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너무 간지럽고 빨개져서 왔어요."
"얼굴에 전반적으로 습진이 심하게 생기셨네요. 혹시 어렸을 때 아토피 피부염이 있으셨나요?"
"아니요."
"최근에 화장품을 바꾼 적이 있으신가요?"
"네, 4일인가 전에 새로운 화장품을 바꾼 적이 있어요."
"그러면, 그 화장품에 의한 접촉피부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선 바꾼 화장품은 쓰지 마시고 먹는 약이랑 바르는 약으로 증상을 가라앉히셔야 합니다. 각질층이 망가져 있어서 뭘 발라도 따가우실 텐데, 그래도 참고 기존에 쓰셔서 문제가 없었던 안전한 수분크림 같은 걸로 충분한 보습도 필요합니다."
위 사진처럼 얼굴이 빨개지고 거칠어지면서 따가워지는 현상. 이런 증상을 우리는 습진이라고 부른다.
습진이라는 큰 범주 안에는 여러 가지 질환이 존재하는데, 대표적으로 아토피 피부염이 있고, 지루성피부염도 있고 그중에 접촉성 피부염도 있다.
사실 이런 습진을 질환의 형태나 분포만 가지고 완벽하게 구분하기는 어려우나 각 질환별로 감별점이 되는 포인트가 있어서 그런 부분이 보이면 감별이 가능하고, 안 보이면 구분 짓기가 상당히 어렵다.
그리고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왜 그런지, 그 이유도 어느 정도 질환이 감별이 돼야 원인을 대충이라도 추측해볼 수 있는데, 질환 감별도 안되는데 이유까지 설명하는 건 정말 어렵다.
어쨌든 접촉성 피부염의 경우 특정부위에 국한된, 얼굴이면 얼굴, 목이면 목, 손목이면 손목, 등이면 등 특정 부위에만 국한되어 습진이 발생하는 경우 추정해볼 수 있으며, 특별한 형태에 따라 원인도 추정이 가능하다.
특히 얼굴에 국한되어 발생한 경우 아토피 피부염이나 지루성피부염이 아니라면 접촉성 피부염이 가장 흔한 원인이며, 화장품을 바꾼 경우나 오래된 화장품을 썼거나, 한참 동안 안 바르던 화장품을 다시 발랐던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단 접촉성 피부염이 의심이 되면 화장품을 바꿨는지, 새로 바른 것은 없는지 등을 환자에게 물어본다. 환자가 그런 적이 없다고 하면 질환은 다시 미궁에 빠지게 되지만.
하지만 어떤 진단명이 붙든 간에 습진의 치료는 큰 차이가 없다. 스테로이드와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면서 병변 부위에 적당한 강도의 스테로이드 연고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고, 진물이 나는 경우에는 항생제도 함께 처방한다. 그러면 거의 대부분의 병변은 호전된다. 그리고 호전 이후에 재발하는 부위, 형태 등을 보면서 감별하기 어려웠던 질환들이 감별되는 경우가 많다.
화장품에 의한 접촉성 피부염의 경우, 예전에는 아주 흔했지만 요즘은 EWG Green 같은 알러젠 프리 화장품들이 많이 나오면서 많이 줄어드는 추세이다. 향료나 색소, 방부제, 보존제 등이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런 알러지 원인들을 포함하지 않은 화장품이 대세가 되면서, 무색, 무향, 무방부제 등이 트렌드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성분들 외에도 화장품 기제 자체가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고, 알러지 반응이 아니어도 피부에 자극감을 주는 성분들은 자극성 접촉피부염을 일으키게 되는데, 특히 남성 화장품에서 화한 느낌을 주는 스킨류들이 이러한 증상을 잘 일으킨다.
일단 화장품을 바꾸거나 안 쓰던걸 쓰거나 오래된 화장품을 발라서 접촉성 피부염이 생겼다고 의심이 되면, 일단 의심이 되는 화장품은 다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저절로 호전되는 경우도 별로 없고 습진이 오래가면 색소침착을 남기기 쉽기 때문에 빠른 호전을 위해 병원에 내원하여 약을 처방받아 먹고 발라야 한다. 습진에 의해서 각질층이 망가졌기 때문에 가렵고 뭘 발라도 따가운 현상이 있는데, 따갑다고 아무것도 바르지 않게 되면 망가진 각질층으로 수분이 쉽게 빠져나가 더욱 건조하고 가려워지면서 증상이 악화되게 되므로 보습을 반드시 잘해야 하는데, 이 때는 기존에 써서 문제가 없는 것이 확인된 제품으로 사용해야 한다. 만일 새로 바꾼 제품이 여러 가지였거나 새로 바꾼 제품을 반드시 사용해보고 싶다면 아주 조심스럽게 적용해봐야 한다. 접촉피부염을 가장 덜 일으킬 거 같은 제품 순으로 하나씩 발라봐서 원인 제품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물론 원인 제품을 발라서 다시 증상이 재발한다면 다시 치료해야 하겠지만.
또한 알러지 반응이 일어난 제품의 경우 보통 업체에서 병원 진료 후 진단서를 첨부하면 환불해 주는 경우들이 많은데, 병원 진료비야 그렇다 쳐도 진단서의 발급비가 제품의 가격을 상회하는 경우에는 굳이 번거롭게 진단서를 발급받아 환불하기보다는 그냥 폐기하는 게 나은 경우도 있으니 이 점을 고려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