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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무열 Sep 29. 2021

표피낭종 - 몸에서 냄새나는 게 나와요.

"등에 뭐가 났는데, 자꾸 냄새나는 게 나와요. 딸이 짜주는데 계속 생기고. 미치겠습니다."

"어디 한번 볼까요? 표피낭종이 생겼네요."

"이건 왜 생기는 겁니까?"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우연히 생기는데, 보통 상처가 났을 때 표피가 진피 내로 들어가서 주머니를 만들어서 생깁니다."

"제거는 가능할까요?"

"수술로 안에 있는 주머니까지 완전히 제거를 해야 하는데요, 압출을 하시면서 주머니가 찢어졌으면 염증이 생기면서 주머니가 주변 조직과 유착이 돼서 한 번에 완전 제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수술은 오래 걸리나요?"

"보통 10분 정도면 됩니다."

"국소 마취로 하는 거죠?"

"네, 주사 마취로 합니다."

"수술하고 샤워 같은 거 가능할까요?"

"수술 부위를 최소화해서 방수밴드 같은걸 붙이고 가능합니다"


표피낭종으로 진료를 오는 환자분들과의 전형적인 대화 패턴이다. 

표피낭종은 어떤 이유로든 진피 내부에서 자라면서 주머니를 만들어서 발생한다.

표피세포들은 나중에 각질로 변하게 되고 불필요해진 각질들은 자연적으로 떨어져 나가게 되는데 주머니 안쪽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똑같이 발생한다. 떨어진 각질들이 어디로 갈 수 있을까. 그저 주머니 안에 갇혀있게 되고 점점 탈락하는 각질이 많아질수록 주머니가 가득 차고 결국 주머니를 압박하여 주머니가 늘어나 낭종이 커지게 된다. 낭종이 과도하게 커지다 보면 주머니가 늘어날 수 있는 한계치를 벗어나게 되어 터지게 되는데, 그러면 이 주머니 안의 오랫동안 갇혀있던 묵은 각질들과 지방질, 세균들이 한꺼번에 진피층으로 유입되고 우리 몸은 이 물질들을 외부물질이라고 인식해서 엄청난 염증반응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몸에 갑자기 종기가 발생했다고 내원하는 환자들 중 일부는 표피낭종으로 인한 종기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 묵은 각질과 지방질은 주머니 내부에서 숙성되어 이상한 냄새를 띠게 된다. 제거 시술하다가 주머니 안의 내용물이 얼굴과 옷에 튀어서 그 냄새가 계속 나는 경험을 피부과 의사라면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왼쪽은 일반적인 표피낭종 사진으로 가운데 까만 입구가 있고 전반적으로 융기돼있는 모습이 보인다.  오른쪽은 표피낭종이 터지면서 염증이 심하게 발생한 경우로 안쪽이 낭종과 고름으로 



그럼 이 주머니를 제거해야 하는데 어떻게 제거해야 할까?

주머니까지 완벽하게 제거해야 재발하지 않기 때문에 수술을 시행한다. 

수술 방식은 크게 두가지이다.

출처: 구글 이미지


위 사진처럼 2. 주머니 주위를 국소 마취하고, 3. 주머니보다 약간 길게 피부를 절개하여 4. 주머니를 통째로 도려내고. 5. 표피낭종 크기보다 조금 더 길게 봉합하는 방식의 수술이다. 

이 방식으로 하면 한 번에 완전 절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흉터의 크기가 길어진다.


그래서 2-3mm 크기의 동그란 칼이나 레이저로 주머니 입구를 포함하여 작게 구멍을 낸 뒤 그 안쪽으로 기구를 넣어서 제거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면 흉터가 매우 작아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머니가 주변 피부와 유착이 되어 있는 경우 완벽한 제거가 어려워 재발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아시아인들은 백인 피부에 비해서 흉터가 잘 남기 때문에 흉터가 작은 게 더 유리해서 아래 방식으로 치료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나 또한 웬만하면 아래 방식으로 수술을 시행한다.


이제 몸을 잘 살펴보자. 내 몸에도 표피낭종이 있는지, 있다면 많이 튀어나와있는지 확인해보자.

많이 튀어나올수록 터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집에서 아무리 낭종 내 물질들을 짜내도 주머니를 제거해야 끝이 나고 괜히 짜다가 낭종이 찢어지면 염증만 크게 생긴다. 

그러니까 표피낭종이 있다면 가급적 작을 때 제거하는 것이 좋고 짜지 않은 상태로 와야 제거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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