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으로 8-9세 되는 아이들이 얼굴에 뭐가 났다고 진료를 보러 온다.
“여드름이네요.”
“아니, 이 나이에도 여드름이 생기나요?”
“요즘 아이들은 여드름이 빨리 생기는 편이기도 하고 성조숙증이 있는 경우도 있어서 소아과에서 성조숙증 검사도 한 번 받아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치료가 될까요?”
“지금 나이 때에는 쓸 수 있는 약이 제한적입니다.”
그렇다. 나이에 따라 쓸 수 있는 약이 한정이 된다.
여드름 약은 크게 2가지가 있다. 먹는 약과 바르는 약
먹는 약도 2가지로 나뉜다. 미노씬 캡슐로 대표되는 항생제와 이소트레티노인.
(이소트레티노인 관련 글: https://brunch.co.kr/@drhmy/37)
바르는 약은 종류가 많지만 보통 4가지 정도만 기억하면 된다.
살리실산: 여드름을 녹여주고, 세균을 억제. 자극감 있음. 다른 약에 비해 덜 효과적.
아다팔렌: 각질 혈성 억제 및 항염증 작용. 내성이 없고 좁쌀여드름에 효과적. 자극감 있음.
가수과산화벤조일: 강력한 살균 제재. 여드름균을 감소시키고 유리지방산 감소. 자극감 있음.
항생제(클린다마이신, 나디플록사신): 여드름균을 억제하고 염증을 가라앉힘. 자극감은 없으나 1년 이상 사용 시 내성 발생 가능하며, 좁쌀여드름에는 효과가 없음
이 4가지 성분을 기반으로 바르는 약을 만드는데, 대표적인 제품명으로 살펴보면,
단독 제형
디페린겔: 아다팔렌
크레오신티: 클린다마이신
나딕사크림: 나디플록사신
복합제형
에피듀오겔, 에피듀오포르테겔: 아다팔렌 + 가수과산화벤조일
듀악겔: 가수과산화벤조일 + 클린다마이신
이 있다.
여드름 병변 별 효과적인 약을 살펴보면,
좁쌀여드름: 에피듀오겔, 에피듀오포르테겔, 디페린겔>>듀악겔
염증성 여드름: 크레오신티, 나디플록사신, 듀악겔>>에피듀오겔, 에피듀오포르테겔
정도로 볼 수 있다. 사실 살리실산은 다른 약제에 비해 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구제가 도포제보다 훨씬 효과적이므로 가능하면 경구제를 병합하여 사용하는 것이 좋다.
나이대별로 사용 가능한 약을 구분해보면(만 나이 기준),
9세 이전에는 살리실산 외에 다른 약물은 사용이 어렵다. 만약 염증성 여드름이 심하다면 여드름용 항생제가 아닌 일반 항생제와 뮤피로신 연고로 대체하여야 한다.
9세가 넘어가면 에피듀오겔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에피듀오겔은 자극감이 있을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하고 효과가 좋은 경우도 있지만, 별로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염증성 여드름은 일반 항생제 + 뮤피로신 연고를 사용하고 좁쌀여드름은 압출해야 한다.
12세가 넘어가면 쓸 수 있는 약이 많아진다. 에피듀오겔 보다 함량이 높은 에피듀오포르테겔과 크레오신티, 나딕사크림 등의 항생제 연고, 디페린겔, 듀악겔도 사용이 가능하며 경구 항생제인 미노씬 캡슐도 복용 가능하다. 상태에 맞게 병원에서 처방받아서 사용하면 된다.
16세가 넘어가면 이소트레티노인을 복용할 수 있다. 사실 그 전 나이에도 사용은 가능하나 매우 드물게 조기골단폐쇄라는 성장이 저하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어느 정도 성장이 끝났다고 판단되는 나이에 사용하거나 여드름이 흉터가 너무 심하게 남을 정도인 경우에는 어린 나이에도 환자와 상의하에 사용하기도 한다.
여드름은 누구나 발생 가능하며, 무엇보다 흉터를 남기고 사춘기 시기에 자신감, 자존감에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피부질환이다. 그러므로 '나이가 들면 없어져. 나이가 들면 나아져.'라고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하여 흉터를 최소화하는 게 좋다. 그리고 지금 당장 드는 치료비가 아까울 수 있지만, 나중에 여드름 흉터를 없애기 위해 들어가는 레이저 비용에 비하면 지금 치료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