방향을 잘못잡는 이유.

Q: 여러분들은 심리상담에 대해 견해가 어떠세요?

저는 국가기관에서 직원복지로 연결해주는 1급심리상담사에게 상담을 받았고 그분이 저를 조현병, 편집증 소견이 보인다고 의견을 보였습니다

당연히 전문가의 말이라고 생각되니 저는 그 말을 듣고 의사를 만나기 전까지 생활이 무너졌고요 이게 제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글을 찾아만 봐도 수많은 임상심리사, 심리상담사들이 브런치 등에서 공공연하게 자신들의 역할은 약처방만 못하지 정신과적 질병에 대한 소견을 주는 역할이다 하고요

이에 대해서(심리상담사가 정신질병에 판단하고 소견을 내는 행위) 의료계적 합의가 이루어진 건지, 그냥 제가 잘못된 임상심리사를 만난 건지(저는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심리상담소에 가긴 했습니다만), 

다른 분들은 심리상담을 다들 잘 받고 있는데 저만 이런 건지?, 아니면 심리상담자체가 유사과학의 영역이라 받는 게 비과학적인건지? 이게 명확하지가 않아서 판단이 힘드네요

여기에 대해 여러분들 조언을 구합니다


kwoo:

너무 생각이 많으시군요. 선으로 경계를 긋는 것처럼 딱딱 떨어지는 건 없습니다. 하나의 교훈으로 "이럴 수도 있구나"하고 넘어가시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내가 내 안에 정한 기준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살면서 그것의 예외가 생기면 멘탈이 흔들리는 것도 강박 중 하나입니다. ADHD성향이 영향을 안주는 건 아니겠지만 그럴 때마다 스스로 '그럴 수도 있구나' 하면서 넘어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게 누적되면 지혜가 됩니다.

본인이 조현 등이 아닌지 고민하며 힘들었던 그 며칠 간의 기억이 너무 괴롭다 보니 다음에는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해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확실하게 따지고 넘어가고 싶은 겁니다. 하지만 이번과 동일한 일로는 앞으로 힘들어 할 일이 없을 겁니다. 동일하진 않지만 유사한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면 결국 힘든 경험을 다시 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으로 다음에 비슷하거나 유사한 수많은 상황들에 대처하는 방법은 위처럼 하나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분석이 아닙니다. 

그런 일을 마주했을 때 내가 나의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는지에 대한 방식이지요.

내가 내 감정 다스리는 기능을 갈고 닦아도 그렇게 힘들어하게 되는 경험은 물론 다시 겪게 됩니다. 살아있는 이상 그렇게 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다른 상담사를 찾는 거나 상담을 그만두거나 이런 것들도 좋은 대처전략이지만 근원적인 해결방법은 아닙니다. 결국 내가 그런 상황을 다시 마주했을 때,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왔구나." 하고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그런 경험들은 살아가는 이상 마주할 수밖에 없으며 나를 살아있게 하는 원동력 그 자체입니다. 내가 나이가 매우 많이 들어서 뭘 겪어도 감정의 고저가 없고 감흥 없이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지난 힘든 경험도, 지금 이 순간도 결국은 나에게 있어 모두 소중한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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