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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무열 Mar 24. 2023

먹는 미녹시딜, 나도 한 번 먹어볼까?

경구 미녹시딜 효과와 부작용, 주의사항

"안녕하세요.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탈모약을 좀 처방받고 싶어서요."

"탈모치료는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뇨. 그냥 그 여에스던가 그분이 티비에 나와서 4분의 1 알씩 먹는 약 먹으면 좋다던데요."

"아, 미녹시딜 말씀이시죠?"

"아, 네. 그거 맞는 거 같아요."

"탈모증상이 심하신가요?"

"그냥 출산하고 나이 들면서 머리가 얇아지고 숱도 많이 줄어들어서요."

"알겠습니다. 탈모는 건강보험적용은 안돼서 진료와 약 모두 비급여로 될 거고, 처음에는 4분의 1알로 처방해 드릴 건데, 효과나 부작용을 확인해 가면서 용량을 조절할 거예요."

"효과는 좀 있을까요?"

"대체적으로 효과는 좋은 편인데, 모든 탈모치료가 그렇듯이 중단하면 예전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어요. 효과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복용을 지속하셔야 해요."


현재까지 FDA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탈모치료제는 경구 피나스테라이드인 프로페시아, 두타스테라이드인 아보다트, 그리고 바르는 미녹시딜 이렇게 3가지이다. 공식적으로 인정받진 않았지만 혈압약으로 사용되던 경구용 미녹시딜과 이뇨제 계열인 스피로노락톤을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미녹시딜 5mg 3개월 후 호전된 사진

미녹시딜은 혈압약으로는 잘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에 처방되던 약물로, 복용하던 환자에서 부작용으로 다모증이 발생하는 게 알려지며 이를 이용해 탈모치료에 적용되게 되었다. 미녹시딜은 바르는 약으로 사용되는데, 혈압약에 사용되는 용량인 10-40mg 에서 발생하는 심낭삼출이나 폐동맥고혈압 등의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로게인, 마이녹실이라는 상품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많이 사용되지만 매일 발라야 하는 불편함, 바른 부위에 발생하는 따가움과 가려움, 각질 등의 문제로 치료를 지속하기가 무척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혈압약에 쓰이는 용량보다 훨씬 용량을 낮춘 저용량의 경구 미녹시딜 복용이 지속적으로 연구되어 왔다. 논문에서는 0.25mg에서 5mg까지 복용하였는데, 미녹시딜 알약 한 알의 함량이 5mg이라 보통 4분의 1인 1.25mg이나 반인 2.5mg, 한알인 5mg으로 복용하게 된다. 또한 0.25mg에는 효과가 없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만큼 그냥 1.25mg부터 시작하는 편이 좋겠다.


1mg 미녹시딜 6개월 복용으로 호전된 경우


일반적인 남성형 탈모, 휴지기탈모, 원형탈모, 모공 편평 태선이나 항암치료로 인한 영구탈모 등 거의 전반적인 탈모질환 영역에서 연구가 진행되었다. 효과는 매우 좋았으며, 모발의 굵기가 굵어지고 풍성해졌다. 물론 모공 편평 태선이나 흉터로 인한 탈모, 항암치료로 인한 탈모 등 영구적으로 모낭이 소실된 부분에 머리가 자라지는 않았지만 그 외의 모발들이 굵고 풍성해져서 탈모부위를 더욱 효과적으로 가려줄 수 있게 되어 환자들이 만족하였다. 즉, 전천후 모든 탈모에 사용해도 효과적이었다는 것이다. 

 

부작용을 살펴보면, 심혈관 쪽에 생명에 영향을 줄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고, 머리를 제외하 다른 부위의 털이 자라는 다모증과 다리의 부종이 흔했으며, 고혈압약의 특성상 약간의 기립성저혈압, 심전도이상, 빈맥 등이 발생했으나 치료유지가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다. 


특히 다모증은 105명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결과를 보면,  미녹시딜 용량에 비례하여 다모증 정도가 심해졌고, 첫 3개월 내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발생빈도를 보면 구레나룻에 가장 많이 나타났고 측두부, 인중, 턱, 미간과 이마  순이었다. 다른 논문들도 보면 얼굴을 제외하면 팔이 가장 흔했고 몸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 다모증의 경우는 복용 용량을 조절하거나 제모를 통해 치료를 유지할 수 있는데, 탈모에 대한 효과가 만족스럽다 보니 제모나 왁싱으로 다모증을 치료해 가면서 대부분 미녹시딜 복용을 유지했다. 사실 경구 미녹시딜의 경우 혈액을 통해 전신 모낭에 영향을 주다 보니 머리카락을 포함한 전신의 털들이 잘 성장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다모증이 나타나면 미녹시딜이 잘 작동한다는 뜻으로 받아여야 한다.


바르는 미녹시딜과 마찬가지로 순간적으로 머리가 더 빠지는 쉐딩효과가 1-3개월 내에 나타날 수 있는데, 치료를 지속하면 회복된다. 다리부종의 경우 혈액이 저류 돼서 생기는 현상으로 미녹시딜 용량을 줄이거나 스피로노락톤을 함께 복용하여 교정할 수 있다. 

 

1.5mg 미녹시딜 6개월 복용으로 호전된 경우

미녹시딜이 탈모에 효과적인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혈관 확장 효과와 혈관 내피 성장 인자를 상향 조절하여 산소 및 성장 인자 전달을 증가시켜 주고. 말초 동맥의 평활근에 위치한 칼륨 채널을 열어 텔로겐 단계를 단축하고 모낭의 직경과 길이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아나겐 단계를 연장시켜 주는 효과로 추정하고 있다. 


논문 자료만으로는 부족해서 직접 먹어보기로 했다. 현재 1.25mg의 용량으로 3주 이상 복용을 유지하고 있는데 얼굴을 포함하여 전신의 털이 굵어지고 많이 자랐으며, 머리 굵기도 약간 증가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제모를 해놨던 얼굴 부위의 털들도 증가하였고 배에 털들도 더 굵게 자라는 게 눈에 보인다. 저혈압, 다리부종, 심계항진이나 심혈관계 이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아서 복용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단점이라면 이 알약을 1/4로 쪼개는 게 무척 귀찮고 힘들다. 알약을 쪼개는 장치를 샀는데 약이 그냥 박살이 나서 가위로 한 땀 한 땀 자르고 있다. 처방받을 때 1/4알로 처방받으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주의할 점은 의사와 상담을 통해 약 용량을 결정해야 하며, 여성은 2.5mg, 남성은 5mg까지 용량을 늘려볼 수 있다. 또한 1년 이상 장기간 치료에 대한 연구결과가 없어서 장기복용에 대한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서는 아직은 미지수이다. 만일 프로페시아나 아보다트를 복용하고 있는데 더 효과를 좋게 하고 싶다면 같이 복용해 볼 수 있으며, 프로페시아나 아보다트를 부작용 때문에 못 드시는 분들이라면 미녹시딜 단일로라도 복용해 보는 것도 괜찮은 옵션이 될 수 있다. 다만,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혹시나 모를 부작용을 생각하여 드시지 않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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