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빨갛게 붓고 아파서 왔어요."
"어디 볼까요? 결절성 홍반이 생긴 것 같네요. 다리 말고 다른 부위는 없으시고요?"
"네. 정강이가 심하고 허벅지에 약간 있고요."
"혹시 평상시에 앓고 계신 질환이 있으실까요?"
"없습니다."
"배가 아프거나 관절이 아프거나 하지는 않고요?"
"네. 괜찮습니다."
"예전부터 점막에 궤양이 있었다거나, 피로감이 심하거나 하지는 않고요?"
"네."
"갑자기 체중이 감소했다거나, 밤에 땀이 심하게 나거나 하지는 않고요?"
"네."
"최근에 약을 드시거나 백신을 맞으신 건 없으신가요?"
"네. 그게 중요한 건가요?"
"결절성 홍반은 피부 중에서 지방층에 생기는 염증반응인데요, 이것 자체는 치료 없이도 호전될 수 있고 흉터를 남기지 않기 때문에 예후가 좋은 질환입니다. 다만, 이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질환이 있을 수 있어서 연관된 사항을 여쭤본 겁니다."
"그럼 저는 괜찮은 건가요?"
"일단 특별한 증상은 없으시고, 원인 없이도 생기는 경우들도 많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감별을 위한 검사 같은 게 필요하진 않고요. 제가 여쭤본 내용 중에 해당하시는 증상이 발생하면 그때는 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통증 완화를 위한 소염진통제를 처방해드릴 테니 드셔보시고, 냉찜질하시면서 다리를 높게 올리고 누워계시는 게 좋습니다."
결절홍반은 지방층염의 가장 흔한 형태로, 양측 정강이 피부에 압통을 동반한 1-5cm 크기의 홍반성 결절이 다발성으로 나타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원인은 불분명하지만 면역복합체, 즉, 항원과 항체가 결합한 물질이 해당병변에 침착하여 염증반응을 유발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서 항원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다양한 질환들과의 연관될 수밖에 없다.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될 수 도 있고, 약물이 될 수도 있고, 다양한 면역학적 질환들과 암이 연관될 수도 있다.
정강이 위주로 발생하는 이유는 명확하지는 않은데, 혈액 속의 면역복합체가 중력에 의해 다리 쪽으로 몰리는 데다가 정강이의 피부에는 근육에 의한 펌핑이나 관절운동에 의한 압력전달이 없다 보니 혈액이 저류 되고 면역복합체가 침착되게 쉬운 환경이어서 그럴 것으로 생각된다.
원인이 되는 질환에 대한 감별이 필요한데, 50% 이상은 원인 없이 발생하는 경우다.
그 외 원인이 될 수 있는 질환들에 대해 간단히만 짚고 넘어가자면 소아의 경우 연쇄상구균(streptococcus) 감염으로 인한 경우가 많은데 목감기 증상 발생 2-3주 후 발생하게 된다. 이 외에도 결핵균이나 다양한 세균, 간염 바이러스, 최근 들어 코로나 감염 이후에 발생한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백신접종도 영향을 주는데, 코로나 백신으로 인해 발생한 증례도 있다. 약물 복용의 경우 항생제나 피임약에 의한 경우가 많은데, 세균감염에 의해 항생제를 복용하여 발생했다면 이게 세균감염에 의한 것인지 항생제 때문인지 알 수 없다. 사르코이드증이라는 질환도 연관이 있는데,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신성 염증질환으로 주로 폐를 침범하여 x-ray나 CT촬영을 통해 감별한다. 염증성 장질환, 특히 크론병에서 흔히 발생하는데, 내시경이나 CT를 통해서 감별해야 한다. 피부궤양을 동반하는 베체트 병이라는 염증성 질환에서도 발생가능하며, 임신이나 암과의 연관 가능성도 있어서 주의 깊은 문진과 다양한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치료가 없이도 4주-6주 정도 안에 자연적으로 호전될 수 있고, 재발가능성은 있으나, 궤양으로 발전하거나 흉터를 남가지 않으며 합병증 역시 발생하지 않는 예후가 좋은 질환이다. 치료는 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하는데, 동반된 질환의 유무에 따라 사용가능한 약제가 달라져야 될 수 있다. 우선 대증적으로 혈류가 다리 쪽에 집중되지 않도록 압박스타킹을 사용하고 다리를 올리고 누워있는 것이 좋다. 염증과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한 냉찜질이 도움이 된다. 통증과 염증 완화목적으로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크론병이나 궤양성대장염 같은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경우 출혈가능성이 있어서 사용하면 안 된다. 경구 스테로이드도 사용이 가능하나 감염과 악성종양 가능성을 배제한 후 사용할 수 있고, 병변 내 트리암시놀론 주사요법은 매우 효과적이면서 전신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 빠른 호전을 위해 자주 사용되나 통증이 심하다. 통풍약인 콜키친은 베쳇병환자에게 1-2 mg/day 사용하며, tetracycline 계열인 minocycline은 100 mg씩 하루 2회 복용하며 난치성인 경우에, hydroxycholoroquine이라는 항말라리아 약제는 200 mg씩 하루 2회 재발난치성 환자에 사용할 수 있다. potassium iodide 복용이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으나 그 효과가 과대평가되었다고 여겨지는 추세다.
결절성 홍반은 그 질환자체보다는 다른 기저 질환에 의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기저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기저질환의 관리를 위해서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저질환이 있을 수 있고 그에 따른 확인 검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