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아파서 왔어요."
"어디 볼까요. 염증이 좀 생겼네요. 언제부터 그러셨어요?"
"생긴 진 꽤 됐지. 참아보려고 했는데 너무 아파서. 후시딘 바르면 낫는데서 그거 발랐는데 소용이 없어."
"꽤라고 하면 몇 달 되셨어요?"
"한 3개월 됐나. 너무 아파서 잠을 못 자."
"이쪽만 그러신 거죠? 보통 이쪽으로 누워서 주무시죠?"
"몰라. 그런 거 같은데, 요즘은 아파서 반대로 누워자."
"이게 귀 연골에 염증이 생기는 건데, 피부가 너무 눌려서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이쪽이 좀 덜 눌리게 반대쪽으로 주무시거나 도넛같이 생긴 베개를 베셔서 귀가 안 눌리게 해 줘야 되고요. 염증을 치료해야 되는데 우선 주사를 맞아보고 안되면 연고를 발라보거나 레이저로 제거할 거예요. 치료에 반응이 없으면 혹시 암일 수도 있어서 조직검사를 해야 하고요."
"선생님이 좀 낫게 좀 해줘. 주사가 아픈가?"
"귀에 직접 주사하는 거라서 좀 아파요."
"엉덩이가 아니고? 아구, 무서워. 일단 연고나 좀 좋은 걸로 줘봐."
"알겠어요. 그럼 연고를 처방해 드릴 테니까 좀 바르시는데, 바르시다가 어지럽거나 두통이 생기면 좀 쉬었다 바르셔야 돼요. 한 2주 정도 발라보고 다시 와보세요."
60대 이상의 중년 및 노년에서 귀에 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하게 만드는 작은 염증성 병변.
바로 만성 결절성 연골피부염(chondrodermatitis nodularis helicus)이다.
이름처럼 만성적으로 발생하며 결절처럼 단단한 염증반응을 일으키는데 염증이 연골과 피부에 발생한다.
염증이 발생하는 이유는 바로 연골의 변성인데, 연골에 공급되는 혈류가 부족해지는 허혈로 인해 생긴다.
귀는 피부가 가뜩이나 얇고 약한데 나이가 들면서 조직이 더욱 약해지고 특히 햇볕을 많이 보거나 추위에 오래 노출되면 조직의 약화가 가속화된다. 이렇게 약해진 상태에서 옆으로 누워 자게 되면 압력을 못 이기고 혈류공급이 막히게 되고 이 상태가 오래 유지되면서 연골조직이 변성되게 된다. 변성된 연골조직이 다량 발생하면 이를 제거하기 위한 염증반응이 유발되고 결국 피부전층으로 염증이 파급되며 피부를 통해 연골조직을 배출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연골층부터 피부전층에 생기는 심한 염증으로 인해 단단한 결절 형태와 심한 통증이 유발되어 병원을 찾게 된다.
특징적으로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여자환자는 대이륜이라고 불리는 귀 안쪽에, 남자들은 이륜이라는 귀 바깥쪽으로 주로 발생한다.
치료는 염증을 완화시키거나 혈류공급을 호전시키거나 조직을 제거하는 3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염증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스테로이드를 해당 병변에 주사하고,
혈류공급을 위해 나이트로글리세린이라는 혈관확장 성분을 바르며,
co2 레이저나 냉동치료를 통해 변성된 조직을 제거한다.
어떤 방식으로 해도 좋으나 이미 노화된 조직이며, 수면습관을 교정하기 어려운 만큼 재발을 잘한다.
나이트로글리세린 연고의 경우 치질치료제로만 나와있어 파사렉트, 렉토제식 등의 치질치료용 연고를 사용한다. 부작용으로 두통이나 어지러움이 생길 수 있어 노인환자가 많은 만큼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0.2%의 낮은 용량으로도 호전이 되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만큼 환자가 어지러움을 호소한다면 희석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귀가 압박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부드러운 베개를 사용하거나 도넛베개 같이 구멍이 난 베개를 사용해야 하며, 귀 피부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 햇볕이나 추위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병변이 재발할 수는 있지만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더욱 심해지는 경우 광선각화증 같은 전암성 병변, 편평세포암, 기저세포암과 같은 피부암도 고려해야 하고, 조직검사를 통해 확실하게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