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밤 발암물질. 어떤 립밤을 쓰는 게 좋은가.
립밤 발암물질 팩트 확인부터 립밤 제품 추천까지.
안녕하세요. 화분남 현무열입니다.
9월 29일 프랑스의 소비자단체 'UFC Que-choisir'에서 21개 립밤을 조사한 결과 10개의 립밤에서 발암물질이 나왔다고 발표했습니다.
문제의 발암물질은 바로 미네랄 오일.
Mineral oil saturated hydrocarbon(MOSH)와 mineral oil aromatic hydrocarbon(MOAH)입니다.
MOSH는 섭취 시 체내에 축적되어 림프절이나 간을 악화시킬 수 있고, MOAH는 발암물질입니다.
살충제 계란에 생리대 파동까지 있었던 터라 더 민감하게 느껴지는 사안입니다.
일반 피부에 바르는 거야 거의 흡수가 안 되겠지만, 입술에 바르는 립밤은 먹을 수도 있으니까요.
특히나 내가 사용하던 립밤이 10개 목록에 들어있는 걸 확인한 순간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셨겠죠.
(저는 유리아쥬 립밤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MOSH와 MOAH에 대해서 알아보고, UFC Que-choisir에서 조사한 제품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미네랄 오일과 MOSH, MOAH
미네랄 오일은 원유 정제의 부산물로, 액체상태의 탄화수소류의 혼합물입니다.
무색, 무취이며 미끄럽고 수분을 통과시키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값이 싸고 대량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여러 분야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왼쪽 사진에서처럼 미네랄 오일은 어떤 한 분자구조를 말하는 게 아니고 여러 가지 종류의 탄화수소들이 섞여있는 혼합물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 탄화수소들 중에서 벤젠고리가 없이 선형이거나(linear) 순환구조(cyclic)를 가지고 있는 것들을 MOSH라 부르고, 벤젠 링을 가지고 있는 것들을 MOAH라고 부릅니다.
벤젠 구조가 없으므로 모든 탄소가 단일 결합되어 있어 saturated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고,
벤젠 구조가 있기 때문에 aromatic이라는 표현을 써서 두 군을 구분하는 것이죠.
미네랄 오일은 MOSH와 MOAH의 혼합물인데 MOSH는 65-90%, MOAH는 10-35% 정도 비율로 구성됩니다.
2. 미네랄 오일 인체노출
미네랄 오일에 립밤을 통해서만 노출되는 걸까요?
아닙니다.
미네랄 오일인 우리가 모르는 아주 다양한 분야에 사용됩니다.
공장 기계의 윤활제, 빵틀의 이형제(release agent), 곡물류, 나무 마감재, 초콜릿, 재활용 종이박스, 화장품, 포장용기, 생선통조림 등 다양한 분야에 미네랄 오일이 사용됩니다.
과자, 식물성 오일, 생선통조림, 오일시드, 동물 지방, 생선살, 견과류, 아이스크림과 디저트류에서까지 미네랄 오일을 섭취할 수 있네요.
값이 싼 데다가 대량생산으로 쉽게 구할 수 있고,
무색, 무취라 써도 티도 안나,
수분이 날아가는 걸 막아주거나 수분이 흡수되지 않게 해주는 효과까지 있어.
이렇게 좋은 걸 안 쓰는 게 이상하겠죠.
많이 사용되는 만큼 인체 노출량이 많아지니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 필요시 규제도 해야겠죠.
3. 인체에 미치는 영향
1) MOSH
MOSH는 지방, 림프절, 간과 비장 등에 침착되었으며, 간과 비장, 림프절에서 lipogranuloma를 유발하게 됩니다.
흡수된 미네랄 오일이 외부물질로 인식되어 제거하기 위한 면역반응이죠.
기사에 나온 MOSH가 간이나 림프절을 악화시킨다는 내용이 이 lipogranuloma를 말하는 겁니다.
이런 정상적인 면역반응 이외에 다른 영향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MOSH의 무독성량(NOAEL; No Observed Adverse Effect Level)은 문헌마다 다르지만 가장 최소치를 기준으로 해서 19 mg/kg b.w. per day입니다.
