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수는 0개에 가까운데 외국 생수는 왜 이렇게 많이 발견되었나
안녕하세요. 화분남 현무열입니다. (무척 오랜만입니다.)
http://www.insight.co.kr/news/145229
지난 3월 14일 생수 내 마이크로 플라스틱 오염 정도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본 연구는 미국 비영리단체 Orb media에서 의뢰하여 뉴욕주립대 연구진이 진행하였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마이크로 플라스틱 = 5mm 크기 이하의 플라스틱으로 정의하며 미세 플라스틱 자체게 체내에 흡수될 수 있고, 유독물질이나 내분비교란물질 등과 결합을 잘 하여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게 재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연구결과가 없어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어느 정도까지 허용 가능한지 어떠한 기준도 근거도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이런 마이크로 플라스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연구는 무척 중요합니다.
그럼, 연구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1개 브랜드의 259병의 생수를 9개국의 19개 장소와 아마존을 통해 구입하여 테스트하였습니다.
크기가 100μm - 5mm 의 마이크로 플라스틱의 경우 평균적으로 1L 당 10.4 개가 발견되었고
6.5μm - 100μm 의 마이크로 플라스틱까지 포함할 경우 평균 1L 당 325개가 발견되었습니다.
특히 충격적이었던 것은 네슬레의 Pure Life 생수의 경우 최대 10390개의 마이크로 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는 점입니다.
이 연구를 근거로 세계 보건기구(WHO)에서는 생수 내 미세 플라스틱의 유해성에 대해 조사하기로 하였고,
Danone(에비앙), 코카콜라, 네슬레, 펩시코 등의 제조사와 국제생수협회(IBWA), 영국청량음료협회(BSDA) 등은 연구를 반박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제조사 및 협회 등의 성명을 살펴보면 자신들의 생수는 제조 및 패킹과 관련하여 고품질을 추구하며, 리뷰를 거치지 않은 단순 보고일 뿐 아니라, 해당 연구 방법이 불완전하여 플라스틱임을 완벽하게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반박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국내 연구결과를 찾아보니 환경부에서 2017년 11월 수돗물과 생수에 대한 조사를 시행했습니다.
생수의 경우 판매율이 높은 6개 제품에 대해 연구를 시행하였고, 5개 제품에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1개 제품에서 L당 0.2개의 마이크로 플라스틱이 발견되었습니다.
해당 연구 보고서를 확인하고 싶어 환경부에 보고서 열람을 요청하였지만, 열람은 불가했습니다.
다만 생수 브랜드 점유율로 보면 제주삼다수, 롯데 아이시스, 농심 백산수 등이 포함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연구 방법은 2016년 '담수 중 미세 플라스틱 조사 기법 연구'라는 환경부의 보고서를 토대로 파악하였습니다.
이제 뉴욕주립대의 연구 보고서 원문과 환경부 보고서의 연구방법을 비교하여 개수의 차이가 왜 나는지, 외국 제조사들이 왜 반박 성명을 냈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이크로 플라스틱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조사합니다.
적외선 분광광도계(FTIR: Fourier transform infrared)와 나일 레드(Nile red) 염색입니다.
FTIR은 시료에 적외선을 연속적으로 진동수를 바꾸면서 조사하면 분자 결합에 따라 특정의 진도수 적외선만이 흡수되는 원리를 이용하여 적외선 흡수 스펙트럼을 얻는 장치입니다. 분자 결합에 따라 고유의 스펙트럼이 생성되기 때문에 FTIR을 이용하면 플라스틱인지 아닌지, 플라스틱 중에 어떤 플라스틱인지까지 알 수가 있습니다.
왼쪽과 같이 플라스틱 별로 샘플을 준비하여 미리 해당 플라스틱의 스펙트럼을 얻어놓습니다.
이후 우측 사진처럼 생수에서 얻은 플라스틱 추정 물질에 FTIR을 시행하여 얻은 스펙트럼이 샘플과 일치하면 특정 플라스틱으로 분류할 수 있게 됩니다.
