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지난번에 제거한 점이 안 빠지고 완전 그대로예요. 이거 AS 해주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원래 점은 한 번에 안 빠집니다. 지난번에 시술하기 전에 설명드렸었는데요."
"저는 완전 처음 듣거든요?"
개원 초반에는 이런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이제는 더 확실하게 설명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환자들은 없어졌다. 그래도 AS를 요구하는 거 까진 아니지만 점이 한 번에 제거되지 않은 것에 불만을 표시하는 환자들은 종종 있다.
AS, after service는 시술 후 문제가 있을 때 이를 교정하기 위해 추가적인 시술을 무료로 해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 원래 점은 한 번에 제거하기 어렵다. 따라서 제거가 안된 것이 시술을 잘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에 AS를 해달라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다. 물론 병원에 따라서 1번 비용으로 없어질 때까지 제거해주는 병원도 있겠지만, 그런 서비스를 원한다면 그 병원으로 가서 제거하면 될 일이다.
CO2 레이저가 없던 시절에는 모든 조직을 인두기 같은 것으로 지져서 제거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제거하면 점은 한 번에 없어지고 대신 흉터가 남게 되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는 점을 흉터로 바꾸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점을 너무 깊게 제거해서 파인 흉터가 남는 것을 더 싫어한다. 나 같아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점을 제거할 때 흉터가 남지 않는 깊이까지만 제거가 가능하다.
점은 깊이에 따라 가장 얕은 표피에만 국한된 경계모반(junctional nevus), 표피와 진피층에 걸쳐있는 복합모반(compound nevus), 진피층에 존재하는 진피내모반(intradermal nevus)으로 나뉜다. 이때 흉터가 남지 않는 깊이라고 하면 표피층과 진피층의 아주 상층부 정도까지이고, 그러다 보니 경계모반의 경우는 한 번에 제거가 가능하지만 진피층 깊은 부위까지 있는 복합모반과 진피내모반은 깊은 부위가 남아서 여러 번에 걸쳐 제거해야 한다. 그리고 여러 번에 걸쳐 제거한다고 하더라도 아주 깊은 부위는 흉터가 남을 수 있어 건드리기 어렵기 때문에 3-4번 정도 제거했는데도 남아있는 점이라면 오히려 가지고 있거나 수술로 완벽하게 도려내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점이 가지고 있는 색소도 마찬가지이다. 색소도 양이 적고 얕을수록 갈색을 띠고 양이 많고 깊을수록 검은색을 띠며 아주 깊은 경우에는 오히려 회색이나 푸른색을 띤다. 색소도 3-4번 제거했는데도 남아있다면 그때는 CO2 레이저 같은 방식으로 태워서 제거하기보다는 토닝 같은 깊은 부위 색소를 제거하는 방식을 쓰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점이라는 것도 어찌 보면 하나의 피부 양성종양 같은 것이다. 그리고 생기는 형태나 깊이에 따라 치료에 대한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오히려 점이 제거가 안됐다고 컴플레인을 해서 시술하는 의사가 평상시보다 깊게 제거하게 되고 이로 인해 흉터가 남으면 그때는 돌이킬 수가 없다. 그냥 의사를 믿고 너무 깊게 제거하지 말아 달라고 말하는 게 흉터를 안남기기 위해서 더 필요한 자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