60kg을 기준으로 한다면 하루에 1140 mg 까지는 복용해도 안전하다는 얘기입니다.
2) MOAH
MOAH는 벤젠고리를 가지고 있는 만큼,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구조에 따라서 유전자에 영향을 미쳐 암을 유발하기도 하고(genotoxic carcinogen), 종양유발물질(tumor promoter)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MOAH는 체내에 축적되는 MOSH와 다르게 흡수, 분산, 대사가 무척 빠르고 축적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 연구 내용이 무척 제한적입니다.
용량에 따른 효과 역시 연구되지 않아 얼마까지 안전하다는 용량 역시 정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미네랄 오일에 10-35% 정도 함유되기 때문에, 미네랄 오일 사용 시에는 반드시 함유될 수밖에 없죠.
4. 립밤의 미네랄 오일 함유량
이번 UFC Que-choisir의 발표 내용은
"21개 립밤을 테스트해봤더니 10개 제품에서 MOSH, MOAH가 검출되었음.
10개 제품을 제외한 11개 제품의 성능을 테스트해서 등수 매겼음."
이거고,
해당 10개 제품 회사들의 입장은
"미네랄 오일을 썼어도 유럽 규제 수준인 5% 미만으로 사용하였음.
규제 지켰는데 미네랄 오일 쓴 것만 가지고 유해하다고 하면 어떡함."
입니다.
제가 사용하는 유리아쥬 립밤을 예로 들어서 립밤으로 노출되는 미네랄 오일 양을 계산해보면,
유리아쥬 립밤은 1개가 4g입니다. 보통 매일 립밤을 쓰는 경우 1년에 4개 정도 쓴다고 합니다.
입술에 바른 립밤을 100% 다 먹었다고 가정한다면 하루에 노출되는 미네랄 오일 양은 2.2 mg 정도입니다.
인체무독성량인 1140 mg 의 0.2% 정도입니다.
MOSH로 보면 미미한 양이지만, 문제는 MOAH라는 정체불명의 발암물질이 인체에 들어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게 문제가 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UFC Que-choisir의 편을 들 수밖에 없습니다.
5. UFC Que-choisir 조사 제품
미네랄 오일이 함유된 제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네랄 오일이 함유되지 않은 11개 제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1번부터 7번까지는 UFC Que-choisir에서 발표한 우수제품 순위와 동일합니다.
특히 1번 Cien 립밤의 경우 75 cent라는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우수한 보습력과 유지력을 보였다며 극찬을 받았습니다.
1. 시엔 립밤이나 4. 더모필 립밤, 7. 헤마 립밤은 해외직구로 구매해야 하고
2. 꼬달리 립밤, 3. 멜비타립밤, 5. 까띠에립밤, 6 Eos 립밤은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UFC Que-choisir 발표와 별개로 버츠비(Burt's Bee)와 리투알(Rituals) 립밤에도 미네랄 오일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6.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미네랄 오일의 경우 우리가 먹는 과자, 빵, 오일, 박스에 포장된 식품, 곡물류 등에 의해서 더 많이 노출되죠.
립밤을 바꾸는 것보다 미네랄 오일 함유 식품 섭취를 줄이는 게 더 큰 이득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UFC Que-choisir의 발표는 립밤 자체보다 미네랄 오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었다는 데 있겠습니다.
립밤의 경우 영향이 무척 미미한 만큼, 개인의 선택입니다.
그래도 결과를 알았으니, 찝찝함 때문에라도 미네랄 오일이 들어있지 않은 립밤을 사용하게 될 것 같네요.
7. 요약
프랑스 소비자단체에서 21개 립밤 조사함
10개에서 미네랄 오일, 특히 암 유발할 수 있는 MOAH가 발견됨.
립밤으로 미네랄 오일 섭취해봤자 하루 무독성량 1140 mg 의 0.2% 정도 수준임.
그래도 이왕이면 미네랄 오일 없는 립밤이 좋겠음.
1등이 Cien이지만 구하기 어려우니까 2등인 꼬달리 립밤이나 3등인 멜비타 립밤을 추천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