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자꾸 뭐가 튀어나와서 왔습니다."
"어디 한 번 볼까요? 다발피지낭종 이네요."
"그게 뭔가요."
"유전적인 요소가 있는 질환인데, 피부 안쪽에 피지낭종이라는 주머니가 여러 개 발생하는 질환이에요."
"치료가 될까요?"
"제거를 하셔야 하는데, 주머니까지 완벽하게 제거를 하셔야 하고, 그러려면 수술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흉터가 좀 남습니다. 흉터를 최소화하려면 레이저로 살짝 구멍을 내서 안의 내용물만 제거하는 방식도 쓸 수 있고, 운이 좋으면 짤 때 주머니가 같이 나올 수도 있겠죠. 주머니가 나오지 않으면 다시 피지가 차면서 크기가 커져서 원상복구 되긴 할 겁니다. 어떤 식으로 치료할지는 환자분의 결정이 중요하겠죠."
간혹, 다발피지낭종 질환 환자들이 내원한다. 생각보다 다발성 피지낭종 환자는 많다.
하지만 다발피지낭종이라는 질환명은 사람들에게 매우 생소하다.
위 사진처럼 피부 안쪽으로 바깥과 연결되지 않은 동그랗고 부드러운 낭종이 2mm-3cm 크기로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인 질환이다. 사춘기 시기를 지나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갑자기 몸에 나타나는데 아무리 눌러도 짜지지도 않고 점차 개수가 늘어나다 보니 환자들이 엄청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다발피지낭종은 피지샘에서 관찰되는 케라틴의 일종인 케라틴 17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가 원인으로, 보통염색체 우성유전에 의해 유전되므로 가족력이 있을 수 있다. 유전적인 요소 때문에 새로 발생하는 것을 막는 방법은 없고, 생기면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
제거는 위에 설명한 것처럼 수술로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위 사진처럼 많은 것들을 모두 제거하는 선택을 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보기 싫은 것들 위주로 레이저로 구멍을 내어 제거하는 방식을 대부분 선호한다.
얼마 전 내원한 환자에서 채취한 검체로, 3mm 펀치로 작게 구멍을 내어 살짝 압출하여 온전한 주머니 형태로 피지낭종을 적출할 수 있었다. 가운데를 잘라보면 노란색 젤리 같은 형태의 피지낭종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수술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주머니까지 완벽하게 제거한다는 면에서는 유리하지만 봉합을 시행해야 해서 흉터가 남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사실 다발피지낭종은 임상적으로 병변을 보고 진단이 가능하고, 제거를 할지 말지, 제거를 할 경우 어떻게 제거할지 환자와 상의해서 결정하면 되는 어찌 보면 간단한 질환이다. 이 질환이 의심이 된다면 피부과에 내원하여 진단을 받고 치료법을 상의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