FTIR은 플라스틱인지 여부와 어떤 플라스틱인지까지 알 수 있는 거의 완벽한 장치이지만 마이크로 플라스틱 연구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바로 연구 가능한 시료의 크기입니다.
왼쪽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적외선이 조사되는 빔의 크기가 100 μm이기 때문에 100 μm 이하의 플라스틱은 스펙트럼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크기의 제약을 해소하기 위해 하는 연구가 바로 나일 레드 염색입니다.
Nile Red(9-diethylamino-5H-benzo [α] phenoxazine-5-one) 염색은 지질 친화적인 염색약 세포의 지질을 염색시키는 데 사용됩니다. 형광을 띄기 때문에 다른 염색약에 비해 염색 여부를 확인하기 무척 용이합니다.
플라스틱 역시 지질 친화적인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나일 레드로 염색하면 쉽게 염색됩니다.
해당 이미지들처럼 현미경상으로는 플라스틱인지 아닌지 구분이 어려운 상황에서 염색을 통해서 플라스틱 유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무척 유용한 검사법입니다.
그럼 그냥 FTIR같이 비싼 장치 쓰지 말고 나일 레드 염색해서 형광 조각 개수만 세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나일 레드가 지방 친화 염색이기 때문에 플라스틱만 염색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위양성으로 조류(algae) 등도 염색할 수 있기 때문에 염색됐다고 무조건 플라스틱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정리해보면, FTIR은 스펙트럼 측정 방식으로 플라스틱 확정 가능하지만 100 μm 크기 이상만 측정 가능.
나일 레드는 플라스틱에 형광 염색하는 방법으로 크기 제한 없지만 염색됐다고 플라스틱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음.
이제 연구 방법을 이해하셨다면, 이번 해외 생수 연구와 국내 생수 연구 결과를 해석해 보겠습니다.
해외 생수 연구 결과 보시면 100 μm - 5 mm와 6.5 μm - 100 μm 두 가지로 나눠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100 μm - 5 mm 크기는 FTIR로 플라스틱 여부와 종류까지 확정적으로 연구한 것이고, 6.5 μm - 100 μm 크기는 나일 레드 염색으로 연구한 것입니다.
나일 레드 염색을 해서 배경을 검은색으로 처리한 뒤 Galaxy count라는 별 개수를 세는 프로그램을 통해 6.5 μm - 100 μm 크기의 플라스틱 개수를 측정한 이미지입니다. (기사 중에 별 세는 프로그램을 이용했다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이 하얀색 물질들을 세서 6.5 μm - 100 μm 플라스틱이라는 추정하에 결과를 발표한 것인데, 문제는 염색된 물질들이 무조건적으로 플라스틱이라고 확정 지을 수 있느냐입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생수 회사들이 연구 방법이 불완전하여 플라스틱임을 완벽하게 입증하지 못했다고 반박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플라스틱이 아니라고 해도 미세물질이 저렇게 많은 생수를 굳이 마시고 싶지는 않네요.
국내 연구결과는 100 μm 크기의 필터를 사용하여 100 μm 이상의 크기의 물질을 가지고 FTIR을 시행하여 얻은 결과입니다. 즉, 100 μm 이하의 마이크로 플라스틱은 연구에 포함되지 않아서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Orb 연구는 100 μm 이하의 플라스틱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국내 생수는 미지의 영역인 거죠.
국내 생수가 해외 생수에 비해 100 μm 이상 마이크로 플라스틱이 압도적으로 적은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수돗물도 국내 수돗물이 외국 수돗물에 비해 100 μm 이상 마이크로 플라스틱이 무척 적습니다.
이번 Orb 연구는 100 μm 이하 플라스틱 개수를 나일 레드 염색으로 조사하였기 때문에 플라스틱인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10000개라는 압도적인 숫자의 미세물질을 통해 전 세계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였습니다.
가능하면 우리나라 환경부에서도 이번 연구를 계기로 국내 생수에 대해 FTIR과 나일 레드 염색 연구 결과를 다시 시행해 주었으면 합니다.